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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새해가 밝았다. 2023년은 나에겐 슬픈 일도 있었지만, 퇴직 후 다시 학교로 돌아가 교사로 살았던 뜻깊은 한 해였다. 늘 기쁨만 있진 않았지만, 돌아보면 행복한 한 해였다. 물론 가끔 힘든 일은 나를 좀 더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매월 첫날은 좋아하는 시를 필사하고 발행한다. 2023년 1월 1일에는 용혜원 님의 '1월은' 시를 발행했다. 다시 읽어보아도 좋은 시다. 용혜원 님의 시처럼 한 해를 흐르는 강물처럼 잘 살았다.
  
이혜연 작, 부크크 출판
▲ 책 표지 이혜연 작, 부크크 출판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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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9일에 인터넷 서점에 주문한 이혜연 작가의 첫 책 <오늘을 완성한 시간>이 도착했다. 늘 브런치 스토리에서 보았던 그림과 시였지만, 완성된 책으로 보니 정말 훌륭했다. POD 출판이라 표지마저도 작가가 직접 편집해서 만든 책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훌륭했다. 책이 예뻐서 오래오래 소장하고 싶다.

이혜연 작가를 보면 꿈을 이루는 데는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음을 느낀다. 살면서 사람들은 많은 어려움과 역경을 만나게 된다. 어느 때는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이 상충되어 하고 싶은 일보다 해야 하는 일에 끌려가는 삶을 살게 된다. 이혜연 작가님도 그랬다. 쉰이 되도록 해야 하는 일에 힘들어 하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늦은 결혼으로 43세에 첫째 아들을 낳고 연년생으로 둘째를 낳아 키우며 코로나로 독박육아로 보냈다. 가정적으로도 어려움이 많아 꿈을 이룬다는 것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처음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때는 친정이 어려워 포기했고, 다시 시도하려 했을 때도 여전히 가장인 상태였기에 당장 돈이 안 되는 그림을 포기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쉰이 되면서 이대로 포기할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는 죽을 것 같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되었고,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이 무엇이었으며, 왜 지금껏 그걸 해보려 실천하지 않았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며 그토록 하고 싶었던 그림을 시작했다.

이혜연 작가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다. 50세에 그렇게 하고 싶었고, 꿈이었던 그림을 시작했다. 브런치 스토리에도 매일 그림과 글을 발행한다. 6세, 7세 아들이 있어서 손이 많이 가지만, 독자와의 약속인 1일 1 그림 1 글을 어긴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성실하다. 심지어 가족 여행을 가서도, 아파도 약속을 꼭 지켰다.

이혜연 작가는 브런치 스토리에서 만났지만, 그림이 좋고 글이 감동되어 발행한 글을 거의 놓치지 않고 읽고 '좋아요와 댓글'을 달아 드렸다. 아트페어에도 출품하고 개인전도 여는 등 정말 활발하게 활동하였다.
  
이혜연 작가 개인전 때 만든 에코백과 이번에 출간한 책
▲ 에코백과 출간한 책 이혜연 작가 개인전 때 만든 에코백과 이번에 출간한 책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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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에 일산 롯데 백화점에서 전시회를 할 때 방문했었다. 늘 핸드폰이나 PC 화면으로 작게 보았던 그림을 큰 작품으로 보니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멋졌다. 그날 작가를 처음 만나서 사진도 같이 찍고, 차도 마시고 직접 제작하신 에코백도 선물 받았다. 그때 받은 에코백은 마음에 들어서 거의 매일 들고 다닌다(위쪽 사진에 있는 에코백).

<오늘을 완성한 시간>에는 44개의 그림과 시와 에세이가 담겨있다. 그림은 여인 그림이다. 작가님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왜 흑인을 그리냐고 묻는다고 한다. 나도 그런 생각을 했었다. 작가는 말한다.
 
제가 그리는 뮤즈는 흑인이 아니라 태초의 자아, 숨겨진 내면의 자아를 형성화한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다른 사람들을 평가하고 살피는 데는 익숙하지만, 나 스스로를 진정 안다고 할 수 있을지 항상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를 바라보자, 내 안의 나를 보살펴주자는 의미에서 항상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새해에 책 안에 들어 있는 이혜연 작가의 시 한 편을 소개해드린다. 시를 읽으시며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모두 기쁨이 아니어도, 때론 슬픈 일이 있어도 새해에는 그저 묵묵히 할 일 하며 살아야겠다. 그러다 보면 분명 내 삶이 행복으로 가득 채워지리라 믿는다. 난나 이혜연 작가 책이 많은 분에게 읽혀서 읽는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 희망이 되길 기대해 본다.
  
모든 편집이 왼쪽에는 그림이, 오른쪽에는 시와 에세이가 들어있다.
▲ 시가 들어있는 페이지 모든 편집이 왼쪽에는 그림이, 오른쪽에는 시와 에세이가 들어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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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날, 모든 순간

                                             이혜연

차갑게 언 땅에
뿌리를 깊게 박고서
작은 햇살에 몸을 녹여
꽃을 피워냈지

아직 밤은 춥고
새벽은 시린 날들
여린 햇살에 순한 꽃잎을 피워낸 날들 중에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쁨뿐이었을까

생애 단 며칠
기다림의 끝에서 만나는
찰나의 순간 속에서
아름답게 피워낸 날들이 있었으므로
오늘을
슬픔 따위로
후회하지 않으리라
 
새해에 어울리는 시라고 생각한다.

이혜연 작가를 보며 '항상 삶이 안전하길, 평온하길 바라며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한다면 어떤 것도 성장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비록 도전하면서 넘어질 수도 있지만, 그때마다 '괜찮아, 넌 잘하고 있어'라고 스스로 응원하며 내 인생을 살아가야 후회 없는 인생이 될 것 같다.

하고 싶지만, 현실이 어려워 도전을 망설이는 분들이 이혜연 작가의 책을 읽으며 용기를 가지기를 기대해 본다. 오늘, 당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스스로를 완성하는 삶을 선택하기를 응원한다.

오늘을 완성한 시간

이혜연 (지은이), 부크크(bookk)(2023)


태그:#이혜연, #오늘을완성한시간, #서평, #첫책, #쉰에이룬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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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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