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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법원 제5형사부는 오는 1월 11일 오후 2시 CMIT/MIT원료를 기반으로 가습기 살균제 제품을 제조-판매한 혐의로 기소된 가해기업 임직원 13인에 대한 형사재판 결과를 내놓습니다. 지난 2021년 이들에게 전부무죄가 선고된 지 3년만입니다. 이 재판의 의의와 유죄선고의 필요성에 대한 전문가(학계와 법조계)와 활동가의 생각을 다섯 차례에 걸쳐 전합니다.[편집자말]
2011년 8월 정부의 역학조사 발표로 공론화된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 진행형이다. 대다수 피해자들이 건강 피해와 경제적 피해로 고통받는 와중에 최근 민사재판에서 의미 있는 판결이 연달아 선고되었다. 하나는 옥시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이다. 다른 하나는 애경산업이 SK케미칼에 대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애경산업의 손을 들어준 판결이다.

대법원은 2023년 11월 8일 옥시 제품에 대한 옥시의 손해배상책임을 확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가습기살균제 제조 및 판매기업에 손해배상 책임이 있음을 확인한 판결로써 큰 의미가 있다. 한편, 또 다른 가습기살균제 제조사인 SK케미칼과 판매사인 애경산업의 경영진 등은 2021년 원료물질인 CMIT/MIT와 사용자들의 건강피해 사이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형사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오는 11일에는 항소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다음으로, 서울중앙지법의 2023년 12월 10일 판결, 즉 애경산업이 SK케미칼에 제기했던 재판의 선고내용을 살펴보았을 때, 형사 사건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다는 것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도 존재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닌 것 같다.

애경산업은 2001~2022년 SK케미칼과 물품 공급계약 및 제조물책임(PL) 계약을 체결했고, 계약에는 "SK케미칼이 제공한 상품 원액의 결함으로 제3자의 생명, 신체, 재산에 손해를 준 사고가 발생하면, SK케미칼이 이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지며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애경산업이 청구한 비용은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사망한 피해자 유족들이 제기한 소송에 대한 대응비용이다. 만약 피해자의 사망을 유발한 질환이 다른 원인에 의해 발생한 것이 증명되었다면, SK케미칼이 이를 배상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위 판결에서 SK케미칼의 책임이 인정된 것을 보면, SK케미칼이 제품 사용으로 피해자에게 발생한 질환이 다른 원인으로 인한 것을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형사사건보다 민사에서 입증책임이 완화되는 경향이 있음을 감안해도 의의가 있다.
 
2023년 11월 23일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 캠페인이 서울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단체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23년 11월 23일 가습기살균제 가해기업 유죄촉구 탄원서 캠페인이 서울역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단체와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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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연하자면 민사상 손해배상에 있어 현행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제조물 책임의 경우 소비자는 해당 물건을 용법대로 사용한 사실과 그 제품에 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정이 존재함을 입증하면, 제조사는 소비자의 손해가 제품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판례의 입장에 의하면, SK케미칼은 애경산업(cmit/mit)과 옥시(phmg) 양측에 원료를 공급한 바 있고, 애경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의 건강피해 양상과 옥시 제품 사용자들의 피해 양상이 유사한 상황이다. 결국 제조사인 SK케미칼은 해당 질병이 제품하자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애경산업과의 사건에서 결국 SK케미칼의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된 것을 보면 피해자의 건강피해가 가습기살균제 원료물질이 아닌 다른 원인으로 발생한 것임을 입증하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

최근 연달아 선고된 위 판결취지에 비추어 보면 SK케미칼의 경영진 등 피고인들이 설령 형사재판에서 무죄 판결을 선고받았다 하더라도,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업이 설령 처벌받지 않았다고 해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태그:#가습기살균제참사, #항소심선고, #환경운동연합, #책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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