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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휴전 압박에도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제거를 목표로 지상전을 이어가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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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전쟁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집단학살' 혐의로 국제 법정에 출두한다. 

9일(현지시각) 미국 CNN방송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가 오는 11∼12일 사건과 관련한 첫 심리를 연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유대인에 대한 집단학살을 계기로 1948년 '집단학살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CPPCG)이 유엔에서 채택된 이후 이스라엘이 이를 위반한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 협약은 집단학살을 '국민적, 인종적, 민족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가 있는 행위'로 규정한다.

팔레스타인 주민 2만3천 명 숨져

앞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인 행위가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면서 ICJ에 제소했다. 그러면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각료들의 강경 발언도 집단학살 의도를 보여주는 증거로 제시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주민의 권리가 회복 불가능할 정도로 훼손되지 않게 보호해야 한다"라며 이스라엘에 전쟁을 멈추라는 임시 조처를 명령해 달라고 ICJ에 요구하기도 했다. 

하마스는 작년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200여 명을 사살하고 240여 명 인질로 납치했다. 이스라엘은 곧바로 반격에 나서 현재까지 2만3000명이 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하면서도 재판을 통해 결백을 인정받겠다고 나섰다. 이스라엘은 유엔이 CPPCG 채택 당시 서명에 참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남아공의 제소가 "거짓 비난"이라며 "실제로 집단학살을 저지른 쪽은 하마스"라고 주장했다. 또한 "남아공을 비롯해 우리를 비방하는 국가들은 정작 시리아와 예멘 등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이 죽고 난민이 됐을 때는 어디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라고 반박했다.

이스라엘 정부의 에일론 레비 대변인은 한발 더 나아가 "남아공이 이스라엘 국민에 대한 하마스의 집단학살에 범죄적으로 공모했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전쟁 중단' 명령도 신청... 결정 빨리 나올 듯 

텔아비브 대학의 국제법 전문가 엘리아브 리플리히 교수는 "집단학살은 국가에 대해 제기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국제법적 혐의"라며 "ICJ가 지금까지 어떤 국가에도 집단학살을 저질렀다고 판결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번 재판은 매우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ICJ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반면에 전쟁을 중단하라는 임시 조처에 대해서는 빠르게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1990년대 보스니아 내전에서의 인종청소 행위와 관련한 ICJ 재판에 참여했던 미국 인권 변호사 프랜시스 보일은 "남아공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모든 집단학살 행위를 멈추라는 명령을 받아낼 것으로 믿는다"라며 "첫 공판 이후 일주일 안에 명령이 나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영국의 국제법 전문가 다니엘 마코버도 "집단학살에 대한 최종 판결 전에 전쟁 중단 명령을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라며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실제적이고 시급한 위험에 처해있기 때문"이라고 촉구했다. 

반면에 ICJ 명령이 나오더라도 강제성이 없는 데다가, 이스라엘이 이를 따를지도 불확실하다는 우려도 있다. 

리플리히 교수는 이스라엘은 ICJ 재판부 구성원 일부가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나라 출신이라는 점을 들어 불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이스라엘이 불복한다면 국제적인 평판이 훼손되고 제3국의 제재, 유엔의 추가 결의 등 다양한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그때 이스라엘이 주요 동맹국들과 어떻게 대응할지가 중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패소하면... 미국 포함 동맹국들 "집단학살 가담" 부담 

ICJ 재판부는 미국, 러시아, 중국, 슬로바키아, 모로코, 레바논, 인도, 프랑스, 소말리아, 자메이카, 일본, 독일, 호주, 우간다, 브라질 등 15개국 출신 판사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4명이 임기 만료로 교체되며, 새로 임명되는 판사 중에는 남아공 출신도 있다. 

여기에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남아공 출신의 임시 판사가 각각 한 명씩 추가되어 전체 17명의 판사가 재판을 진행하게 된다.

ICJ가 남아공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국을 포함한 이스라엘 동맹국도 집단학살에 가담한 것으로 간주될 수 있어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정치학자 존 미어샤이어는 "남아공의 제소는 이스라엘을 겨낭한 것이지만, 미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라며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스라엘과 함께 전쟁하고 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마코버 변호사는 "이스라엘은 ICJ 명령을 무시하더라도, 다른 서명국들은 이를 준수할 법적 의무가 있다"라며 "판결 이후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국가는 모두 명령을 위반하는 것이며, 전 세계적으로 소송이 이어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태그:#이스라엘, #팔레스타인, #국제사법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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