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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은 에너지전환포럼 및 환경운동연합과 함께 해양생태계와 공존하는 해상풍력 확대 연구과제를 진행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중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해상풍력을 설치한 영국과 독일을 방문하여 민간과 정부의 노력 및 성과를 살펴보았습니다. 3회에 걸쳐 해상풍력 관광, 생태계 보호 기술, 중앙정부의 입지선정 제도를 소개하는 글을 연재합니다. [기자말]
램피온 해상풍력단지
 램피온 해상풍력단지
ⓒ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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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에너지 안보, 녹색 무역장벽에 대응하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해상풍력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핵심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세계풍력발전협회(GWEC)는 향후 10년 동안 현재의 6배 수준에 달하는 380GW의 해상풍력 발전이 추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해상풍력 확대 필요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으며, 정부의 2030 NDC 달성을 위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3.03)'에서는 30GW,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14.3GW 확대하는 계획이 담겨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환경적 피해에 대한 우려나 사업추진 방식 등을 놓고 일부 지역에서는 지역주민과 어민들의 반대에 부닥치기도 한다. 하지만 해상풍력단지 건설로 인해 지역에서 새로운 투자와 일자리가 창출되고, 풍력발전기가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면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역할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영국의 대표적인 휴양도시인 브라이튼(Brighton)에 조성된 램피온 해상풍력단지에 다녀온 후기를 생생하게 전하고자 한다.

해상풍력 교육을 이수한 선장이 직접 해설까지
 
해상풍력단지 투어를 맡은 Paul 선장
 해상풍력단지 투어를 맡은 Paul 선장
ⓒ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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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런던에서 차량으로 1시간 30분 정도 달리니 시간이 빚어낸 흰색의 아름다운 절벽 '세븐시스터즈'가 보이기 시작했다. 경이로운 순백의 경관을 뒤로한 채 20여 분을 더 가니 크고 작은 요트와 선박들이 정박해있는 마리나 항구에 도착했다.

그곳에서 낚싯배 크기의 보트를 타고 약 40분(13.2km)을 이동하고서야 영국 남부 지역에 최초로 건설된 400MW 규모의 램피온 해상풍력단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폴(Paul) 선장은 해상변전소 인근에 배를 잠시 멈추고 해상풍력단지에 대한 소개와 승객들의 질문에 답해주었다.
        
폴 선장에 따르면 2017년에 착공한 램피온 해상풍력단지는 2018년부터 가동에 들어갔으며 3.45MW 규모의 해상풍력 116기가 가동되어 약 35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하고 있다. 평균 수심은 30~45m로 우리나라 서해의 평균 수심인 44m와 유사한 수준이다.
 
마리나 항구에 즐비한 레스토랑과 카페
 마리나 항구에 즐비한 레스토랑과 카페
ⓒ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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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140㎞ 해저 케이블을 통해 해상변전소로 운송된다.
 해상풍력단지에서 생산된 전력은 140㎞ 해저 케이블을 통해 해상변전소로 운송된다.
ⓒ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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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이 건설될 당시에는 소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기도 하였으나 실제로는 파도 소리보다도 적은 소음이 발생하고 있어서 크게 문제가 되고 있지는 않다. 또한 해상풍력단지 건설과정에서 어민들이 조업하지 못할 것을 우려하여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사업자가 어민들이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보상금을 지급하고 닻을 내리거나 해저 케이블 손상을 일으킬 수 있는 행위를 제외한 일반적인 조업과 낚시는 허용하면서 갈등을 해결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지역주민들은 새가 풍력발전기에 치여서 개체 수가 줄어드는 것을 우려했으나 실제로는 블레이드 회전 속도가 크게 빠르지 않아 조류가 블레이드에 치여 죽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2018년에 가동을 시작한 이후에 약 70여 개의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가 창출되었고, 관광객들도 늘면서 지역주민과 상생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현재 발전량의 3배에 달하는 램피온2 해상풍력단지 계획이 추진되고 있으며, 2026년에 착공될 예정이다.

투어 프로그램, 경제성은 아쉬움
 
해상풍력단지 단체 투어
 해상풍력단지 단체 투어
ⓒ 하지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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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선장이 모는 배는 85명이 정원이지만 영국 여객선 규정에 따라 연안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선원 외 12명까지 승선이 가능하다. 연안을 둘러보며 45분 동안 이루어지는 투어는 85명까지 탑승이 가능하고 인당 10.5파운드(약 1만7000원), 90분짜리 낚시 투어는 인당 25파운드(약 4만2000원)를 받고 있다.

반면, 최대 12명이 승선 가능한 해상풍력 투어는 1인당 42.5파운드(약 7만1000원), 8인 이상 단체가 단독으로 배를 빌리는 경우 480파운드(약 80만 원)이기 때문에 선장 입장에서는 85명이 탑승하는 연안 투어가 경제적으로 훨씬 더 이득이다.

이처럼 해상풍력 투어는 일반 개인이 이용하기에는 비용이 높을 뿐 아니라, 일정 인원이 모이지 않으면 출발하지 않기 때문에 실제 투어가 이루어지는 것은 일주일에 1~2회 정도이다.  
 
보트투어 가격표
 보트투어 가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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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풍력단지를 하나의 교육의 장으로 활용

델라웨어대 해양과학스쿨 제러미 파이어스톤 교수는 해상풍력단지를 '어른들의 디즈니랜드'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배를 타고 나가서 바다에서 마주한 해상풍력단지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앞으로 전 세계 곳곳에 세워질 해상풍력단지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관광명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고려되어야 할까?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약 3.5km 떨어진 미델그룬덴 해상풍력단지는 매해 200만 명이 찾고 있다. 해상풍력 투어 비용은 1인당 210크로네(약 4만 원)로 램피온 해상풍력단지에 비해 절반 가격인데다 65m 높이의 풍력발전기 터빈에 올라가 내부 시설을 둘러보고 발전사업, 전력 생산 방식, 주민 상생 사례에 관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영국 동부에 위치한 스크로비 샌즈(Scroby Sands) 해상풍력단지에는 매년 약 4만 명의 관광객이 찾고 있는데, 사업 초기에 사업자가 발전단지 인근에 관광안내소를 설치하고 무료로 전시, 교육,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제공하여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해상풍력단지를 방문해서 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거나, 비용을 지불하고 관광상품을 이용하는 사람이라면 이미 해상풍력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이보다는 다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해상풍력단지를 찾아오도록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상풍력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해상풍력단지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기회뿐 아니라 보다 다양하고 흥미로운 관광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 나아가 지자체와 사업자의 지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할 수 있다면 해상풍력단지를 하나의 교육의 장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해상풍력 수용성과 인식이 개선될 수 있다면 향후 해상풍력사업이 원만하게 진행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태그:#영국, #해상풍력, #램피온, #브라이튼, #관광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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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수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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