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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진이 한국하천호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저널인 <생태와 환경>에 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의 표지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진이 한국하천호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저널인 <생태와 환경>에 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의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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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연구진이 금강 지역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이자 우리나라 고유어종인 흰수마자의 서식처가 확대된 것은 세종보, 공주보 등의 수문 개방에 따른 것이라고 고찰한 논문을 발표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오는 5월부터 세종보 재담수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어서 흰수마자 서식처 파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진(김근식·허문성·김 진·박창득·윤주덕)은 지난 2023년 12월에 한국하천호수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저널인 <생태와 환경>에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을 실었다. 흰수마자를 실험 수조에 넣고 모래 속 잠입 행동을 연구한 결과, 댐과 보가 서식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우선 국립생태원 연구진은 흰수마자의 서식 환경과 생태 특징 등을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한국 고유종인 흰수마자(Gobiobotia naktongensis)는 잉어과 모래무지아과 꾸구리속에 속하는 소형 담수어류로, 전형적인 모래잠입 어류의 특성을 나타낸다. 낙동강 본류와 지류, 금강, 임진강, 한강에 분포하며 유속이 다소 느리고 가는 크기의 모래하상에 서식한다. 야행성으로 밤에 먹이활동을 하고 낮에는 모래 속에 들어가 숨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먹이원은 모래하상에 주로 서식하는 수서곤충을 주로 이용한다. 지속적으로 개체군이 감소하여 환경부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연구진은 수조 안에서 모래 입자 크기에 대한 선호도와 수온변화에 대한 잠입 깊이 등을 연구한 결과, "흰수마자는 유량이 적은 환경에서 1 mm 이하의 모래 하상을 선호하는 반면 유량이 많은 환경에서 1mm보다 큰 모래 하상을 선택하는 경향을 통해 유량이 흰수마자의 미소서식지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어 "국내 하천에 분포하는 흰수마자의 전체적인 분포 및 개체 수는 이전에 비해 심각하게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흰수마자가 집중적으로 서식하던 낙동강 본류와 지류인 내성천, 감천, 황강 등 모래하상으로 구성된 하천에서 최근 개체 확인이 어려운 실정"이라고 보고했다.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진이 <생태와 환경>에 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 내용 중 발췌.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연구진이 <생태와 환경>에 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I급 흰수마자의 모래 선택과 잠입 행동에 관한 연구’ 논문 내용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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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 연구진은 흰수마자 개체수의 급감 요인 중의 하나로 각종 댐과 보의 건설을 꼽았다. 연구진은 "댐이나 보는 하천의 자연 흐름을 변형시킴으로써 모래의 퇴적에 영향을 미치고, 하상의 실트 퇴적은 모래잠입종이 모래 서식처로 파고드는 데 영향을 준다"면서 다음과 같이 고찰했다.

"낙동강은 2010~2011년 4대강 사업으로 본류에 건설된 8개의 대형보로 인해 유속이 느려짐에 따라 퇴적토가 하상에 쌓이면서 모래잠입 어류인 흰수마자의 서식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략) 또한 내성천의 경우 상류에 건설된 영주댐의 영향으로 하류로 이송되어야 하는 가는 하상의 이송이 막히면서, 댐 건설 이전에 비해 2 mm 이상의 하상 비율이 높아지면서 하류 하상구조가 조립화되고 있다. 따라서 하천의 물리적 변형으로 인한 하상 구조의 변화는 흰수마자와 같은 모래잠입 어류의 생존 및 분포에 심각한 제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연구진은 "댐과 보의 철거는 하천의 형태를 과거로 복원시키고 이에 따라 담수어류도 회복된다"면서 "낙동강과 동일하게 흰수마자가 서식하고 있던 금강은 4대강 사업으로 본류에 3개의 보가 건설되었고, 이에 따른 정수 환경으로의 변화로 인해 흰수마자 분포가 급격하게 감소하였다, 이후 2018년부터 순차적으로 보를 개방하면서 현재 흰수마자의 분포 지역이 보 구간을 따라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다"고 논문에 적시했다.

연구진은 또 "보의 개방 초기에는 대부분 지역의 하상에 뻘이 덮여있어서 일부 모래가 드러난 지역에서만 흰수마자의 서식이 확인되었으나 여름 강우 이후 뻘층이 씻겨 내려가고 모래 서식처가 확대되면서 흰수마자의 서식 가능지역이 증가하고 있다"며 "현재 금강의 하상구조는 흰수마자가 선호하는 하상으로 회복되었으며 향후 낙동강도 보 개방을 통해 물의 흐름과 하상 구성이 변화되면, 금강과 동일하게 흰수마자의 서식처가 확보되고 이에 따라 개체군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세종보 수문 개방 이후 변화된 모습. 수문 개방 전에 녹조가 창궐하고 시궁창 펄이 쌓였던 곳에 수풀이 자라고 모래톱이 형성됐다.
 세종보 수문 개방 이후 변화된 모습. 수문 개방 전에 녹조가 창궐하고 시궁창 펄이 쌓였던 곳에 수풀이 자라고 모래톱이 형성됐다.
ⓒ 김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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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흰수마자의 모래 선호도 연구 결과 전반적으로 개체군이 감소하는 원인은 댐, 보 등의 건설로 인한 물리적인 하상구조의 변화로 사료되었다"면서 "특히, 구조물 건설 상류부의 정수역 형성으로 인한 실트와 진흙의 하상 내 축적과 하류부에 세립질 퇴적물 유입 감소 및 침식으로 인한 장갑화로 서식처 변형이 발생하여 잠입에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었다"고 밝혔다.

따라서 연구진은 "흰수마자의 보전 및 복원을 위해서는 서식지 환경 조성이 가장 시급한 것으로 판단되며, 이와 더불어 생태적인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보전 및 복원 전략이 수립되어야 할 것으로 사료된다"고 제언했다.

한편 환경부 산하 한국수자원공사가 용역을 발주해 지난 2021년 12월에 순천향대 산학협력단이 제출한 '댐 유역 하천의 멸종위기 어류 정밀 모니터링 및 복원방안 연구 용역' 보고서에서도 세종보 등 금강에 조성된 보에 물을 채우면 흰수마자와 미호종개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환경부는 오는 4월 말까지 30여억 원을 들여 세종보 보수 공사를 완료하고, 5월부터 수문을 닫아 담수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2018년부터 전면 개방한 세종보가 6년여 만에 닫히게 된다. 특히 수문 개방 이후 세종보 직하류와 5~6km 상류의 합강습지 지역에서 대량으로 발견되는 흰수마자의 서식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태그:#세종보, #흰수마자, #멸종위기종, #국립생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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