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열흘째인 11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18만여명에 달한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열흘째인 11일까지 누적 관객 수는 18만여명에 달한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관람객들이 똘똘 뭉치면 좋겠어요."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에서 만난 김아무개(75)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건국전쟁>을 보러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발권한 영화표를 들어 보이던 그는 "제일 좋아하는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라서 극장에 방문했다"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내, 지인과 함께 <건국전쟁>을 관람하러 온 은승기(87)씨도 영화관 한쪽에 마련된 소파에 앉아 입장 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건국전쟁>에는 이 전 대통령의 건국 정신 등이 담겨있다고 알고 있다"며 "젊은 사람들도 많이 관람하러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영화관에서 2km 남짓 떨어진 또 다른 영화관에서는 <길 위에 김대중>을 상영하고 있었다. 스스로를 "김대중 전 대통령의 팬"이라고 소개한 관람객 김평환(67)씨는 "<길 위에 김대중> (누적 관객 수가) 20만 명이 안 됐다"며 "안타깝다"고 했다. 이어 "(해당 영화를) 젊은 친구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온·오프라인서 지지층 결집, 정치권도 발길도 이어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민환기 감독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 "길위에 김대중" VIP 시사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민환기 감독 등 참석자들이 지난해 12월 18일 서울 용산구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길위에 김대중> VIP시사회에 참석한 모습.
ⓒ 공동취재사진

관련사진보기


총선을 앞두고 전직 대통령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가 연이어 개봉하자 지지층들이 결집하는 모양새다. 1월 10일에는 김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길 위에 김대중>이, 지난 1일에는 이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담은 <건국전쟁>이 각각 개봉했다. 현재까지 두 영화의 누적 관객 수는 각각 12만 명, 23만 명을 넘어섰다.

정치권도 여야별로 각기 다른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 야권 인사들은 지난해 12월 열린 시사회에서 <길 위에 김대중>을 관람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지난달 22일 경남 양산의 한 영화관에서 해당 영화를 관람했다.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2일에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등 여권 인사들이 <건국전쟁>을 관람하기도 했다.

온라인에서도 지지층 간 결집·견제가 이어졌다. 일부 누리꾼은 <건국전쟁> 개봉 직전인 지난 1월 말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길 위에 김대중>은 벌써 누적 관객 수가 1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며 "<건국전쟁>의 사전 예매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또 일부 누리꾼 사이에서는 "<길 위에 김대중>을 더 많이 보면 좋겠다", "민주주의를 위해 거리로 나오는 정치인과 국민들, 이런 게 애국 영화지" 등의 글이 이어지기도 했다.

일부 관람객 "정치 성향 다르지만... 반대편 영화도 볼 예정"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 관람객들이 영화표 발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 관람객들이 영화표 발권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한편 두 영화의 관람객 일부는 이날 <오마이뉴스>에 "(자신의) 정치 성향과는 다르지만, <건국전쟁>(또는 <길 위에 김대중>)을 보고 싶다"고도 했다.

이날 <건국전쟁>을 보러 온 진아무개(36)씨는 스스로를 "보수 성향"이라고 소개하면서도 "<길 위에 김대중>은 아직 안 봤는데 그것도 한번 보고 싶다"고 했다. 앞서 만난 은씨 역시 "우리나라의 번영을 위해서는 어느 한쪽에 편향되지 않은 사고로 판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길 위에 김대중>도 관람할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길 위에 김대중>을 보기 위해 인근 다른 영화관을 찾은 송아무개(57)씨는 "저에게 (김 전 대통령은) 암울했던 시기에 기댈 수 있는 대통령이었다"면서도 "<건국전쟁>의 개봉 소식은 어제 뉴스를 통해 알게 됐는데, 그 영화도 관람하고 제가 모르고 있었던 점들을 알고 싶다"고 말했다.

정치학자 "영화까지 정치 양극화, 중도층 반감 부를 수도"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 전경.
 13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영화관 전경.
ⓒ 박수림

관련사진보기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민주화 이후 보수와 진보 양쪽 모두가 (영화 등) 작품을 생산하는 추세"라며 "관람객 역시 강하게 대립하고 양극화되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영화관에서 두 영화를 관람하는) 이들은 이미 지지 정도가 강한 '정치 고관여층'일 가능성이 크다"면서 "두 영화는 동원 효과보다 강화 효과가 크다. (두 영화가) 총선에서 (승패를 가르는) 큰 변수가 되지는 않겠지만 지지층을 이탈하지 않게끔 하는 데에는 충분히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학자인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 역시 "영화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며 "영화는 사실을 반영하기는 하지만, 감독 등 제작진의 편견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가진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관람객 양극화는 정치인들이 영화를 관람한 뒤 자신의 지지층에 동참을 호소하는 전략을 써서 일반 대중들에게까지 퍼졌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그런 전략은 중도층의 반감과 이탈을 불러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영화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관람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태그:#길위에김대중, #건국전쟁, #이승만, #김대중, #영화관
댓글10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