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포스터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포스터 ⓒ 넷플릭스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삶의 주요 결정을 할 때 우리는 '감' 혹은 '확신'을 주로 믿는다. 이 둘은 좀 다른데, 아주 확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우린 '확신'을 한다. 그동안 내가 보고 들었던 것과 다른 사람이 이야기하는 여러 근거들을 바탕으로 확신한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다고 믿는다. 

반대로 어떤 순간에는 확실히 눈에 보이는 건 없지만 그냥 그것을 선택해야 한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바로 '감'이 작동할 때다. 여기엔 내세울만한 근거가 없다. 그저 과거 자신의 경험 속에 녹아들어 있는 느낌을 바탕으로 한다. 그것이 옳은 선택일 수도, 나쁜 선택일 수도 있다. 

이 둘의 공통점이 있다면, 확신과 감을 바탕으로 선택한 것들 모두 결과가 좋을지 나쁠지 그 순간에는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속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자신의 행동을 결정하고 판단할 때, '감' 혹은 '확신'에 따른다. 그것이 분명 옳은 길이라 생각하고 선택하지만 인물 자신들에게 계속 혼란이라는 것을 던져준다. 그게 맞다고 생각했는데, 맞다고 확신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진짜 맞는지 계속 의심하게 된다.

평범한 대학생 이탕(최우식),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 그리고 연쇄살인마 송촌(이희준)이 가진 '감' 혹은 '확신'은 정말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감정] 대학생 이탕의 '감'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이탕은 평범한 대학생이다. 그는 고등학교 때는 괴롭힘을 당하는 힘없는 피해자였고 대학교에 가서도 어떤 식으로 살아가야 할지 알지 못하는 인물이다. 그에겐 특별한 목표도 없고 그저 학교에 다니면서 알바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다. 편의점 알바를 하던 어느 날 그는 진상 손님을 만나고 얼마 후, 그 손님과 같이 있던 일행과 길에서 다툼을 벌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망치로 상대의 머리를 쳐 죽음에 이르게 한다. 평범했던 그가 특별해지는 순간이다. 

그 순간 이후 이탕에게는 특별한 '감'이 생긴다. 연쇄살인범이나 범죄자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다. 이탕이 처음 죽였던 남자가 알고 보니 연쇄살인범이었고, 두 번째로 죽이게 된 여자 역시 알고 보니 살인범이었다. 그는 '감'으로 범죄자를 찾는다. 새로운 살인 대상을 찾는 것이다. 이후 몇 년에 걸쳐 이탕은 그런 범죄자들을 처단하며 돌아다닌다. 여기엔 조력자인 노빈(김요한)의 도움이 있었다. 노빈은 자신의 컴퓨터와 프로그램을 다루는 능력으로 범죄 대상을 물색하거나 증거를 없애고, 이탕이 살아갈 수 있게 의식주를 해결해 준다.    

그런데 문제는 이탕은 자신의 감에 대한 '확신'이 없다. 그저 지나가다 어떤 느낌 만으로 죽일 상대를 찾아낸다. 조력자인 노빈의 도움이 있지만, 그건 살인 대상을 찾은 이후에 벌어진다. 어쨌든 이탕이 죽인 모든 사람은 강력한 범죄의 가해자들이다. 그들에게 피해를 받은 대상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죽어 마땅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확신'없이 벌인 살인들은 과연 정당할 수 있을까. 그걸 지켜보는 일반 사람들에게 영웅적인 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이탕이 자신이 저지르는 살인에 자신없어 하는 것도 바로 그런 문제의식에 있다. 그저 '감'만으로 살인을 하는 것, 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괴물이 되어야만 하는 평범한 학생 이탕은 그런 문제의식 속에서 계속 허우적댄다.

[두 번째 감정] 전직 형사 송촌의 '감'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스틸 이미지

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이 시리즈의 최대 빌런인 송촌은 전직 형사였다. 그는 살인범이었던 아버지의 과오를 바로 잡고자 형사에 지원해 좋은 형사가 되고자 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의 시선이 그렇게 곱지 않다. 특히나 가장 좋지 않게 보는 건 장난감 형사의 아버지다. 어떤 사건을 거친 이후 그 역시 조력자 노빈을 만난다. 그리고 그는 노빈의 도움으로 나쁜 범죄자를 죽이면서 살인 행위를 이어간다. 송촌 역시 자신만이 가진 '감'으로 범죄자를 찾고 응징한다. 그가 가진 '감'은 그가 형사로서 가진 것이기도 하고, 그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송촌은 새롭게 영웅 노릇을 하는 이탕이라는 인물을 만나서 '감'에 대해 묻는다. 송촌은 이탕에게 죽일 상대가 범죄자라는 '확신'이 있는지 묻는다. 송촌이라는 인물은 자신이 물색한 상대를 죽일 때 상대가 범죄자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형사적인 느낌과 감으로 판단해 실행할 뿐이다. 그래서 송촌은 오랜 기간 그런 살인을 해오면서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할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송촌 역시 '확신'을 찾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살인행위를 멈추지 못한다. 그가 살인을 멈춘다는 건, 자신의 '감'이 틀렸거나 이제 그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송촌은 자신의 끔찍한 행위들을 정당화할 '확신'을 찾아다녔을 것이다. 그전까지 그는 '감'에 따라 누군가를 추적하거나 살인을 해나갔다. 그가 이야기 속에서 무시무시하게 느껴지는 건, 그가 가진 '감'이 무서울 만큼 꽤나 정확하고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럼 이탕의 '감'과 송촌의 '감'은 무엇이 다른 걸까. 결국 두 사람의 살인이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세 번째 감정] 현직 형사 장난감의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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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살인자ㅇ난감> 스틸 이미지 ⓒ 넷플릭스

 
형사 장난감은 자신이 맡은 구역에서 벌어지는 살인들에 이탕이 연관되어 있다는 감을 믿는다. 그래서 이탕이 일했던 편의점을 몇 번이나 방문해서 이탕에 대해서 조사하고 이미 벌어진 살인 사건을 다른 각도로 살펴본다. 하지만 그는 이탕이 살인을 했다는 증거나 목격자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이탕이 살인범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장난감 형사는 무엇 때문에 그런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까. 장난감 형사의 '감'은 '확신'에 이를 수 있을 정도의 근거가 있는걸까.

사실 장난감 형사는 송촌 역시 추적하고 있다. 이탕과 마찬가지로 송촌이 영웅 놀이를 하고 있는 살인자라고 확신한다. 그는 직감적으로 이탕이 송촌과 같은 분류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에 형사로서의 '감'만 있을 뿐 그것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나 목격자가 없다는 것이다. 그가 추적하는 힘이 떨어지게 되는 것도 그가 가진 증거가 아무것도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역시 자신의 '감'을 확신으로 증명하지 못한다. 이탕과 송촌을 보는 장형사의 머리 속은 복잡하다. 자신의 '감'이 정말 맞는 걸까.

이야기의 말미, 장난감 형사는 자신의 '감'이 맞았다는 것을 송촌으로부터 듣게 된다.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진실도 있고 오류도 있다. 그렇다면 그가 믿었던 '감'을 따라가는 것이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장난감 형사는 자신이 몰랐던 사실 때문에 분노에 가득 차 송촌을 죽이려 한다. 그가 가진 '감'과 인지하지 못했던 사실이 뒤섞이며, 큰 분노 에너지를 만들어낸다. 만약 그 에너지를 이기지 못해 그가 살인을 한다면 그 살인은 정당화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되면 결국 이탕, 송촌과 장난감의 행동은 어디가 다르고 어디가 같은걸까.

시리즈 <살인자ㅇ난감>은 명확한 근거가 없는, '감'으로 시작된 '확신'이 얼마나 약해빠진 것인지를 그대로 드러내 보여준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아무 증거도 없이 자신들의 '감'으로 살인을 행하거나 누군가를 잡으려 한다. 서로 다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이 세 인물 모두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수 있는 어떤 것을 찾지 못했다.

이탕, 송촌, 장난감을 각각 대비시키던 시리즈는 이야기의 후반부 세 인물을 한 곳에 몰아 넣어두고 어떤 것이 맞는지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의 감이 더 믿을만한가'라고 말이다. 여기엔 역시나 우리가 전체 이야기를 보면서 알게 된 것과 숨겨졌던 사실이 공개되면서 우리가 '감'으로 만들어낸 사실이 얼마나 실제와 다르게 나타나는지를 체험하게 해준다.

세 인물이 가진 '감'이 진짜 초능력인지 아니면 그냥 느낌인지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지만, 이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본 모든 사람들은 깨닫는다. 관객 스스로가 느낀 '감'만으로는 결코 어떤 것도 '확신'하지 못한다는 걸.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동근 시민기자의 브런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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