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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수집>
▲ 책표지 <클로버의 후회수집>
ⓒ 인플루엔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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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미키 브래머의 데뷔 소설이다. 작가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대중문화 잡지에서 인터뷰 전문 기자로 일했고, 프랑스 파리에서 칼럼니스트이자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다. 작가는 첫 소설에서 '임종 도우미(death doula)'라는 신선한 소재로 다소 불편할 수 있는 죽음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접근했다. 이 책은 출간되자마자 출판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면서 곧바로 아마존 에디터 추천도서로 선정되었고 전 세계 23국에 번역 수출되었다.

<클로버의 후회 수집>은 '임종 도우미' 클로버가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남긴 마지막 말들을(후회와 고백과 조언) 수집하고 기록하면서 고인의 영혼을 위로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는 일'보다 '죽는 일'에 마음을 쏟는 클로버에게 찾아온 아흔아홉 번째 의뢰, 그 일은 그녀의 삶에 커다란 변화와 깨달음을 안겨 준다.

임종 도우미라는 평범하지 않은 직업 때문에 친구도 사귀지 못하고. 마음을 열려고 시도했다가 상처를 받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했기 때문에 마음에 빗장을 완전히 닫아버렸던 클로버는 혼자의 삶을 당연하게 여긴다. 클로버의 유일한 친구는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친구였던 노인 '리오' 뿐이었다.

그렇게 죽음을 직시하며 살았는데도, 정작 자신의 인생에 영원히 할아버지가 부재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던 클로버는 '리오'를 통해 할아버지를 기억하고 그에게 자신을 투영시키며 삶을 관조한다. 그러던 어느 날 윗집으로 이사 온 실비, '임종 도우미'라는 직업을 어두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는 실비와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클로버의 삶에 명랑함이 깃들기 시작한다.

누군가 세상을 떠날 때가 되면 ​

임종 도우미로 일해온 클로버는 누군가 떠날 때가 되었다는 사실을 냄새로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 자리에 가족이나 친구, 연인이 있으면 그들에게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시점을 알려줄 수 있었다.(11쪽)

클로버의 아흔아홉째 의뢰인 세바스찬의 할머니 클로디아 역시 삶의 끝자락에 닿아 있었고, 그녀의 마지막에 후회가 남지 않도록 과거의 연인 휴고를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클로버는 자신의 내면을 제대로 들여다보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이 되면 그 순간이 세상에 흔적을 남길 마지막 기회임을 깨닫고 의미 있는 말을 남기려 한다. 마지막 메시지는 주로 '달리 행동했더라면 좋았을 일, 살아온 과정에서 배운 것, 마침내 드러낼 준비가 된 비밀(16쪽)', 이런 세 가지 범주 중 하나에 들어맞았다.

클로디아는 '마침내 드러낼 준비가 된 비밀'이었던 옛 연인 휴고의 존재를 털어놓는다. 클로디아는 클로버 덕분에 그녀의 인생에서 유일한 사랑이었던 '휴고' 역시 자신을 평생 잊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영혼의 부담을 덜고 편안히 눈을 감는다. 그리고 클로버에게 자신과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당부하고, 클로버는 깨닫게 된다. 자신이 바라는 삶에 가깝게 살았던 사람이 바로 클로디아였다는 사실을.
 
클로디아가 베개에 다시 파묻혔다.
"내 실수에서 교훈을 얻길 바랄게요. 클로버."
한마디 한마디 할수록 소리가 점점 더 작아지고 말이 스타카토처럼 딱딱 끊어졌다.
"미지의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인생 최고의 부분을 그냥 흘려보내지 말아요."
클로디아가 마지막으로 윙크를 했다.
"조심스럽게 무모해지길"
(378쪽)

클로디아가 기록한 후회 노트들은, 그저 사람들의 마지막을 모아둔 것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후회를 경청하고 기록하면서,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을 덜어내고, 살아가는 내내 가족의 부재에서 느꼈던 공허함을 채워나갔던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들의 후회를 다 기리고 난 후, 클로버 역시 자신의 후회를 말할 기회를 얻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치명적인 후회를 피하기 위한 교훈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누군가 항상 우리 곁에 있을 땐 그 사람이 늘 그 자리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다 어느 날, 그 사람은 사라져버린다.(401쪽) 클로버의 할아버지가 그랬고, 리오 역시 갑작스럽게 죽음을 맞이했다.

할아버지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으로 '임종 도우미'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클로버의 삶을 안타깝게 지켜보았던 리오는, 죽음의 순간 클로버의 마음에 걸려있던 빗장을 열어준다. 그리고 클로버가 자신의 삶을 삶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면서 완벽한 작별 인사를 한다.
 
하지만 아름답게 죽는 방법은 결국 아름답게 사는 것뿐이야. 
네 마음을 저기 저세상에 내놓거라. 
부서지게 내버려 둬. 
기회들을 잡아. 
실수를 저질러. 
약속해 줘 꼬마야, 네 삶을 살겠다고. 
(413쪽)

<클로버의 후회수집>은 우리 모두가 지구상의 많은 사람들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얼기설기 얽혀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리고 다른 이의 삶을 형성하는 데 어떻게든 관여를 해왔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하면서 '죽음'이라는 어두운 키워드를 결코 암울하지 않은 분위기로 만들어준다. 죽음을 이야기하지만 결국 희망을 보게 해주는 책,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상처받은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아름답고 따뜻한 시선의 책이라고 하겠다. 

클로버가 기록한 사람들의 후회가, 우리들이 마지막에 떠올리게 될 후회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임을 안다. 독자들로 하여금 세상과 당당히 마주하며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기 위한 노력을 다짐하게 만드는, 가슴을 벅차오르게 만드는 소설로 이 책이 널리 읽히기를 바란다.

태그:#클로버, #후회수집, #임종도우미, #미키브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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