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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카니발, 폐막식
 니스 카니발, 폐막식
ⓒ 박성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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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대 카니발 중 하나로 손꼽히는 니스 카니발이 2024년 2월 17일부터 약 2주간의 행사 끝에 3월 3일 막을 내렸다. 니스 카니발의 폐막식은 화려한 불꽃놀이와 행진에 사용되었던 왕의 조형물을 바닷가에서 불에 태우는 행사로 유명하다.

니스 카니발은 매년 주제를 바꿔가면서 그에 맞게 조형물과 행진을 구성한다. 매번 바뀌는 이 주제들은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나 사회변화를 반영하고는 하기 때문에 주제 자체만으로도 눈여겨볼만하다. 예를 들어,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던 2000년에는 별다른 목적 없이 인터넷을 검색하는 행위를 뜻하는 영어단어 웹서핑(web surfing)의 서핑을 실제 항해에 빗대어 오딧세이 닷컴의 왕 (Roi des Odyssees.com)이라는 주제를 선보인 바 있다.

2024년의 니스 카니발은 '대중문화의 왕' (Roi de la pop culture)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마치 만화의 한 장면 같은 공식 포스터부터 시작해서 매트릭스, 바비,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 퀸스 갬빗, 해리포터, 스타워즈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등 유명한 영화나 시리즈들의 캐릭터들이 행진 조형물들을 가득 채웠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대중문화의 아이콘인 월트 디즈니와 각종 디즈니 캐릭터들은 조형물로도 만들어졌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디즈니 공주나 캐릭터들의 복장을 하고 행진하는 방식으로 기념되었다. 또한 일본 원피스의 루피나 진격의 거인, 스파이 패밀리의 아냐 등 유럽 최대의 만화 소비국이라는 프랑스의 위치를 보여주듯, 한국에서도 익숙한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들 역시 조형물로 만들어졌다.
 
니스 카니발, K-POP의 밤
 니스 카니발, K-POP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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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니발의 끝 무렵인 3월 1일에는 'K-POP의 밤' 행사가 따로 마련되기도 하였는데, 거대한 무대에서 K-POP 노래들을 듣고 다 함께 춤을 출 수 있는 행사였다. 춤을 배우고 노래를 듣고 춤을 맞추는 퀴즈쇼 등도 'K-POP의 밤' 행사의 프로그램 중 일부였다. 위 행사에 필자가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시작하기 전 사람들이 줄을 서는 것에서 열띤 행사 분위기를 얼핏 엿보았다. 행사 전부터 게임 리그오브 레전드의 주제곡으로 쓰인 뉴진스의 'GODS'나 스트레이키즈의 곡들이 흘러나오고 있어, K-POP의 최신 흐름도 반영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니스 카니발의 가장 대표적인 행사인 빛의 행진 (Coro Carnavalesque illumine)과 꽃들의 전투 (La bataille de fleurs)이다. 이 두 유명한 행사는 영국인들의 산책로 (promenade des anglais)와 마세나 광장 (Place Massena), 대관람차 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행진 퍼레이드로, 세계 3대 카니발이라는 명석에 맞게 조명과 음악, 색감에 있어서 극도의 화려함을 보여준다.

사순절 시작 알리는 축제... 사람들 쓰는 가면의 역할
  
니스 카니발, '빛의 행진'
 니스 카니발, '빛의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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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스 카니발, '빛의 축제'
 니스 카니발, '빛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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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행진'에서는 다양한 조형물들과 분장한 사람들, 그리고 군악대들이 행진로를 따라 이동한다.
 
니스 카니발, '꽃들의 전투'
 니스 카니발, '꽃들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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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의 전투' 역시 빛의 행진처럼 조형물과 사람들, 군악대가 같은 행진로를 따라 이동하는 행사이다. 다만, 이름에 걸맞게 '꽃들의 전투'에 사용되는 조형물들은 온통 생화로 장식되어 있으며, 카트에 타고 있는 캐릭터나 사람이 행진로에서 구경하는 관객들에게 생화를 던지는 이벤트가 이어진다. 앞 줄에 서 있고 운이 좋으면 꽃을 받아 집으로 가져갈 수도 있다.

한국어로는 사육제라고 불리는 카니발은 가톨릭적 전통에 따라 금욕을 요구하는 사순절이 시작되기 전 먹거리나 볼거리 등 즐길 수 있는 것들을 충분히 즐기고자 시작된 축제이다. 카니발 기간에는 계급이나 성별 등 그 어떠한 것도 크게 구애받지 않고 사람들이 다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카니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이미지인 가면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긴 채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카니발의 정신은 니스 카니발 곳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었다. 카니발의 조형물이나 축제 구성에 일본이나 한국의 컨텐츠들을 활용했음은 물론이고, '빛의 행진'에서는 볼리비아 국기를 내걸고 볼리비아 식의 춤을 추는 공연자들도 있었다. 아시아계 참가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으나 인종적 구성 역시 다양한 편에 속했다.
 
니스 카니발 '꽃들의 전투'
 니스 카니발 '꽃들의 전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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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에서 특히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다양한 연령대가 참여하며 함께 즐기는 모습이었다. 카트와 조형물 위에서 춤을 추거나 행진을 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사람들은 젊은 남녀뿐만이 아니라 소년 소녀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디즈니 공주 복장을 한 행진자들 역시 레이드에서 공주 옷을 입고 공주 역할을 하는 사람은 젊고 예쁜 여성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필자가 '빛의 행진' 행사에 참여하였을 때에는 사회자가 니스의 시민들, 프랑스의 해외령을 포함한 모든 프랑스 국민들, 그리고 외국인까지도 모두 환영한다는 인사말을 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인사말이 모두 프랑스어였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외국인들이 이해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남프랑스 라이베리아 지역 코테 다쥬르 (French Riveria, Côte d'Azur)에서 아름다운 해변가와 함께 이색적인 축제를 즐기고 싶다면 2월 카니발 기간에 니스를 방문하기를 권한다. 추가로, 니스에서 기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망통에서도 레몬축제를 비슷한 시기에 개최하니 함께 방문하면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니스 카니발은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거나 온라인으로 예매가 가능하다. 여행 일자에 맞춰 날짜나 시간을 선택한 후 원하는 행사의 티켓을 구매하면 된다. '빛의 행진'이나 '꽃들의 전투'의 경우 도로변에서 서서 관람하는 것이 각각 16유로(한화 약 2만 3천원). 니스 카니발은 유명세에 걸맞게 수많은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입장 전 짐 검사는 필수이며, 행사 시작 1시간 전에도 도로변의 경우 앞자리가 꽉 차 있을 수가 있어 여유롭게 도착하기를 권고한다.

태그:#니스, #프랑스, #카니발, #축제, #해외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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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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