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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 연재 글에서는 세 도시의 사례들을 살펴볼 것이라고 하였는데, 그 전에 한국의 상황을 먼저 짚고 넘어가 보고자 한다. 애석하게도, 대한민국은 기후악당국중의 하나로 손꼽힐 정도로 기후위기 대응에 큰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국가이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최근 총선과 관련하여 기후위기를 주요 공약으로 내거는 후보들이나 주요하게 고려하겠다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는 점, 정부나 시 등 지자체 차원에서도 비교적 최근 많은 화제가 되었던 '기후동행카드'처럼 점점 더 많은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점으로 미루어보아 한국에서도 늦었지만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차원에서의 큰 계획이나 시 단위에서의 일관된 정책, 정확히 어떻게 도시의 모습을 바꾸어야 할지에 대한 논의는 한국 사회에서 크게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시를 책임지고 있는 시장이나 구청장 같은 정치인들에 의해 환경에 반(反)하는 정책이 진행되기도 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먼저 한국형 대중교통패스인 '기후동행카드'를 살펴보자. '기후동행카드'의 출시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부터 필자는 과연 '기후동행카드'가 기후위기 대응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을지에 대하여 의문이 들었다.

교통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격하게 줄이기 위해서는 대중교통만으로도 사람들이 도시 곳곳 원하는 곳을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데, 도시의 구조가 변하지 않은 채 대중교통의 가격만 절감해주는 것은 그저 기존에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던 사람들에게 조금 더 혜택을 주는 정도에 불과해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서대문구는 연세대학교 앞의 차 없는 거리를 시범 해제하는 등 대중교통과 도보 이동 활성화라는 목표와는 동 떨어진 행보를 보이기도 하였다.

서울시에 따르면 대중교통비로 월 6만 원 이상을 사용하던 이들 중 약 8만 명이 이번 기후동행카드로 첫 달에 약 3만 원의 교통비 절감 혜택을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기후동행카드'가 출시되기 이전에 한 달 대중교통비로 6만 원 이상을 지출하던 소비자는 약 4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집계된다.

말인즉슨, 평소에 대중교통비가 6만 원 이상 들지 않던 60% 이상의 시민들에게는 '기후동행카드'의 출시가 주된 교통수단을 대중교통으로 전환할 인센티브로 작용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참고로 '기후동행카드' 도입 이전에 환경단체들은 1만원 대의 한국형 교통패스를, 정의당은 3만 원 교통패스를 주장한 바가 있다.

무엇이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길인가에 대한 숙고의 부재는 '기후동행카드'와 연계되어 진행되고 있는 한강 리버버스 사업에서도 드러난다. 서울시는 2024년 10월부터 한강 리버버스를 총 8대 운항을 시작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선착장은 마곡, 망원, 여의도, 잠원, 옥수, 뚝섬, 잠실에 위치할 예정이다. 리버버스는 약 15-20분 정도의 간격으로 배차되며 금액은 3천 원이라고 한다. 서울시와 오세훈 시장은 한강 리버버스가 김포골드라인 혼잡도를 해소하고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을 대중교통을 이용하도록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서울환경연합 등과 같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리버버스 사업에 대해 꾸준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사업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것이 '친환경적'인 사업인지에 대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중 몇 가지 근거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이번 사업에 사용되는 선박들은 디젤엔진을 기반으로 한 하이브리드 모델들이다. 하이브리드 모델이 디젤엔진만 사용하는 것보다는 당연히 에너지 절약적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것이 무공해라는 말은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하이브리드 모델을 사용함으로써 어느 정도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얻어내려면 과연 사람들이 리버버스를 얼마나 이용할 것인지, 그래서 시민들의 자가용 이용 비중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 것인지를 계산해보고 얻어낼 수 있는 이득을 손실과 비교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손실이 더 큰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둘째로, 리버버스 사업이 진행되려면 선착장을 지어야 한다. 그런데 서울시에서 발표한 리버버스 선착장 예정 부지와 예정 노선을 살펴보면 멸종위기종 생물 서식지들이 존재해있는 장소들과 겹치는 부분이 있다. 특히 옥수동 저자도 일대는 큰고니나 흰꼬리수리 등이 서식하는 곳으로 서울철새보호구역 시민조사단이 포착한 바가 있다. 그러나 선착장을 짓기 위해서는 이 근처에서 대규모의 공사를 진행해야 한다. 매일같이 거대한 배가 빠른 속도로 지나다니는 것도 새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은 아님이 분명하다.

문제는 서울시뿐만이 아니다. 전라북도 전주시는 2023년부터 전주천 일대의 아름드리 버드나무들을 무더기로 벌목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벌목된 나무는 대략 1천 그루 이상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들 중 상당수가 20년 정도 자란 오래된 나무들이다.

이 버드나무 숲길은 사계절 다른 풍경을 보여주고, 여름철에는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등 시민들의 쉼터로 자리 잡아온 곳이다. 벌목이 시작되자 환경단체들뿐만 아니라 전주시 시민들도 나서서 시장을 비롯한 책임자들에게 강한 항의를 표명하였다. 그러자 잠시 벌목이 중단된 적이 있었으나, 그뿐이었다. 벌목은 사안에 대한 건전한 토론이나 토의,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다시 시작되어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에 시민들은 '버드나무 학살'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해가며 지속적인 반대 의사를 전하고 있지만, 과연 이 의사가 벌목사업의 주도자인 시장에게 제대로 전달될지는 미지수이다.

이와 같은 벌목사업의 이유로 전주시는 전주천의 홍수 피해 예방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벌목이 홍수 피해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의 근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과학적으로 그릇된 주장이다. 강가에 위치한 나무들은 비가 오는 날에는 빗물을 땅에 머금어 범람을 방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삼림벌채는 토양 침식을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홍수 피해의 위험도 증폭시킨다.

놀랍게도 이는 필자가 아주 오래전 초등학교에 다닐 때에도 과학시간에 배웠던 내용이며, 과학 서적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사실이다. 시의 책임자와 공무원들이 어떻게 이에 반하는 주장을 할 수 있는지, 정말로 전주천 벌목사업이 홍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인지,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이면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이다.

벌목이 홍수 피해 예방와 아무 관련이 없음은 실제 데이터로도 드러난다. 전주시의회 이국 의원은 22일, '2023년부터 시작된 벌목 이후 홍수 피해가 8건이나 발생했다'고 발언하였다. 과연 전주시는 홍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때까지, 아직 남아있는 나무들까지 모두 베어버릴 심산인가?

서울시 저자도 일대의 멸종위기종 새들은 강가에 자갈과 모래가 충분히 쌓이지 않아 몇십 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물새들이다. 전주시가 지금도 베어내고 있는 나무들은 20년이라는 오랜 세월 동안 그 자리에 묵묵히 서 있었던 고마운 존재들이다. 그러나 이들은 시장을 비롯한 기타 공무원들이 추진하는 사업에 따라 삶의 터전을 잃을 예정이거나, 이미 잃고 말았다.

사업을 추진하는 시장은 선출직으로 임기가 어느 정도 정해져있지만, 한번 파괴된 자연환경은 다시 복원되는데 이들의 임기보다도 훨씬 오랜 시간이 걸린다. 사업의 책임자들이 자리에서 물러나고 사업이 종료되더라도 사업의 여파와 피해는 훨씬 오래 지속되고 만다. 아무리 사소해 보이는 일일지라도 무엇이 '진정한' 기후위기 대응이자 환경을 우선시한 방법인지 철저히 따져봐야 하는 이유이다.

태그:#기후위기, #리버버스, #기후동행카드, #전주시, #벌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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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재다능한 전문가가 되고 싶은 사회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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