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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변함없이 활짝 꽃 피워 준 군자란이 참 고맙다.
▲ 활짝 꽃 피워 준 군자란(3월 24일) 올해도 변함없이 활짝 꽃 피워 준 군자란이 참 고맙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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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식물을 키운다. 식물이 친구도 되어주고 마음이 울적할 때 위로해 주니 반려식물 맞다. 우리집 베란다에는 많은 식물이 있다. 40여 종의 동양란과 군자란을 비롯해서 알로카시아, 천냥금, 개음죽, 산호수, 호주 삼나무 등 여러 종류의 식물이 있다. 하나하나 모두 귀한 식물이다.

설날에 꽃 피기 시작한 난꽃이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 시들지 않고 피어있다. 며칠 만에 떨어지는 꽃도 있는데 오래도록 난꽃을 볼 수 있어서 참 고맙다. 우리 집에 행운이 오래오래 가득하길 바란다.
 
2월 15일에 핀 난꽃이 3월 20일까지 한 달 이상 떨어지지 않고 피어있었다.
▲ 우리 집 난꽃 2월 15일에 핀 난꽃이 3월 20일까지 한 달 이상 떨어지지 않고 피어있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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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꽤 추웠는데도 겨울 동안 베란다에서도 얼지 않고 잘 버텨주었다. 기특해서 쓰담쓰담해주고 싶다. 지난 11월에 군자란이 이상 기온으로 꽃을 피워주어 신기했다(관련기사 : 4개월 빨리 핀 꽃, 식물도 날씨가 헷갈리나 봅니다). 봄에 피는 군자란꽃처럼 꽃대가 힘차게 올라오지 않고 아래에서 새색시처럼 피었었다. 수줍은 듯 하나씩 삐죽이 얼굴 내밀며 1월까지 피더니 시들었다.

11월에 꽃대가 미리 올라와서 봄에 꽃이 피지 않을까 봐 걱정했는데 새잎이 난 가운데로 꽃대가 올라와서 감동이었다. 2월 19일에 발견했다. 우리 집에는 군자란 화분에 다섯 개가 있는데 네 군데에서 꽃대가 올라왔다.
  
겨울을 이기고 군자란 꽃대가 가장 가운데서 올라왔다.
▲ 2월 19일 올라온 군자란 꽃대 겨울을 이기고 군자란 꽃대가 가장 가운데서 올라왔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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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베란다에 나가서 군자란 꽃대를 살폈다. 꽃대가 다섯 개다. 하루하루 꽃대가 조금씩 키가 커져서 하늘을 향해 쑤욱 올라왔다. 3월 초는 꽃샘추위도 심하여 봄이라고 할 수 없었는데 군자란을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했다.

3월 들어서며 감기를 심하게 앓았다. 퇴직 전(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함)에도 새 학년도가 시작하는 3월이 가장 힘들었다. 늘 3월에 감기 몸살을 앓았었다. 참 이상하다. 올해는 은퇴하고 집에서 쉬는데도 감기에 걸렸다. 몸이 반응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3월 2일에 벌써 군자란 꽃대가 쑥 올라왔다.
▲ 조금 자란 군자란 꽃대 3월 2일에 벌써 군자란 꽃대가 쑥 올라왔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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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2월 말 하늘나라 가신 친정엄마를 고향에 가서 만나고 왔다. 잘 계실 거라고 믿는데도 자꾸 그리움에 가슴이 아려왔다. TV를 보다가도, 글을 읽다가도 문득문득 떠올랐다. 좀 더 잘해 드릴 걸 하는 마음에 후회만 가득하다. 마음이 허약해져서인지 감기로 2주 정도 힘들었다. 특히 이번 감기는 기침 때문에 고생했다.

감기로 아플 때 베란다에 나가서 매일 커지는 군자란 꽃대를 보며 웃었다. 약 드시고 감기 얼른 나으라고 위로해 주는 듯했다. 꽃대가 올라오고 거의 한 달 만에 군자란이 꽃망울을 터뜨렸다. 모두 활짝 핀 것은 아니지만, 곧 만개할 것 같다.
 
3월 15일부터 군자란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 하나둘 꽃이 피기 시작한 군자란 3월 15일부터 군자란꽃이 하나둘 피기 시작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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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우리 집 군자란에게 식물상 대상을 수여한다고 글을 썼다(관련 기사 : 
40여 개의 화분, 올해의 식물상은 이 꽃입니다). 글을 쓰고 나니 군자란에게 관심이 더 가고, 귀하게 느껴졌다. 더 정성을 들여 잎도 닦아주고 시든 잎도 따 주었다. 역시 올해도 배신하지 않고 군자란 꽃말처럼 고귀하게 활짝 꽃 피워 주었다.

처음 군자란을 가꾸기 시작한 것은 친정집에 있던 군자란 화분을 가져온 후부터였다. 화분 하나는 길에서 사다가 심었다. 두 개였던 군자란 화분 옆에서 올라오는 싹을 옮겨 심으며 다섯 개로 늘렸다. 올봄에 식구 하나를 더 늘렸다. 지금은 아주 작지만 올 1년 정성을 다하면 훌륭한 군자란으로 자랄 것이다.
  
큰 화분 옆에서 올라온 싹을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 식구를 늘렸다.
▲ 다른 화분에 옮겨 심은 군자란 모종 큰 화분 옆에서 올라온 싹을 다른 화분에 옮겨 심어 식구를 늘렸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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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군자란 다섯 송이가 활짝 피기 시작했다. 밤에 불을 안 켜도 등불처럼 밝게 빛날 것이다. 올해도 군자란이 주는 용기와 인내와 희망으로 1년을 잘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올해도 변함없이 활짝 피어준 군자란이 참 고맙다. 군자란꽃이 지지 않고 오래 행복을 전해주길 기대해 본다.
  
꽃대가 올라오고 한 달 정도 지나니 꽃이 많이 피었다. 변함없이 작년처럼 다섯 송이가 피었다.
▲ 꽃대가 올라오고 한 달 정도 지난 군자란(3월 18일 / 3월 21일 군자란) 꽃대가 올라오고 한 달 정도 지나니 꽃이 많이 피었다. 변함없이 작년처럼 다섯 송이가 피었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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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쌍둥이 손자가 왔다. 지난주에 꽃봉오리를 보고 가서인지 오자마자 베란다로 향한다. 주중에 영상 통화할 때마다 군자란꽃을 보여 달라고 하더니 궁금했나 보다. 마침 손자를 환영해 주듯 군자란 다섯 송이가 거의 활짝 피었다.
 
여섯 살 쌍둥이 손자가 신기한 지 자꾸 군자란 꽃을 만지려고 한다.
▲ 주말에 온 쌍둥이 손자 여섯 살 쌍둥이 손자가 신기한 지 자꾸 군자란 꽃을 만지려고 한다.
ⓒ 유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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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하나하나를 보면 나팔처럼 생겨서 더 힘차 보인다. 소리 맞추어 일제히 주황색 나팔을 불며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잘 살라고 축복해 주는 것 같다. 군자란 꽃대가 올라온 2월 중순부터 꽃피운 지금까지 기대와 희망으로 참 행복했다. 이처럼 반려 식물은 우리 삶에 큰 힘을 주기에 올해도 자식 키우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해 키우려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개인 브런치에도 발행될 예정입니다.


태그:#군자란, #군자란꽃, #반려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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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교원입니다. 등단시인이고, 에세이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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