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인터뷰①] 김종인 "윤 대통령 경제 문외한...민생 파탄나면 정권은 붕괴"에서 이어집니다.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와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하는 심정으로 갔다"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와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하는 심정으로 갔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지난 2월 23일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김 상임고문은 그간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를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 빗대며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해왔지만, 현재 개혁신당은 물론 경기 화성을에 출마한 이준석 대표 역시 지지율이 부진하다. 김 상임고문은 "라이언 일병을 구한다는 심정으로 당에 왔다"면서도 "이준석 대표도 공부가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개혁신당 역시 양극화와 같은 한국사회의 본질적 문제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개혁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5일 만난 김 상임고문의 책상 위에는 '양극화 해소 종합계획'이라는 제목의 두꺼운 서류뭉치가 놓여있었다. 이 보고서가 향후 개혁신당에 반영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

- 양극화 문제와 그 해결이 한국정치의 핵심 과제라고 했지만, 지금 개혁신당 역시 그와 무관하게 가고 있는 것 아닌가. 1월 20일 개혁신당 창당 이후 이준석 대표가 내놓은 건 '노인 무임승차 폐지'나 '여성 경찰·소방관 군복무 의무화' 정도뿐인데.

"그 부분이 나도 아쉽다. 내가 보기에 이준석 대표도 공부가 부족했기 때문에 그 정도 정책밖에 안 떠오른 것이다. 당명이 '개혁신당'이라면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거냐는 얘기가 나왔어야 했다. 정치를 어떻게 개혁하고 경제사회는 어떻게 개혁한다는 포괄적인 계획을 갖고 국민을 설득하고 창당을 했어야 하는데, 이 대표가 그동안 입씨름만 하다가 당을 급조한 것이다. 그래도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면 당이 좀더 새로운 개혁 정책들을 내놓을 거라 생각한다."

- 총선이 보름밖에 안 남았지 않나.

"개혁신당은 이번 선거만 봐선 안 된다. 좀더 긴 호흡으로 가야 한다. 이번 선거에서 가급적 의회에 교두보를 만들고 그걸 발판 삼아 개혁신당을 발전시켜나간다는 생각을 해야지, 지금 당장 무엇을 이루겠다는 기대를 해선 안 된다."

- 그럼 앞서 언급한 양극화 해법이 개혁신당이 새로 내놓을 정책에 포함되는 건가. 김 상임고문이 관여하고 있나.

"(당에서) 물어보면 가르쳐주겠지만, 물어보지도 않고 가면 가르쳐줄 수도 없다."

- 뒤늦게 개혁신당에 합류한 이유는 뭔가.

"젊은 세대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창당한 거기 때문에 나는 원래 당에 참여하지 않으려 했다. 이준석당(개혁신당)이 처음 출발 때까지만 해도 산뜻했고 지지율이 10% 가까이 올라갔지만, 이낙연당(새로운미래)과 합당하고 다시 쪼개지는 바람에 확 주저앉아버렸다. 공관위원장을 맡아달라는 요청이 와서 '라이언 일병 구하기' 하는 심정으로 갔다."

"국힘 이준석 동량으로 썼다면, 선거판 이렇지 않을 것"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만약 국민의힘이 미래를 내다보고 당 안에서 이준석을 기르고 동량으로 썼다면, 지금 선거판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4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대표와 그를 바라보는 당시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만약 국민의힘이 미래를 내다보고 당 안에서 이준석을 기르고 동량으로 썼다면, 지금 선거판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사진은 지난 4일 개혁신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는 이준석 대표와 그를 바라보는 당시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그간 이준석 대표의 모델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언급해왔다. 이준석 대표가 지도자의 재목이 된다고 보나.

"마크롱을 하나의 모형으로 보라는 얘기다. 마크롱은 2년을 준비해 대통령이 된 사람이다. 그는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었지만 프랑스의 상황을 굉장히 암담하게 보고,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자기 나름대로의 비전과 생각을 담아 <레볼루션(혁명)>이라는 책을 냈다. 그게 프랑스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고, 그 결과 기존 양당이 몰락했다.

나는 지금 한국 정치가 당시의 프랑스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 프랑스는 드골 대통령이 집권한 1958~1969년 사이 사회의 기본적인 체제가 만들어진 후 약 50년간 사회당과 보수당이 번갈아 가면서 정권을 잡았지만, 근본적으로 드골 체제에서 사회가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나타난 사람이 마크롱이다.

우리도 마찬가지 아닌가. 87년 체제 이후 30년 넘게 양당이 번갈아 가면서 집권했지만 우리 사회가 가진 문제를 해결한 게 하나도 없다. 경제만 커져서 선진국이 됐을 뿐, 출산율은 0.7대로 떨어졌다.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평범한 직장 생활로는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이가 태어날 때 이미 신분이 정해진다'는 소리가 아무렇지 않게 들린다. 주택 문제도 심각하다.

이걸 뜯어고치려면 사회 전반을 개혁해야 하는데, 국민의힘에 기대할 수 있겠소? 민주당에 기대할 수 있겠소? 나도 이당 저당 다니면서 비슷한 소리를 해봤지만, 다 헛수고였다. 당에 기반도 없던 이준석이 오로지 국민의 힘만으로 국민의힘 대표가 됐는데, 대선이 끝나자 국민의힘은 이준석을 내쫓았다. 그때 내가 이준석 쫓아내면 대통령 지지율 10%는 떨어진다고 했다. 만약 국민의힘이 미래를 내다보고 당 안에서 이준석을 기르고 동량으로 썼다면, 지금 선거판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정도로 양당에는 기대를 걸 수가 없는 상황이다."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오죽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도 끝이라고 했겠나"고 했다.
 김종인 개혁신당 상임고문은 "오죽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도 끝이라고 했겠나"고 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 현실적으로 이번 총선이 끝나더라도 현재의 양당체제가 흔들릴 것 같진 않은데.

"그래서 사실 나는 선거 이후 상황이 더 걱정스럽다. 같은 관점에서 나는 이번 총선에서 양당 중 어느 당도 과반을 차지하는 건 좋지 않다고 본다. 만일 여당이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상황은 굉장히 어려워질 것이다. 오죽하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총선에서 지면 윤석열 정부도 끝이라고 했겠나."

태그:#양극화, #마크롱, #이준석, #김종인, #총선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