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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규탄했다.
 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규탄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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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대구시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을 건립하겠다면서 조례 제정을 위해 입법예고를 하자 지역사회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 대구에 박정희 동상 2개 세우겠다는 홍준표 "연내 절차 완료")

대구지역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박정희 우상화사업반대 범시민운동본부 준비위원회'는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이 박정희의 망령을 불러내고 있다"며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홍준표 시장이 지난달 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동대구역 광장을 박정희 광장으로 바꾸고 박정희 동상을 세우겠다'고 밝히자 "가히 퇴행과 폭주의 제왕다운 행태"라며 "대구시정은 반민주, 반인권, 반자치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박정희는) 국민주권을 빼앗고 헌정질서를 유린했을 뿐 아니라 수많은 민주인사들을 구속, 고문, 사형하고 지방자치를 말살했다"며 "이런 인물이 정녕 역사적으로 기려야 할 인물인가"라고 따졌다.

이들 단체는 "박정희는 반민족, 반민주의 상징이며 폭력과 기회주의의 대명사"라며 "이런 인물의 동상을 동대구역과 대구 대표 도서관에 세운다니 기가 막힌다. 히틀러 동상을 베를린 광장에 세운다면 독일 시민이 가만히 있겠나"라고 날을 세웠다.

또 "광주에 김대중 도서관이 있으니 대구에서도 박정희를 기념해야 한다"는 홍 시장의 논리를 두고서도 "이 나라 민주화 역사에 대한 무지의 산물이자 지역주의를 심화시키는 퇴행"이라며 "수구의 이미지를 탈피해야 할 대구의 미래에 대못을 박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우상화는 시민을 우민으로 여기는 홍 시장의 오만"이라며 "역사와 시민을 무시한 정치가와 그가 세운 우상의 말로는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모였음을 홍 시장은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박정희 기리고 싶다면... 홍준표 시장, 집 앞에 세워라"
 
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반대했다.
 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반대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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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찬수 4.9인혁열사계승사업회 이사장은 "홍준표 시장이 3대 도시의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의식을 가지고 역사 바로 세우기를 해야 한다"며 "헌정을 찬탈하고 수천 명의 민주인사를 반헌법적으로 불법 구금하고 사형까지 이르게 했던 인물의 동상을 세우는 건 대구시민의 자존심을 짓밟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도형 전교조 대구지부장은 "정치인이라면 보편적 가치에 맞춰 갈등을 해결하려고 해야지 오히려 갈등을 부추기고 편 가르기를 하는 것은 자치정부의 능력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홍 시장이 박정희를 기리고 싶다면 대구시민의 세금을 쓸 것이 아니라 자기 집 앞마당에 세우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박정희 기념사업 추진 근거를 담은 조례 제정을 반대한다는 시민 889명의 의견서를 대구시에 제출하고 동상 건립을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지역 야당도 비판 가세
  
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비판하고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서를 대구시 담당 직원에게 전달했다.
 대구시민단체들은 1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정희 동상 건립을 비판하고 동상 건립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서를 대구시 담당 직원에게 전달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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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구지부도 성명을 통해 "박정희 기념사업 자체가 반헌법적"이라며 "기념사업 추진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전교조 대구지부는 "박정희는 학교 교육에서 가장 논쟁적인 역사적 인물 중 하나로 현대사에서 그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며 "조례 제정과 동상 건립, 공원 개명 작업 같은 기념 사업은 당장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도 비판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의당 대구시당은 논평을 통해 "박정희 동상을 설치하겠다며 조례안을 입법 예고하고 여론수렴이나 검증 절차도 없이 시장의 독단적인 행정으로 졸속 추진하고 있다"며 "반민주 군사독재의 대명사인 박정희를 시민의 세금으로 기리겠다니 홍준표식 행정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대구시당은 "동상 건립은 소수의 호감도로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홍준표 시장은 독재자 박정희를 기리려면 자신의 집 마당에서 기리고 대구를 고립시키는 독재 행정을 당장 멈추라"고 비판했다.

앞서 오준호 새진보연합 상임대표도 지난달 26일 동대구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홍준표 시장은 대구시장이 아니라 박정희교 교주냐"면서 "박정희 동상을 만들어 그 앞에 절하면 대구경제가 발전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 대표는 "지방정부가 나서서 대놓고 박정희 찬양 일색인 숭배 사업을 벌이는 건 시민에게 강요된 억압일 뿐"이라며 "역사적으로 시민이 자발적으로 세우지 않은 동상은 반드시 시민의 손으로 파괴됐음을 홍 시장은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시는 지난달 11일 '대구시 박정희 대통령 기념사업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입법예고하고 이날까지 시민 의견을 받는다고 밝혔다. 또 홍 시장은 같은 날 간부회의에서 전문가로 구성된 '동상건립준비위원회' 구성을 지시했다.

태그:#박정희동상, #홍준표, #우상화, #동상건립반대, #대구시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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