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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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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 구제 후 구상' 방식의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의 주도로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지만, 피해자의 죽음을 막지는 못했다.

대구에서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오던 한 피해자가 지난 1일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전국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사망은 8번째로 대구에서는 첫 번째 사례다.

유서에 "누구를 위한 나라냐"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 대구대책위원회는 대책위 활동을 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던 A씨가 지난 1일 '전세사기 관련' 언급과 함께 "이 나라는 누구를 위한 나라냐"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9년 8400만 원의 전세금을 주고 대구 남구 대명동의 다가구주택에 입주했지만, 후순위인데다 소액 임차인에도 해당되지 않아 최우선 변제금조차 받을 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소액임차인은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가더라도 최우선변제를 통해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여기에도 해당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개정된 소액임차인의 최우선변제금액은 광역시의 경우 8500만 원이지만 A씨가 계약한 2019년을 적용하면 6000만 원이다.

A씨는 지난달 12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로부터 전세사기 피해자 요건 중 경매개시결정 등 3호 요건이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로 특별법상 '피해자 등'으로 인정받았다. 전세사기특별법에는 피해자의 요건이 모두 해당하는 '피해자'와 일부 요건만 해당하는 '피해자 등'으로 나눠 명시됐다.

이후 그는 자신이 살고 있는 집이 경매개시 결정이 나온 사실을 알고 이의신청을 준비했다. 하지만 고인이 사망하기 전 임대인이 월세를 요구하며 인터넷 선을 자르는 등의 괴롭힘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자 증언대회 참석 "시장님, 살려달라"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에 참석한 한 참가자가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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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손피켓을 들고 있다.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 손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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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씨는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에 나와 "혼자서 국토교통부 상담, 전세피해 지원 콜센터, 무료 법률 상담, 개인 변호사 상담 등 두 발로 뛰어다니며 살아가보려고 발버둥쳐 보아도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세 피해 지원센터가 서울, 경기도, 인천, 대전, 부산 등에는 마련되어 있지만 인구 237만 명이 넘는 대구에는 방문할 곳이 없어 허덕이고 있다"며 "홍준표 시장님,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죽음의 위기에 몰려 있다. 살려 달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대구대책위는 이날 성명을 통해 "고인은 제대로 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피해자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지 말아달라고 간절히 호소하며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했다"며 "하지만 정부와 국회는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전 재산을 잃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전세대출금 상환, 퇴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정부와 국회는 전세사기 피해자 구제를 위한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모든 공적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태운 대구대책위 피해자모임 대표는 "우리가 더 이상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몇 번, 몇 십번, 몇 백번을 요청했지만 국민의힘의 반대 때문에 지금 이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고인의 죽음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책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 참가자들이 던진 종이비행기와 함께 '그들은 우리를 대변하지 않았다'라고 쓴 박스가 놓여 있다.
 지난 3월 27일 대구 중구 동성로 옛 한일극장 앞에서 열린 영남권 전세사기 피해자 증언대회. 참가자들이 던진 종이비행기와 함께 '그들은 우리를 대변하지 않았다'라고 쓴 박스가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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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등도 이날 성명을 내고 고인을 애도하며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라"고 요구했다.

전국대책위는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벼랑 끝으로 내몰려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기는커녕 특별법 개정을 방해해 온 정부와 여당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과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태그:#전세사기, #전세사기피해자, #선구제후구상, #전세사기특별법개정안, #임대차보호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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