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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4일 이른 아침, 재개발로 철거가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 골목길에서 펼쳐진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왼쪽 흑백 사진과 오른쪽의 컬러사진의 조합. ⓒ 임재근
 
재개발로 철거가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목동 1-95번지 일원) 골목길에서 14일 이른 아침, 굴착기보다 먼저 피아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직 남아 있는 한 주민은 알 수 없는 피아노 소리에 이끌려 골목길로 나왔다. 바닥에 '막다른 골목'이라고 써진 골목 입구에는 낡은 피아노가 자리 잡고 있었고, 의자에는 검정색 의상을 입은 피아니스트 박상희씨가 앉아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었다.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상희씨가 리스트의 위로(Consolation)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임재근
   
9월 14일 이른 아침, 재개발로 철거가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 골목길에서 펼쳐진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가 진행되었다.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상희씨가 리스트의 위로(Consolation)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임재근
  
재개발 사업으로 지난 8월부터 부분철거가 이뤄진 목동 3지구는 9월 14일부터 전면적인 철거가 시작되었다. 이날에 맞춰 지역의 전문가와 예술가들은 사라지는 동네와 이별하기 위한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날 '막다른 골목'에서는 리스트의 위로(Consolation) 3번이 연주됐다. 연주에 사용된 피아노는 철거 현장 빈집에 버려졌던, 제작연대를 70여 년 전으로 추정되는 것을 수리해 사용했다." 수리는 피아노 복원수리 전문가인 이승규 조율사가 맡았다.

아침 7시부터 시작된 피아노 연주는 중간중간 풀벌레 소리와 합주를 하기도 했다. 곧 철거를 위해 작업반들이 도착했으나 프로젝트 관계자들은 양해를 구해 철거를 약간 늦추며 연주를 지속했다. 몇 차례 연주 후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자 피아노 소리는 굴착기 소리와 섞였다. 어울리지 않는 두 소리의 조합은 상황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퍼포먼스의 전 과정은 사진과 영상에 담으며 동네와의 이별에 정성을 다했다.

사라지는 동네에게 보내는 송가
 
재개발로 철거가 시작된 대전 중구 목동 3지구 골목길에서 인적은 뜸하고, 길잃은 고양이들을 자주 만날 수 있었다. ⓒ 임재근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가 진행된 곳은 진짜로 막다른 골목이었다. 막다른 골목을 표시한 간판과 바닥 글쓰기 보인다. ⓒ 임재근
 
목동 3지구는 옛 대전지방법원 근처 동네다. 이곳에는 대전지법이 1998년 11월 선화동에서 둔산동으로 옮기기 전까지 쓰이던 법원 관사 등 오래된 집들이 많았다. 단독주택들이 빼곡하게 모여 있고 제각각 다르게 생긴 집집마다 나무들은 하나같이 크고 성했다. 1세대 건축가 박만식이 1960년대에 지은 주택도 있었다.

또 이곳은 노무현 대통령이 1977년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재직할 당시 묵었던 동네다. 노 대통령은 1977년 8월 사법연수원을 제7기로 수료한 뒤 9월 대전지방법원에 판사로 부임했다. 그는 여기서 8개월가량 재직한 후 짧은 판사 생활을 마감하고, 1978년 5월 부산에서 변호사로 개업했다.

이번 철거로 노무현 대통령이 살았던 집도 헐린다는 소식을 접한 배영옥(서구 정림동)씨는 "노 대통령이 대전법원에 재직한 사실만 알고 있었는데 최근에 그곳에 노 대통령이 거주했던 집이 있었다는 얘기를 듣는 순간 '보존하면 안 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충분히 스토리가 있는 건물이고 보존의 가치도 있는데 철거되는 것 같아서 안타깝고 한편으로는 화도 난다"고 말했다.
 
이른 아침 피아노 소리를 듣고 나온 주민과 피아니스트 박상희씨(가운데), 그리고 마을에 살았던 동네 주민이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 임재근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에서 피아니스트 박상희씨가 리스트의 위로(Consolation) 3번을 연주하고 있다. ⓒ 임재근
   
한 동네 전체가 사라져가는 상황을 안타깝게 여긴 지역의 전문가와 예술가들 역시 이곳을 기억하기 위해 두 가지 작업에 들어갔다.

첫 번째는 동네를 하나의 문화유산으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근대아카이브즈포럼 안준호 학예사 등 네 명의 연구자들은 건축물 10개를 정하고 실측을 시작했다. 오래전부터 목동 3지구를 지켜보고 기록화 작업을 해왔던 여상희 작가의 역할도 컸다. 여 작가는 동네를 자주 찾아가 사라져 가는 동네 골목 풍경과 집들을 실시간으로 찍어 SNS에 올리며 주위 사람들에게 전했다.

두 번째로 진행된 주민들을 위한 위로와 공감의 작업이 바로 피아노 퍼포먼스 '막다른 골목' 프로젝트였다. 프로젝트 관계자는 "재개발로 몸살을 앓게 될 대지(垈地)와 이곳을 떠났거나 떠날 준비 중인 주민들 그리고 재개발과 같이 면단위 개발 사업으로 인한 소멸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모든 이들을 위로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준비했다"며 "기획, 연주, 촬영은 물론 피아노 조율 및 포스터 디자인까지 모든 과정이 순수 재능기부로 준비되고 또 진행됐다"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프로젝트 관계자는 "생활사박물관이나 다름없는 지역을 재개발로 없애는 것는 이 도시에서 가장 오래된 공동체에게 '당신들은 필요없다'는 막말을 퍼부은 것과 무엇이 다르겠느냐"며 아쉬워했다.
 
재개발로 인해 철거가 시작되 조만간 사라질 대전 중구 목동 3지구 골목길 풍경. ⓒ 임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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