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여행

인천경기

포토뉴스

포천 교동가마소 포천 교동 건지천을 따라 형성된 현무암 계곡 ⓒ 변영숙
 
교동가마소를 찾아서
 
한탄강 지질명소를 찾아가는 일은 대체로 간단치가 않은데 이번 교동가마소 탐방은 특히 그랬다. 내비가 알려준 길은 따라 갔는데도 막판에 길을 잃곤 했다. 무언가에 홀린 듯 몇 번이나 같은 곳을 뱅뱅 돌았다. 지난 여름 홍수 때 하천 범람의 위험이 있어 설치한 도로통제 표시판을 미처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근처에 차를 세우고 경기 천년길 표식을 따라 하천길을 걷는데 여간 으스스한 것이 아니었다. 운동을 나온 인근지역민을 만나지 못했다면 가마소 입구도 찾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을 것이다. 자신의 운동 일정까지 미루고 길 안내를 해 준 그 분께 감사드린다.
    
포천 교동가마소 찾아 가는 길 건지천 주변은 한탄강댐 공사로 수몰지역이 되었다. 드넓은 개활지에 갈대가 무성하다. 주변에 지장봉과 종자산이 둘러서 있고 인근에 한탄강 멍우리 협곡, 비둘기낭폭포 등 지질 명소들이 있다. ⓒ 변영숙
   
교동가마소 들머리에는 드넓은 개활지가 펼쳐지는데 갈대 무리가 바람따라 일렁이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주민의 말에 따르면 이곳은 원래 마을과 학교가 있던 곳인데, 2014년 완공된 한탄강댐 건설로 수몰지구가 되었다. 수몰민의 일부는 이웃한 교동장독대마을에 새로운 터를 잡았다. 빈 터로 남아 있는데 조만간 포천시에서 생태공원 등으로 개발할 계획이라고 한다.  
 
멀리 지장봉이 듬직하게 솟아 있고 금학산과 종자산까지 나란히 서 있다. 탁 트였으면서도 아늑했다. 이렇게 땅을 비워두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모든 땅에 건물을 올리고 공원을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 수몰지에는 옛 돌다리가 하나 있는데 돌다리를 건너기 전 하천을 따라가면 가마소를 알리는 안내판과 가마소 계곡이 모습을 드러낸다. 가마소를 좀 더 가까이서 보기 위해 돌다리를 건너 하천 바닥으로 내려섰다.
 
시커먼 가마솥을 엎어 놓은 교동가마소
  
포천 교동가마소 건지천에 형성된 현무암 계곡인 가마소는 온통 시커먼 돌 투성이이다. ⓒ 변영숙
 
교동가마소는 한탄강을 따라 흐르던 용암이 건지천 하류로 역류하면서 형성된 현무암 계곡이다. 이곳의 현무암들이 검정 가마솥처럼 생겼다 하여 가마소라 부른다(혹자는 소의 모양이 가마솥같이 생겨서라고도 한다).

건지천 주상절리는 지름이 60~70cm 로, 다른 지역보다 큰 것이 특징인데 이는 용암이 천천히 식으면서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그 위로 오랫동안 하천이 흐르며 주상절리 표면의 약한 부분들이 깎이고 잘려나가면서 바닥이 지금처럼 가마솥을 엎어놓은 듯한 모습의 현무암이 형성된 것이다.
 
건지천 주변의 땅은 온통 검은돌들에 뒤덮여 있었다. 흡사 시커먼 돌산 같았다. 검정색 현무암들은 누군가 크기를 맞춰 잘라 놓은 듯 크기나 모양이 일정했다. 이렇게 검정색 현무암에 뒤덮여 있는 땅은 처음이었다. 지금까지는 깎아지른 듯한 한탄강 협곡에 형성된 주상절리가 대부분이었는데 말이다.

검은 돌 표면에는 작은 구멍들이 숭숭 뚫려 있었는데 게가 기어나올 듯한 크기까지 다양했다. 궁예는 철원에 도읍을 정할 때 구멍이 뚫린 검은돌들이 지천에 널린 것을 보고 불길해 했다는 말도 전한다. 이 구멍들은 용암이 식으면서 용암 내의 가스가 용암 외부로 빠져 나간 통로이며 용암가스 튜브라고 부른다고 한다. 돌이 깎여 나간 방향은 일정해 보였는데 이를 통해 하천물이 어느 방향으로 흘러갔는지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한다.
  
교동가마소 포천 교동의 건지천에 형성된 현무암 계곡 ⓒ 변영숙
 
동행한 주민은 '포천 주민들에게 이곳은 물고기 잡고 물놀이 하던 놀이터같던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날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이 붙어 버려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조금 앞쪽으로 이동하니 돌담처럼 이어지는 현무암들 사이로 건지천 물이 흐르는 채로 하얗게 얼어 붙어 있었다. 얼어 있었는데도 물이 흐르는 속도감이 느껴졌다. 현무암이 이빨 모양으로 가지런하게 서 있는 곳도 있었는데, 주민 말로는 이곳이 '가마소'라고 했다. 건지천에는 가마소가 여럿인데 궁예가 옥가마를 타고 와서 목욕을 즐겼다는 옥가마소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겨울에는 물이 적은 탓에 아름다운 '소'를 보기는 어려웠다. 케첩을 짜 놓은 것처럼 굳어버린 돌도 보였다.
    
포천 교동가마소 포천 교동가마소는 포천 교동 마을 건지천에 형성된 현무암 계곡을 말한다. ⓒ 변영숙
   
편편했던 하천 바닥을 절단한 것처럼 푹 내려앉은 곳이 나왔다. 하천이 흘렀다면 작은 폭포를 이루면서 낮게 흘러가는 지형일 것이다. 바닥으로 내려서니 강 절벽이 성벽처럼 높아졌다. 이곳엔 바닥에 물이 있는 곳에는 얼음이 얼어 있다. 건치천은 살짝 방향을 틀어 계속 아래쪽으로 이어졌다. 작은 하천에 이렇게 다양한 모습이 숨어 있을 줄은 몰랐다. 높은 곳에서 협곡을 내려다 보는 것과 협곡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은 이렇듯 달랐다.
 
이제 빙판구간이 시작되었다. 얼음이 어찌나 단단한지 발로 꽝꽝 찍어봐도 돌처럼 단단했다. 이 정도 단단함이라면 얼음 두께가 20cm도 훨씬 넘을 것이다. 빙판 위에 솜씨좋은 아르메니아 석공이 깎은 듯한 돌기둥들이 서 있었다. 돌기둥의 하부와 상층의 돌의 크기와 문양이  확연하게 달랐다. 이 지역에 50만년 전에서 12만년 전 사이에 여러 차례 용암 분출이 있었다. 다른 시간대에 형성된 현무암인 것이다.
  
포천 교동 가마소 주상절리와 하식동굴의 모습 ⓒ 변영숙
 
절리 아래쪽에 형성된 동굴의 아치형 입구는 미처 암석화되지 않은 퇴적층으로 보였다. 주상절리 제일 아래쪽 암석은 물이 흐르기 전에 형성된 원래의 퇴적층일 것이다. 물결처럼 고운 층을 이루고 있다. 얼어 붙은 강바닥은 투명한 옥빛 대리석이라도 깔아 놓은 듯했다. 멀리서 보니 마치 해저 왕궁의 입구같다. 정말로 안쪽에 거대한 동굴이 있는 것은 아닐지…
 
가마소 현무암 계곡은 규모는 작지만 풍광은 기대 이상이었다. 바로 눈 앞에서 펼쳐지는 자연의 신비 앞에 그저 숨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이 작은 계곡 안에 억겁의 지구의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숨이 막히게 아름답고 경이롭다. 인간의 삶은 아무리 길다 해도 여기 강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돌들이 지나온 시간에 비하면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 작은 돌 앞에서도 어찌 겸허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겨울에도 얼지 않는 용천수
  
포천 교동가마소 교동가마소 하류에는 용천수가 나오는 곳이 있다. 용천수가 흐르는 이곳은 겨울철에도 절대 어는 법이 없다고 한다. 실제로 하천물이 얼지 않고 옥빛 물빛이 예쁜 소가 형성되어 있다. ⓒ 변영숙
 
건지천 하류에 '용천수'가 솟아나는 곳이 있다. 그런데 용천수보다 주변 풍광에 먼저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삼각형 모양의 거대한 암석이 강물을 사이에 두고 견우직녀처럼 다가서지 못한 채 마주보고 서 있다. 절벽 아래 그들이 흘린 눈물이 짙은 청록색 연못을 만들었다. 작은 연못이 동그란 파장을 그리며 퍼져 나갔다. 이태백이라면 순식간에 시 한 수가 뚝딱 나올 만한 풍경이다. 
 
용천수는 바위 맞은편 육지의 돌 틈 속에서 약하게 흘러나왔다. 용천수는 언제나 14~17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며 추운 겨울에도 절대 얼지 않는다고 한다. 온수관에 물을 틀어 놓으면 수도가 얼지 않는 이치와 비슷하다. 물에 손을 담가보니 정말로 미지근했다. 실제로 상류의 건지천이 언 것과 달리 이 부근의 물은 얼지 않고 작은 연못처럼 고요히 흐르고 있었다. 용수천과 건지천 물길이 하나의 물길로 합해져 한탄강으로 흘러갔다. 예사롭게 봐 왔던 모든 자연의 현상이 알고 보면 이토록 신기한 자연의 섭리다.
 
옛부터 사람들은 용천수 주변에 모여 살았다. 수량에 따라 마을의 크기가 달라졌다고 한다. 댐건설로 수몰된 마을도 용천수 때문에 형성된 마을일지도 모른다. 건지천 물길을 걸으며 억겁의 시간을 거치면서 만들어진 자연과 그것들이 서로 어우러지는 섭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오묘하고 신비롭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오늘날 인간은 어디에 집을 짓고 마을을 이루며 사는가. 인간의 모습이 장마철 흙탕물 위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떠내려가는 뿌리뽑힌 풀더미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여름 집중호우로 한탄강이 역류하면서 떠내려 온 쓰레기들이 나뭇가지, 바위 할 것 없이 흉물스럽게 널려 있다.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면서도 그 자연을 지켜내는 데에는 한없이 게으른 자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지자체는 쓰레기를 치울 엄두도 내지 못하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저 절벽 위에 걸린 쓰레기들을 무슨 수로 치운단 말인가.
댓글1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준회원, NGPA회원 저서: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