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창우가 부르는 기형도의 <빈집>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면서 처음으로 강원도에 있는 오마이스쿨에 갔다.
거기서 백창우 씨를 처음 만났다.
고무신을 신은 그는 어린이 노래를 잔뜩 준비해 왔는데,
관객이 모두 어른이라 레파토리를 급변경할 수밖에 없었는데,
마지막곡은 기형도 시인의 <빈집>이라는 시였다.
백창우 씨는 '작곡가'가 아니라 '잡곡가'라는 세간의 평이 그럴듯하다.
내가 들었던 백창우 씨의 노래와는 전혀 다른 풍을 만나 반가웠고,
기형도의 빈집을 노래로 들어서 더욱 반가웠다.

기형도의 <빈집>은 시인들의 존경을 받는 작품이다.
빈집에 갇혀 시를 쓰는 시인을 그려보게 된다.
단어들이 종이에서 기어나와서 시인을 괴롭히거나
시인에게 고단한 인생사를 늘어놓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시인은 아직도 빈집에 갇혀 나오지 못했지만,
나는 기꺼이 빈집 문을 두드린다.


※ 중간에 카메라맨으로서는 금기인 효과음이 끼어들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기형도- 빈집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 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을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오승주 | 2008.07.06 18:10

댓글

<책 놀이 책>, <인문고전으로 하는 아빠의 아이 공부>, <공자, 사람답게 사는 인의 세상을 열다> 이제 세 권째네요. 네 번째는 사마천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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