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 음식점 "서울시 '낙지 데이'? 염병..." 분노

오늘 서울시청 구내식당의 점심 메뉴는 낙지 생야채비빔밥. 이른바 '카드뮴 낙지' 논란을 불러 일으킨 서울시가 오늘 하루를 '낙지 데이'로 지정하고 직원들의 점심 메뉴로 낙지 요리를 제공한 겁니다. 낙지의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이 들어있다고 강조해온 서울시는 낙지 요리 중 내장과 먹물이 들어가지 않는 낙지 비빕밥을 준비했습니다.

서울시가 1700여 명 직원들의 점심 한끼를 위해 전남 무안군과 신안군에서 가져온 낙지는 모두 2700마리. 서울시 관계자는 오늘 행사를 통해 낙지 소비를 촉진하고 직원들에게 낙지의 참맛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유석윤 서울시 총무과 팀장] "이번에 보도로 인해서 현지 어민들이 낙지의 판매가 감소했다는 생각에 낙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서 이번에 직원들에게 낙지 참맛을 보여주기 위해서 준비했습니다."

낙지 비빕밥을 맛본 직원은 이번 행사가 시민들이 낙지를 많이 먹게 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내다봤습니다.

[송은숙 총무과 직원] "이 행사를 통해서 저희 직원 뿐만 아니라 시민들도 낙지를 많이 시식을 해서 낙지 촉진에 도움이 될 걸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기대와는 달리 낙지 요리로 생계를 꾸리고 있는 음식점들의 반응은 분노, 그 자체였습니다. 지난달 서울시가 낙지 내장과 먹물에 중금속이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한 이후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입니다.

[최 모씨 낙지 전문점 주인] "(서울시가 낙지데이라고 해서) 염병 ******, 지들만 먹고 뒈지라 그래. 당연히 장사가 안 되는 건 사실이고 검사를 정확히 기준을 정해서 해야 하는데 갈팡질팡 하고 있으니까 답답하죠. 빨리 매듭을 짓던가 해야지 장사가 3분의 1도 안 되는데."

이 주인은 지난 11일 낙지 머리를 먹지 말라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의원들과 함께 낙지를 머리부터 통째로 먹은 사실을 지적하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또한 어제 서울시가 국내산으로 알고 조사한 낙지 세 마리 가운데 한 마리가 중국산이었다는 검찰 발표 뉴스가 나올 때는 속상해서 아예 TV를 꺼버렸다고 말했습니다.

[최모 씨 낙지 전문점 주인] "대책을 세워져야지 국감에서 먹을 대로 먹고, 그렇게 먹고 놓고서... 속상하죠. 속상해서 TV 안 켜잖아."

다른 음식점도 사정은 비슷했습니다. 이 음식점 주인도 서울시의 '카드뮴 낙지' 조사 결과 발표에 불안감을 느꼈다며 정확하고 믿을 수 있는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김모 씨 낙지 전문점 주인] "가슴이 철렁 철렁하지. 요즘은 남는 게 있어? 인건비, 자재비 비싼데 한번 그럴 때마다 손님이 올런지 안 올런지 불안하지. 일반인들은 웃고 넘어가지만. 하루 장사 못하면 그게 얼마나 큰데. 좋은 지 나쁜 지 정확하게 알려줘야지."

어제 서울시가 조사한 국산에 중국산 낙지가 포함됐다는 검찰 발표로 낙지 어민들과 상인들의 서울시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서울시는 사과는 커녕 낙지 내장과 먹물이 유해하다는 기존 입장만 반복하며 전시성 행사만 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0.10.20 19:02

댓글

기록하지 않으면 사라집니다. 누군가는 진실을 기록해야 합니다. 그 일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 기자의 최신영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