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천, 침출수 퇴비에 "향이 나" 감탄했지만...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향이 나잖아요. 이렇게."

침출수 멸균 처리로 만든 퇴비에 코를 대고 포즈를 잡은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구제역 침출수를 활용을 하면 퇴비를 만드는 유기물도 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켰던 정 최고위원이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침출수 퇴비화 시연회를 열었습니다.

정 최고위원은 오늘 오전 경기도의 한 구제역 살처분 돼지 농장에서 돼지머리와 침출수를 멸균처리기에 넣어 퇴비화하는 과정을 보여준 뒤, 이런 자원화는 돼지와 소한테도 더 좋은 일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사실은 땅 속에 있는 침출수를 그대로 놔두면 여러가지 세균이 들어가고 하니까 그것을 오히려 자원화하는 것은 돼지, 소한테도 더 좋은 것 아니겠습니까."

또한 정 최고위원은 앞으로 이런 기술이 전 세계적으로 수출될 수도 있다며 축산 농민들에게 위로가 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운천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러한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면 구제역 위기가 기회가 되서 우리가 전 세계적으로 수출을 할 수 있는 것도 되는 것입니다. 우리 축산 농민들에게도 시름을 벗어서 위로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 최고위원이 보여준 폐사축, 침출수 퇴비화가 현실적으로 구제역 처리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입니다. 현행 법상 매몰된 돼지나 소는 3년 동안 꺼낼 수 없고, 설령 꺼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빠른 시일 내에 퇴비화를 시키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1대당 수천만 원에서 수 억원에 이르는 멸균처리기로 보통 하루에 처리할 수 있는 돼지사체는 20마리에서 120 마리 정도. 매몰된 돼지 3백여만 마리를 꺼내 처리할 수 있게 법이 개정돼 현재 전국에 있는 처리기 200 대를 모두 돌린다고 해도 125일, 4개월이 넘게 걸립니다.

정부 관계자조차 "멸균처리기 사용 등 비매몰방식은 구제역 백신 접종 이후 적은 수의 가축을 처리할 때 쓰는 방법으로 대량처리에 사용하기는 어렵다"고 밝히며 비현실성을 인정했습니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졸속 협상으로 국민 건강권을 포기했다는 거센 비난 속에 촛불시위 직후 경질됐던 정운천 최고위원. 정 최고위원은 침출수, 폐사축 퇴비화로 축산 농민들을 위로하겠다고 밝혔지만, 비현실적인 구제역 처리 방안만 내놨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3.07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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