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신 "자폐증세 보였던 막내, 믿고 기다렸다"

"막내 아이는 어리버리의 대명사였죠. 자폐 비슷할 정도로 집중해있었고, 다른 정신과 병원에 가려고 했었어요." - 이명수 마인드프리즘 대표(CEO), 심리기획자

"4,5살 되면 종알종알 얘기하잖아요. 그런 정도에 도달한 게 고1? 4년 동안 영국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애플쥬스, 파인쥬스 스펠링을 못 읽어서 메뉴를 못시키고" - 정혜신 마인드프리즘 대표(CCO), 정신과 전문의

"저희가 그 막내 아이 때문에 산을 사려고 했었어요. 왜냐면 중학교 1학년 때까지 너무 어리버리해서 저건 사회에 나가서 적응이 어렵겠다." - 이명수 대표

심리 전문가 부부가 털어놓은 자녀이야기. 막내 아이가 유년시절 자폐 증세를 보였지만 그들이 선택한 것은 기다림이었습니다.

"그냥 기다렸죠. 어떤 병이 있는 건 아닌 걸로 판단이 됐기 때문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강제로 가르친다고 될 수 있는 건 아니겠다." - 정혜신 박사

"그 아이가 지금 런던에서 공부합니다. 박사한다고.. 반지의 제왕도 원서로 읽습니다. 기다리면 되는데 저희가 그런 점에서는 굉장히 훌륭한 보호자나 부모였다고 생각을 해요. 저희는 진짜 확신을 가지고 있었고, 기다리면 반드시 제 몫을 할 수 있다." - 이명수 대표

최근 심리 치유를 위한 그림 에세이 모음집 <홀가분>(해냄출판사)을 출간한 정신과의사 정혜신, 심리기획자 이명수가 저자와의 대화 시간을 가졌습니다. 22일 저녁 서울 상암동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은 장맛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백 여 명의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정신건강 컨설팅 기업 마인드프리즘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정혜신, 이명수 부부는 나란히 앉아 서로 묻고 답하며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했습니다.

이날 저자와의 대화에서 정혜신 박사와 이명수 대표는 사람 개개인의 마음을 강조했습니다. 이명수 대표는 <홀가분>의 원래 제목으로 추천했던 '당신이 늘 옳다'가 책의 핵심 메시지라며 타인의 생각을 지지하며 그의 개별성, 주체성을 존중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는 자폐증일까 걱정했던 자녀가 훌륭하게 자랄 때까지 믿고 기다릴 수 있었던 힘이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늘 옳다' 이 책에서 얘기하고 싶어 하는 핵심 메시지다. 사람이 어떤 일을 결정하는 '참 잘 하셨네요' 하면 눈물이 차오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아요." - 이 대표

정 박사는 '당신이 늘 옳다'는 말에 전제된 무의식의 근원적·본능적 건강성을 얘기했습니다. 수 백 가지 안 되는 이유가 있는데도 모험에 가까운 결정을 내리는 건 살길을 찾는 사람의 본능적 건강성 때문이라는 겁니다.

"대기업을 다니는 친구가 어렸을 때부터 세계일주를 해보리라는 꿈을 키워서 회사를 그만두게 됐대요. 그만두면 안 되는 이유를 백가지도 더 알아요. 그런데도 설명할 수 없이 끌리는 이런 것 우리가 무의식에서 느끼는 본능적 건강성이라는 거죠."

이런 건강한 부분을 찾아내 불씨를 살리는 게 상담이자 마음의 치유라는 정혜신 박사, 그는 자신과 상담을 하는 대기업 경영자들이 쌍용차 해고 노동자와 가족을 위해 써달라며 거액의 기부를 하는 등 마음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걸 노사문제로만 봤는데.. 사람이 고통을 받았구나, 아이들이 끔찍한 일을 당하는 구나. 저는 그릇에 금이 가면 반드시 깨진다고 생각해요. 사람에 대한 느낌이나 그런 것들이 마음속에 훅 들어온 거거든요."

다정한 부부의 모습에 두 사람은 싸우지도 않냐는 질문이 많다고 이명수 대표가 털어놓자 청중의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그리고는 스타일과 가치관 등이 전혀 달라 그렇지도 않지만 통일된 태도를 갖는 것은 중요하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서로를 닮아가는 상호각인효과를 강조하며 어떤 관계에 있어서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두 저자는 책의 제목 <홀가분>에 대해서 무엇을 더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고 빼내서 원래의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전합니다.

심리 전문가 부부가 지난 5년간 써온 100여 편의 그림 에세이 모음집 <홀가분>. '정글'처럼 치열한 현대사회에서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나'를 만나 '나'를 응원하는 치유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오마이뉴스 최인성입니다.

| 2011.06.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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