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수입 3000원' 할머니에게 떨어진 '전세금 폭탄'

서울 한 재개발 임대아파트에 살며 폐지수거로 하루 3000원 남짓을 버는 83세 김 아무개 할머니.

작년 9월, 살던 곳이 재개발되면서 이 곳에 옮겨왔지만 입주 이후 김 씨의 생활은 더 고달퍼졌습니다.

임대료 23만원과 관리비 10여 만원, 그리고 전기세와 수도세까지. 5만원 수준이었던 한달 주거비용이 입주 이후 40만원 이상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입니다.

석 달째 돈을 내지 못하고 있는 김 씨는 당장 다음 달이면 집을 비워줘야할 사정이지만, 옮겨갈 곳도 마땅치 않아 속앓이만 하고 있습니다.

[김 아무개(83) / 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 살기 힘들어요. 너무 힘들어요. / 여기오니까 말도 못하지. 관리비, 가스비, 집세 내야지. 너무너무 힘들고요. 10원 하나도 안갚으면 못사는데 집세도 못내고 해서 답답해. 밥도 못먹고, 배고픈지도 모르고.

불편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던 옛집 대신 감당도 못할 임대아파트를 쥐어준 행정당국이 야속할 뿐입니다.

[김 아무개(83) / 재개발임대아파트 주민] 그러게 왜 임대아파트 지어서 없는 사람, 시민들 들여보내 놓고 힘들게 만들어놨어. / 갈데가 없어. 다 개발하고 해서. 저쪽에 내가 살던 데도 1년만 있으면 다 철거하거든.

더구나 지난 5월, SH공사가 올 7월부터 임대주택의 보증금과 임대료를 5%씩 늘리고 전세전환이율을 변경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김 아무개 할머니같은 재개발 임대아파트 입주자들은 천만원이 넘는 '전세금 폭탄'을 맞게 됐습니다.

이로인해 가구당 3400만원 수준이었던 서울 재개발 임대아파트의 평균 전세가는 44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됐습니다.

김 아무개 할머니가 살고 있는 임대아파트의 경우, 저소득층에게 버거운 임대료 탓에 입주율이 30%에 그치고 있지만 그나마 입주해 있던 30여 세대도 재계약할 돈을 마련하지 못해 아파트를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임대아파트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인상된 '전세금 폭탄'으로 머지않아 임대아파트 전체가 텅 비게 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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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27일) 임대아파트 주민 10여 명은 시청 앞에서 전세금 인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30일까지 시청 앞에서 농성 시위에 들어가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서울시에게 사업을 위탁받은 SH공사가 주민들의 의견수렴없이 악화된 재정상태를 해소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강행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임대료 인상과 전세전환이율 변경안을 철회하고 협의체를 구성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서울시는 주민들에게 인상된 전세금을 6년에 걸쳐 3회 분할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주민들은 이 조차도 의견 수렴없이 이뤄진 조치라며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조금옥 / 서울시 재개발 임대연합 공동대표, 길음뉴타운 임대아파트 주민] 임대아파트 실정에 나와보지도 않고 종이서류만 받고 판단하는 것. 정말, 그곳에 사는 실입주민의 얘기도 들어보고. 직접보고 해야지. 이런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임대아파트'라는 화려한 수식 뒤에 정작 살아가야할 서민들의 목소리는 담기지 않은 복지. 서울시가 내세워 온 '촘촘한 그물망 복지'의 실상입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1.06.28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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