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 자살 사망자 2.4배 늘었다…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

지난 16일 수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일가족 4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버지 김씨와 부인, 그리고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6학년인 두 아들이었다. 연탄을 피운 흔적이 남은 집 거실의 탁자위엔 '가족에게 미안하다. 애들은 맡길 사람이 없어 데려 간다'는 내용의 김씨가 쓴 유서가 발견됐다.

경찰은 김씨가 최근 2년 전부터 운영하던 PC방을 닫고 지난 3월부터 월세를 내지 못한 것으로 미뤄 경제적 어려움이 컸던 것 같다며 생활고를 비관한 동반자살로 보고 있다.

생활고로 인한 자살 사건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실제로 빈곤 등 생활고로 인한 자살 사망자수가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2007년부터 2009년까지의 서울시 자살 현황에 따르면 전체 자살자 수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계경제위기로 경기침체가 시작된 2008년부턴 빈곤이나 사업실패 등 경제난으로 인한 자살 사망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빈곤의 경우 2007년 64명에서 2009년 151명으로 약 2.4배 증가했고, 사업실패도 59명에서 138명으로 2.3배 이상 증가했다.

희망을 잃어 자살을 택한 수도 105명에서 253명으로 2.4배 증가했고, 가정불화는 88명에서 304명으로 약 3.5배 큰 폭으로 많아졌다. 염세·비관은 2007년 1,115명, 2008년 1,051명, 2009년 904명으로 약간 감소했지만 꾸준히 가장 큰 자살 원인으로 나타났다.

그에 비해 치정·실연·부정은 2007년 228명에서 2009년 129명으로, 정신이상은 245명에서 181명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연령별 통계에선 다른 연령대는 2008년 감소했다가 2009년 다시 증가했지만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30대는 자살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생활고로 인한 자살자수가 늘고 있는 가운데 심화된 경제난이 우울증, 심리적 절망과 같은 자살을 유발하는 주요한 다른 요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희망을 잃어버리는 이유 중 하나가 경제·사회적 양극화 때문에 초래되는 빈곤입니다. 빈곤이 사회적으로 소외감을 낳고 이것이 심리적으로 절망에 이르게 하고 자살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죠. 우리 사회가 날이 가면 갈수록 우울증의 유병률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이것도 사실은 빈곤과 극단적인 경쟁 사회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심리적인 위축이 그 원인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OECD 국가 가운데 자살률 1위인 우리나라는 자살률과 자살자수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많은 예방대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경제적 좌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사회안전망 구축이 시급하다.

우울증 상담 등 심리적 질병 치료도 중요하지만 밀착된 복지정책과 같은 사회안전망을 통해 생활고로 자칫 쉽게 좌절할 수 있는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지 않도록 돌봐야 한다는 것.

"복지가 바로 행복으로 이어져야 됩니다. 행복의 극단적인 반대말이 바로 불행이고 극단적인 불행의 선택이 바로 자살이거든요. 누구나 실패하더라도 다시 한 번 기회를 가질 수 있는 사회안전망이 튼튼한 복지국가가 될 때만이, 복지와 성장이 유기적으로 발전하는 복지국가라고 하는 경제·사회의 새로운 틀이 작동할 때만이 비극적인 자살의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이상이 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

지난해 12월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이 자살예방에 종합적인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자살예방지원조례안을 통과시켜 적극적인 자살예방 시스템을 가동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자살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해버리는 것은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국가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 대책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자살예방지원조례안을 대표 발의하게 되었습니다." - 김인호 서울시의회 의원

천만 원 대학등록금, 물가의 고공행진, 사회 양극화 심화 등 서민경제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 경제난으로 인한 자살이 증가하면서 주요 자살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증가하는 자살률을 줄이기 위해서 심리 치료와 더불어 사회안전망 구축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 2011.06.29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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