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의 죽음, '은마아파트 잔혹사'

[이모씨(34) / 고 김정자씨 아들] "청천벽력이었죠. 어머니는 (제가) 어렸을 때부터 고생을 많이 하셔서 어머니 생각하면 한쪽 구석이 아려요. 그런 존재였는데 한 순간에 도둑맞은 느낌, 그러니까 얼마나 억울하겠어요."

하루 아침에 어머니를 잃은 아들의 목소리는 떨렸습니다.

김정자(64)씨는 그저께 오전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2동 지하실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경찰은 김씨가 침수된 지하실에 내려갔다가 감전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김씨는 식도암 투병 중인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 수준인 월 60여만 원의 돈을 받고 매일 아파트 청소를 했습니다.

[이모씨(34) / 고 김정자씨 아들] "아버지가 작년에 식도암 수술을 하셔서 (자식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일을 하신건데 몇 달 안에 그만두게 하려던 차에 일이 벌어진거죠."

3년 전부터 해마다 지하실 침수가 반복됐습니다.

[이모씨(34) / 고 김정자씨 아들] "그게 3년 된 걸로 알고 있거든요. 녹물도 올라오고 그런 얘기를 많이 들었어요. 노후가 되다 보니까 침수도 많이 되고 해마다 계속 반복적인 상황이라고요."

특히 유가족들을 화나게 만든 건 관리사무소 측의 무성의한 태도. 아들은 관리사무소 측이 다른 업무를 핑계로 6년 넘게 열심히 은마아파트를 쓸고 닦아온 어머니의 사망 경위조차 파악하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트렸습니다.

[이모씨(34) / 고 김정자씨 아들] "최초 목격자한테 사고 경위도 안 물어봤다는 거예요. 왜 안 물어봤냐고 했더니 비도 많이 오고 여러 가지 처리할 업무가 과중해서 민원도 있고 해서 사고 경위를 못 물어봤다는 거예요. 민원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게 건물이 무너지건, 다리가 무너지건 재해가 일어나면 제일 우선순위가 되는 게 사람 목숨이잖아요. 그런데 사람 목숨이라는 문제를 좌시를 하고 다른 문제를 먼저 처리하고 있었다는 거죠. 그러니까 더 화가 나는 거죠."

아들은 오히려 관리사무소 측이 어머니가 업무 시작 전 아파트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넘어져 숨졌다고 말하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모씨(34) / 고 김정자씨 아들] "(관리사무소) 담당자들이 와서 계단에서 넘어졌다고 얘기하니까 저희 쪽에서는 화가 나고... 빨리 장례식을 하는 게 자식된 도리인데 저쪽에서 이렇게 나오니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답답한 심정이죠."

기자가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찾아가 정확한 사고 경위를 물었지만, 관리사무소 측은 정전 복구 등 주민들의 민원에 바빠 김씨의 사고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 "지금 그거 얘기할 상황입니까?", "지금 민원을 보기도 힘드니까요, 그거는..."

장례식장에서 만난 관리사무소장도 기자를 향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장] "이 양반이 왜 자꾸 이렇게 하고 다녀?"

은마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김씨의 사망 원인을 과실이라며 사망 사고 수습은 뒷전이었습니다.

경찰은 어제 김씨에 대한 부검을 실시했고 정확한 사인 파악에는 3주 가량 소요된다고 밝혔습니다.

남편의 약값을 벌기 위해 최저임금을 받으며 일하던 청소노동자 김정자씨. 죽음마저 뒤켠으로 밀리는 '은마아파트 잔혹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7.29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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