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들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팀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SK 선수들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팀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유성호

여러모로 1차전과 비슷한 경기였다. 5-2로 끝난 점수부터 시작해 구원투수들의 호투, 상대 타자의 부진, 그리고 추격 의지를 꺾는 쐐기홈런까지.

 

26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두산에게 일격을 당했던 SK는 이튿날 문학구장에서 열린 2차전에서 5-2 승리를 거두며 시리즈 전적을 1승 1패로 만들었다.

 

1차전은 완벽한 두산의 승리였다. 포스트시즌은 선발투수들의 무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완투승은 고사하고 승리투수 요건인 5이닝을 해내는 것도 버거웠다.

 

그런 와중에 두산의 선발투수로 나선 맷 랜들은 5와 3분의 1이닝 동안 3안타 1실점으로 호투했다. 여기에 3과 3분의 2이닝 3안타 1실점으로 뒷문을 지킨 이재우의 호투가 빛을 발했다.

 

반면 SK는 믿었던 금메달 투수 김광현이 6이닝을 채 마치지 못하며 3실점을 한데다 3주의 휴식으로 경기감각을 찾지 못한 타석의 침묵으로 1차전 승리를 헌납하고 말았다.

 

그러나 '야신(野神)' 김성근 감독이 이끄는 SK는 강팀이었다. 대개 "몸이 덜 풀렸다, 적응을 못했다"란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하지만 SK는 2차전 승리를 가져오면서 1차전엔 정말로 몸이 덜 풀렸었다는 것을 2차전 승리로 증명했다.

 

균형 무너트린 결정적 실책

 

 SK 정근우가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1루 박재상의 내야땅볼때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있다.

SK 정근우가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3회말 무사 1루 박재상의 내야땅볼때 2루에서 포스아웃되고 있다. ⓒ 유성호

경기 초중반은 SK와 두산 모두 집중력 있는 타격으로 점수를 이끌어내는 모습이었다. SK는 1회말 정근우의 안타와 이진영의 1타점 적시타, 상대의 폭투를 묶어 2점을 먼저 냈다.

 

하지만 두산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두산은 선두타자로 나선 김동주가 우중간을 가르는 2루타로 출루한데 이어 홍성흔의 3루타와 고영민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하지만 두산의 불안한 수비는 SK에게 역전의 빌미를 제공했다. 3회초와 4회초에 높은 송구로 실책을 기록한 3루수 김동주는 팔 통증을 호소하며 1루를 맡고 있던 오재원과 수비 위치를 바꿨다. 프로 데뷔 이래 처음으로 1루수가 된 김동주는 수비 부담을 덜 수 있었지만 1루를 보다가 갑자기 자리를 바꾼 오재원에겐 가혹한 시험이었다.

 

오재원은 5회초 정근우의 땅볼을 놓쳐 정근우의 출루를 허용했다. 3루 수비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공을 잡으려는 순간 고개가 드는 모습이 보였다. 실책으로 출루한 정근우는 곧바로 도루에 성공했고 박재상의 2루타 때 홈을 밟았다. 3-2 역전. 4회 김강민의 강한 타구를 잡아 더블플레이를 만들어내기도 한 오재원이었지만 역시 붙박이 3루수 김동주를 대신하긴 힘들었다.

 

1차전 패배 설욕한 '맞춤형 불펜진'

 SK 김재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7회말 1사 1루 타석때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SK 김재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7회말 1사 1루 타석때 우월 2점 홈런을 날리고 있다. ⓒ 유성호

 SK 김재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7회말 1사 1루 타석때 우월 2점 홈런을 친뒤 홈인하며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SK 김재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7회말 1사 1루 타석때 우월 2점 홈런을 친뒤 홈인하며 세러머니를 하고 있다. ⓒ 유성호

리드를 잡은 순간 가동한 SK의 불펜은 시즌 1위 팀의 강한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냈다. 선발로 나선 채병용은 위력적인 공을 뿌렸지만 4회 흔들리며 2점을 내줬다. 김성근 감독은 지체 없이 5회에 좌완 정우람을 등판시켰다. 1번부터 시작하는 좌타자 라인을 막기 위한 포석이었다.

 

정우람은 2번 타자 오재원에게 볼넷을 허용했지만 곧바로 견제사로 잡아내고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두산이 자랑하는 좌타자들을 막아냈다. 곧바로 마운드를 물려받은 윤길현은 2이닝 동안 여섯 타자를 상대하면서 삼진 다섯 개를 뽑아내는 빼어난 피칭을 선보였다.

 

다시 돌아온 좌타 라인은 좌완 이승호에게 막히고 김동주·홍성흔의 오른손 거포 타선은 언더핸드 정대현이 깔끔하게 막아냈다. 이긴 팀으로서는 환상의 투수 운용이었고 진 팀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이 된 것이다.  

 

두산은 선두타자가 단 한차례 밖에 출루하지 못하는 극심한 부진 속에 오재원을 제외한 모든 타자가 삼진을 당하는 극심한 부진을 겪었다. 1차전을 승리로 장식한 팀이라고는 보기 힘든 모습이었다.

 

결론은 역시 허리싸움, '선발투수를 구해내라'

 

 SK 투수 정대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포수 박경완과 악수를 하고 있다.

SK 투수 정대현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포수 박경완과 악수를 하고 있다. ⓒ 유성호

김성근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어제는 결과를 너무 생각해서 주춤했던 부분이 있었기 때문에 오늘은 일단 해놓고 보자 했던 것이 잘됐다"라며 한 박자 빨랐던 투수교체 배경을 설명했다. 또한 중간계투로 나와 홀드를 챙긴 윤길현에 대해서는 "2년 동안 본 것 중에서 가장 좋은 피칭었다"며 "윤길현이 가운데서 잘 던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반면 김경문 감독은 "원정경기에서 1승 1패를 이뤘기 때문에 서울로 돌아가 휴식과 준비를 겸하겠다"며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상대 투수가 어떻게 나오는지 읽혀졌고 우리도 중간계투를 어떻게 써야할지 나왔기 때문에 홈에서 2승 1패를 거두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며 우승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1차전 경기 직후 이재우의 호투 덕에 불펜의 소모가 줄었다며 2차전에는 정재훈과 임태훈이 투입될 것이라 예고했다. 그러나 2차전에 구원 등판한 임태훈은 7회 1사 1루 상황에서 김재현에게 2점 홈런을 허용하며 제 몫을 다하지 못했다.

 

물론 이재우·정재훈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혜천도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선발투수가 일찍 무너지고 다른 투수들이 부진하면 한 경기에 온 힘을 쏟아야 하기 때문에 연투를 하는데 지장이 있다.

 

이에 비해 SK 불펜진은 오늘 등판한 정우람·윤길현·이승호가 자신의 역할을 정확히 해냈고 조웅천과 정대현이 뒷문을 막고 있기에 조금 더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양 팀의 특성상 중반 이후 역전을 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한국시리즈 승리의 키워드는 '초반 득점'과 '선발투수의 호투', '중간계투의 활약'이라고 할 수 있다. 

 

 SK 김성근 감독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모자를 들어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SK 김성근 감독이 27일 저녁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열린 2008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뒤 팬들에게 모자를 들어보이며 인사를 하고 있다. ⓒ 유성호

 

 

2008.10.28 11:09 ⓒ 2008 OhmyNews
한국시리즈 김성근 김경문 윤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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