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한 장면

MBC <황금어장-무릎팍 도사> 한 장면 ⓒ MBC


1993년, 천하장사에서 개그맨으로 변신을 꾀한 강호동은 그간 운동만 한 씨름선수 출신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숨겨진 개그 본능을 발휘했다. MBC 코미디 프로그램 <오늘은 좋은 날-소나기>에서 포동이 행님아로 신인 시절부터 예사롭지 않은 재능을 과시한 강호동은 이후 개그 프로그램에서 예능 MC로까지 활동범위를 넓히며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한 이후 2011년 세금 문제로 잠시 방송계를 떠나기까지 강호동은 공백기 없이 늘 시청자 가까이에서 방송인의 역할에 충실했다. 신인 시절, <소나기>로 일약 개그 스타로 떠오르는 그는 특별한 슬럼프 없이 언제나 최고 예능인 자리를 놓지 않았다.

콩트에서 게임으로,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로 진화하는 변화의 물결 속에서도 강호동은 언제나 그 흐름을 놓지 않았다. 운이 남달리 좋은 탓도 있었지만, 어떤 장르의 프로그램을 맡던지 기존의 자기 모습을 버리고, 어떠한 장르도 정면 돌파하는 그의 도전정신이 오늘날 유재석과 함께 국민 MC 양강 구도를 이끈 강호동을 존재하게 했다.

강호동을 천하장사에서 인기 코미디언으로 급부상하게 한 프로그램이 <소나기>라면 오늘날 유능한 MC 강호동을 있게 한 프로그램으로는 1998년 KBS에서 방송된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C 대격돌>을 빠트릴 수 없다.

 2002년 방영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메인 포스터

2002년 방영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 메인 포스터 ⓒ MBC


당시 유재석, 이휘재, 김한석과 함께 프로그램을 이끈 강호동은 지금도 회자되는 '공포의 쿵쿵따' '운명의 바퀴' 등 흥미진진한 게임을 잇달아 선보이며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가 당대 최고 인기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 또한 강호동이 진행을 맡던 <캠퍼스 영상가요>는 방송 출연이 낯선 대학생에게서 재치 있는 달변을 이끌어냈다.

지금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으로 친숙한 국민 MC이지만, 한때 강호동은 연애 버라이어티 전문 MC로 통했다. 2002년 처음으로 강호동의 이름을 내건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은 청춘 연예인들 사이 수많은 장밋빛 화제를 양성하며 강호동을 인기 MC 반열에 올랐다.

<강호동의 천생연분>, SBS <실제상황 토요일-리얼로망스 연애편지>로 연애 버라이어티에 최적인 진행력을 과시한 강호동은 이후 SBS <야심만만>과 <X맨-일요일이 좋다>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으며 연애 버라이어티뿐만 아니라 토크와 게임에도 능한 다재다능한 예능감을 선사했다.

그 후 게임 버라이어티 시대가 저물고 MBC <무한도전>, KBS 2TV <해피선데이-1박2일>(이하 <1박2일>)로 대변되는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가 도래했다. 리얼 버라이어티 시대 이후 슬럼프에 빠진 방송인도 많았다. 그러나 강호동은 리얼 버라이어티 대세를 틈타, 전국 방방곡곡을 소개하는 여행 버라이어티 <1박2일>을 국민 예능으로 만들며 장기간 지속된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시대를 이끄는 한 축을 담당했다.

<1박2일>을 통해 온 국민의 사랑을 받는 MC로 거듭났지만 강호동은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이하 <무릎팍도사>), SBS <강심장> <스타킹> 등 다양한 장르의 예능 프로그램을 능숙히 소화해냈다. 특유의 호탕한 기운이 엿보이는 "1박2일" 구호와 더불어 <무릎팍도사>에서 연지곤지 찍고 고민을 상담하러 온 유명 게스트에게 기를 불어주는 강호동의 모습은 여러 광고에 패러디될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특히 기존 토크쇼에 '고민 상담'이란 새로운 콘셉트를 더한 <무릎팍도사>는 천편일률적이었던 대한민국 토크쇼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강호동을 국민MC 반열로 올려놓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한 장면

강호동을 국민MC 반열로 올려놓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한 장면 ⓒ KBS


하지만 지금은 활기찬 모습으로 게스트의 고민을 상담해주는 발랄한 무릎팍도사를 볼 수 없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이후 폐지된 <무릎팍도사>와 달리 <1박2일>과 <스타킹> <강심장>은 MC 및 주요 출연진 교체 후 계속 방영되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특유의 카리스마로 방송을 재미있게 이끌었던 강호동의 잔상을 여전히 잊지 못한다.

1993년 데뷔한 이후 강호동은 늘 대중의 곁에서 호탕한 웃음을 줬다. 예능인의 본분을 다하며 충실하게 살아왔던 강호동은 불미스럽게 불거진 세금 문제에도 '변명' 대신 즉각 사과와 잠정 은퇴 선언으로 잘못에 책임을 졌다.

강호동만 한 유능한 진행자가 없으니 무조건 용서하자는 뜻이 아니다. 강호동은 2011년 9월 잠정 은퇴를 선언한 후 충분히 자숙해왔고, 반성의 의미로 각종 봉사활동과 기부를 꾸준히 해왔다. 20년 가까이 변함없는 자세로 대중에게 웃음을 주고, 자신의 잘못을 바로 인정하고 물러날 줄 알았던 천상 국민 예능인. 이제 진심으로 자숙의 시간을 보낸 강호동에게 예능인으로서 가장 확실한 대국민 사과인 큰 웃음을 선사할 기회를 주어도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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