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동을 국민MC 반열로 올려놓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한 장면

강호동을 국민MC 반열로 올려놓은 KBS <해피선데이-1박2일> 한 장면 ⓒ KBS


TV를 켜면 스포츠 스타의 예능 나들이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에서 하차한 양준혁과 SBS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2>에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준 추성훈 등이 있고, 피겨 영웅 김연아는 자신의 이름을 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시곗바늘을 조금 더 돌려보면, 쇼트트랙 금메달리스트 김동성과 한때 잘나갔던 강병규, 그리고 제2의 강호동을 꿈꿨던 박광덕도 생각난다.

하지만 지금껏 예능의 부름을 받은 스포츠 스타 가운데 강호동만큼의 존재감을 남긴 이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지난 1993년 강호동이 개그맨으로 데뷔해 큰 성공을 거둔 이래, 각 방송사에서는 20여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제2의 강호동'을 만들기 위해 애썼지만 사실상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심지어 지난 2011년 9월 그가 잠정은퇴를 선언한 이후 많은 언론에서 <1박2일> 이수근, <남자의 자격> 양준혁, < 슈퍼스타K > 김도현 등에게 '제2의 강호동'이라는 수식어를 남발하며 그의 부재로 발생한 예능계 공백을 메우려 애썼지만, 오히려 강호동의 '대체불가 급' 존재감만 확인하는데 그쳤다.

 작년 9월 잠정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

작년 9월 잠정 은퇴 기자회견 당시 강호동 ⓒ 유성호


시청자의 마음은 '제2의 강호동'을 허락하지 않는다

사실 '제2의 강호동'의 나오지 않는 이유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축구를 예로 들어보자. 한때 '제2의 홍명보' '제2의 박지성'을 찾는 것이 가장 시급했던 시기가 있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이는 바로 홍명보와 박지성이 더 이상 국가대표 선수로 그라운드를 뛰지 않는다고 밝힌 시점부터 시작한다. 누군가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마음으로 인정하는 순간, 그래서 그를 더 이상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제2의 누군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호동은 다르다. 비록 도의적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잠정은퇴를 선언하고 진행하던 모든 프로그램에서 하차했지만,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이는 아마 거의 없었을 것이다. 특히 가장 문제가 됐던 세금탈루 의혹에 무혐의 처분이 내려지면서, 시청자의 관심은 오히려 강호동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까로 이어지고 있다. 씨름선수에서 개그맨으로 전향해 늘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강호동이 언제든 다시 돌아와 시원한 웃음을 안겨줄 수 있다는 기대감, 바로 그 기대감이 '제2의 강호동'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누가 그처럼 호탕하게 웃으며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려줄 수 있겠는가? 또 누가 그처럼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세대에게 사랑받을 수 있겠는가? 이 질문에 답을 찾아가다 보면 결국 만나는 것은 <1박2일>의 강호동, <무릎팍도사>의 강호동, <강심장>의 강호동, <스타킹>의 강호동이다. '제2의 강호동'이 아닌 진짜 강호동 말이다.

 지난 5월 동료 정준하의 결혼식에 참석한 강호동

지난 5월 동료 정준하의 결혼식에 참석한 강호동 ⓒ 이정민


강호동 복귀, '언제'가 아닌 '어떻게'를 생각해야 할 때

결국 강호동은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그가 진행할 때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단어 '시청자', 바로 그 시청자가 그의 복귀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그의 잠정은퇴가 다름 아닌 시청자에게 실망감을 안긴 자신에 대한 자책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에게는 시청자의 부름에 응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대중이 강호동을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시청자가 그의 웃음소리를 듣고 싶어할 때, 아마 그는 한걸음에 달려올 것이다.

최근 그가 선배 이경규와 나영석 PD 등을 자주 만난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복귀설 또한 탄력을 받고 있다. 잠정은퇴를 결정한 2011년 9월부터 만 1년이 되는 시점 안에는 복귀가 이뤄지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러운 전망과 함께 늦어도 올해 안에는 무언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언제'가 아니다.

비록 소수일지언정 그의 복귀를 차갑게 바라보는 대중이 존재하는 것도 분명 사실이며, 지금 그의 복귀를 기다리는 대중 역시 또 언제 어떻게 마음이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하루아침에 스타로 떠올랐다가 또 순식간에 잊히는 게 연예계의 현실이며, 그것을 만드는 게 바로 대중의 마음이다.

강호동에게 'Again 1993'을 제안한다

그 '어떻게'를 위해, 기자는 강호동의 복귀와 관련된 한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지난 1993년, 데뷔연도에 그가 세웠던 한가지 기네스북 기록을 2012년에 다시 도전하자는 것이다.

1993년 MBC 특채 개그맨으로 입사한 강호동은 그해 대전엑스포에서 8시간 동안 쉬지 않고 28233명과 악수해 '악수 오래 하기' 부문에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당시 대전엑스포를 찾은 시민들은 '천하장사'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신인 개그맨으로 새롭게 도전하는 강호동을 뜨겁게 응원했고, 강호동 역시 시민들의 손을 맞잡으며 무엇보다 시청자를 우선시하겠다는 의지를 다졌을 것이다.

언제가 됐든 강호동이 복귀하게 된다면,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초심'이다. 시청자의 관심과 대중의 사랑이 연예인에게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다면, 그는 1993년 그때를 떠올려야 한다. 지금 그가 할 일은 브라운관 속에서 마이크를 잡는 게 아니라, 직접 시청자를 만나 그들의 손을 잡는 것이다.

시기도 절묘하다. 1993년 대전엑스포가 열렸다면, 2012 현재 여수엑스포가 진행되고 있다. 엑스포의 공식 기간은 8월 20일까지다. 그 안에 강호동이 여수를 찾아 다시 '악수 오래 하기'에 도전한다면, 그것만큼 그의 진심을 전달하는 최선의 방법도 없을 것이다. 28233명을 넘어 새로운 기록을 세운다면 좋겠지만, 기록보다는 시청자와의 소통에 더 많은 의미를 부여했으면 좋겠다.

만약 초심으로 돌아간 강호동이 여수엑스포에서 손을 내민다면,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기꺼이 그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겠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개인 블로그(이카루스의 추락)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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