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한 장면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의 한 장면 ⓒ 드라마하우스


4일부터 지금 이 시간까지, 한 포털사이트의 '핫토픽 키워드'는 바로 '정소민 촬영 중단'이다. 4일 그가 출연 중인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이하 '우결수')의 홍보사가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시작된 이 화제는 언론이 이를 받아 적고, 검색어가 되고, 이를 기사화하지 않은 언론이 또다시 관련 기사를 내면서 급속도로 퍼져갔다. 내용을 살펴보면 이렇다.

"(전략) 최근 강남의 한 미용실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정소민은 극중 정훈(성준 분)과의 결혼에 대한 갈등으로 고민하다 결국 미용실을 찾아 짧은 머리로 변신하는 설정을 연기했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며 극심한 갈등을 겪는 혜윤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인 만큼 정소민은 실제로 길고 웨이브 있는 머리를 잘라냈다.

무난히 촬영이 진행되다 머리가 한 움큼씩 잘려나가자 정소민은 잠시 눈물을 보여 촬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아무리 드라마를 위한 결정이었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헤어스타일에 큰 변화를 주는 만큼 감회가 남달랐기 때문. (후략)"

드라마 보도자료, 하루만에 뒤집힌 사연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 출연중인 배우 정소민의 트위터

JTBC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에 출연중인 배우 정소민의 트위터 ⓒ 트위터 화면 캡쳐


그런데 '반전'이 있었다. 보도자료 속 주인공인 배우 정소민이 직접 이와 같은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정소민은 5일 자신의 SNS에 "이상하다..난 머리 자르면서 운 기억이 없는데"라며 "머리 자르는 게 울 일씩이나 되지 않다고도 생각하거니와 스텝들 다 기다리는데 나 우느라 촬영을 중단시키다니..말도 안 됩니다"고 적었다. 보도자료의 내용과는 정반대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정소민이 머리를 자르면서 울었냐, 울지 않았냐'는 '사실'이 아니다. 한 드라마의 홍보사와 그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의 말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 외려 사실을 뛰어넘는 '진실'을 담고 있다. 바로 '홍보'의 맹점이다. 결국 이와 같은 해프닝은 드라마 관련 이슈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홍보'라는 것은 대상을 알리는 것을 의미한다. 좀 더 많은 곳에서 회자되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이 그 대상을 알게 하기 위한 모든 노력이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이 홍보가 지나치게 이슈 몰이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보이기 시작했다. 작품의 내용과는 별 관련이 없는 이야기들이 홍보라는 명목 하에 등장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물론 이것이 바짝 화제가 된다면, 당장은 그 방법이 성공했다고 평가받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진짜 홍보해야 할 그 대상에 도움이 될까를 생각해 볼 때, 떠오르는 건 물음표다. 홍보 속에서 작품과 배우는 사라지고, '촬영 중단'이나 '눈물' 등 자극적인 이슈만 뇌리에 남는다. 그것까지 정말 '그 대상을 알리기 위한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홍보는 '한탕주의'가 아니다

 2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린 jtbc미니시리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제작발표회에서 김윤철PD, 배우 김진수, 김성민, 정애연, 정소민, 성준, 이미숙, 한그루, 김영광이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JTBC 미니시리즈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 제작발표회 당시의 모습. 왼쪽부터 김윤철 PD, 배우 김진수, 김성민, 정애연, 정소민, 성준, 이미숙, 한그루, 김영광 (<오마이스타> 자료사진) ⓒ 이정민


그러잖아도 '우결수'는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와 배우들의 호연으로 좋은 평을 얻어 왔다.  SNS상에선 '우결수'에서 공감되는 대사들을 모아 공유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으로 범상치 않은 로맨틱 코미디물을 만들어 낸 김윤철 PD의 연출력도 여전하고, <사랑과 전쟁> 작가 출신인 하명희 작가의 눈도 예리하다. 시청률을 떠나 '우결수'가 재미있고 좋은 작품이라는 데에는 반론의 여지가 없을 정도다.

한 배우를 감정 때문에 촬영을 중단시키고 스태프들을 손 놓게 한 이로 오해받게 만들기 전에, '우결수'의 진짜 매력을 알리는 것이 홍보의 몫이라 생각한다. 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11회에만 해도 민호(김진수 분)와 들래(최화정 분)가 <내 이름은 김삼순> <시크릿 가든>을 패러디한 뒷이야기가 궁금하고, 12회에서 들자(이미숙 분)가 자신의 외모를 평가하며 "밖에서 보면 이미숙 같다고 해"라고 말했을 때의 현장 분위기도 알고 싶다.

홍보는 '한탕주의'가 아니다. 그렇게 되어서도 안 된다. 물론, 누군가는 이것이 '현실'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비록 극중 혜윤은 정훈에게 이별을 고하며 그들의 사랑이 '현실에 졌다'고 했지만, 드라마 밖의 세상은 현실에 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절대 바뀌지 않을 거라고? '절대'라는 말은 절대 쓰는 게 아니라고, 들자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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