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1일 종영을 앞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품격 있는 퇴장을 준비하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살렸다.

오는 31일 종영을 앞둔 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품격 있는 퇴장을 준비하며 프로그램의 의미를 살렸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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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2TV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하 '남자의 자격')이 31일 종영을 앞두고 마지막 미션에 들어섰다.

방송가에 '저씨테이너(아저씨+엔터테이너)'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지난 4년간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남자의 자격>은 최근 시청률 저조와 소재 고갈이라는 이중고를 이기지 못하고 폐지가 결정 돼 아쉬움을 자아냈다.

<남자의 자격>의 '품격'있는 퇴장

우리나라 방송 현실 상 예능 프로그램이 '박수 칠 때 떠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마지막 회 시청률이 최고 시청률이 되는 경우가 다반사인 드라마와 달리, 예능 프로그램은 전성기를 지나 프로그램이 걷잡을 수 없는 하락세에 접어들고 나서야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종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난 4년간 숱한 화제를 모았던 <남자의 자격> 역시 예외는 아니다. 한 때 30%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국민 예능'이라는 명예로운 훈장을 받은 적도 있지만, 이는 모두 과거의 유물로 남아 버렸다. 최근 <남자의 자격>은 SBS < K팝스타2 > MBC <아빠! 어디가?> 등 경쟁작들의 선전에 치여 동시간대 꼴찌로 추락하고, 소재 고갈에 허덕이며 생명이 다했다는 평가를 지적을 받았다. KBS가 과감하게 <남자의 자격> 폐지를 결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하지만 박수 칠 때 떠나지 않았다고 해서 떠날 때 박수 받지 말라는 법은 없다. 비록 쓸쓸한 퇴장이지만 <남자의 자격>은 마지막까지 유쾌하고 즐거운 분위기를 유지했다. 멤버들은 담담한 얼굴로 서로에게 농담을 던지며 안부를 염려했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김치' 대신 "폐지"와 "유종의 미"까지 외쳤다. 어떤 상황에서도 웃음을 주고자 하는 노력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제작진이 제시한 마지막 미션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다. 그동안 프로그램과 인연을 맺었던 많은 사람들을 만나 추억을 되새기고, 못다 전한 고마움을 표하는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뭉클한 감동과 웃음을 전달해줬다. <남자의 자격> 최고의 미션이라고 불리는 '남격 합창단'의 박칼린을 비롯해 가애란 아나운서, 한준희 해설위원 등 반가운 얼굴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었기에 그동안 <남자의 자격>을 애청한 이들에겐 매우 뜻 깊은 시간이었을 것이다.

결국 그동안의 미션들을 하나 둘씩 되짚어 보고, 웃음과 눈물이 함께 했던 여러 기억들을 자연스레 회고하는 과정을 통해 <남자의 자격>은 끝까지 담백하고 따뜻했던 프로그램으로 대중의 기억 속에 남을 수 있게 됐다. 갑작스레 폐지가 결정 됐지만 지난 4년간 프로그램을 시청해 준 사람들에 대한 예의를 잃지 않으면서, 여유롭고 품격 있게 안녕을 고한 것이다. 진정 <남자의 자격>다운 마무리 작업이다.

방송, 마지막까지 최선 다해 시청자와 마주해야

추억과 감동이 공존하는 <남자의 자격>의 품격 있는 퇴장을 보노라니, 무자비 하게 폐지된 MBC 예능 프로그램들이 더욱 아쉽게 느껴진다. 최근 몇 달 사이 MBC는 시청률 저조와 수익 악화를 이유로 시트콤 <엄마가 뭐길래>를 시작으로 <놀러와><배우들> 등을 차례로 폐지하며 성역 없는 개편작업을 실시했다.

문제는 이 프로그램들이 모두 허둥지둥 쫓겨나듯 마지막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은 그 흔한 작별 인사조차 남기지 못했고, 마치 죄인처럼 무대에서 내려와야 했다. 갑작스러운 편성과 폐지가 반복되면서 시청자들 역시 큰 허탈감과 아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경영진의 일방적인 폐지 통보가 낳은 폐해였다.

 방송 9년만에 갑작스런 폐지가 결정 된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방송 9년만에 갑작스런 폐지가 결정 된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 ⓒ MBC


특히 9년이란 오랜 시간동안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던 <놀러와>의 마지막은 그야말로 '처참'했다. 이 프로그램은 짧은 자막 한 줄로 종영인사를 대신하며 역사의 한 페이지로 사라졌다. MBC는 마지막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기회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MC인 유재석과 김원희는 물론이거니와 제작진과 시청자 모두 안타까움을 표할만큼 초라한 결말이었다. 이러한 행태는 후속작 <배우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되풀이 됐다.

물론 시청률이 저조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다면 폐지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하는 것은 프로그램을 만들었던 사람들과 그 프로그램을 시청한 사람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더라도 내일을 기약하며 서로의 아쉬움을 토닥일 수 있는 시간만큼은 허락해 줘야 한다. 결국 방송도 사람이 만들고, 사람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자의 자격>의 마무리는 MBC 예능이 처한 인정사정없는 현실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남자의 자격>은 예능 프로그램이 어떻게 대중에게 작별을 고해야 하는지를 모범적으로 보여준 동시에, 마지막까지 프로그램에 대한 좋은 평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떠날 때 큰 박수를 받을 수 있다면 그 또한 훌륭한 일이다. 모름지기 마지막이란 것은 이렇게 끝내야 하는 것이다.

이제 일언반구 언질도 없이 폐지와 신설을 반복하는 무자비한 행태는 이쯤에서 멈췄으면 좋겠다. 시작할 때는 떠들썩하게 호들갑을 떨다가, 시청률이 안 나오면 쓰레기 치우듯 편성표에서 지워버리는 일을 반복해선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는다. 방송사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단순한 시청률 수치로 재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성과를 중시하는 만큼 인간미를 잃지 않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시청자들을 마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남자의 자격 놀러와 이경규 유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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