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인걸2> 영화 스틸

<적인걸2> 영화 스틸 ⓒ (주)포커스앤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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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적인걸2>는 적인걸(조우정 분)이라는 천재적인 수사관의 전지적 관찰자 시점으로 시작된다. 이는 이후 펼쳐지는 시간의 흐름에서 시작과 끝을 잠깐 장식할 뿐이다. <적인걸2>의 내레이션은 영화를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로 치환하며, 적인걸이라는 걸출한 인물의 수사에 초점을 맞춘 시리즈물의 하나로 연장되게 한다.

어렸을 적 무협지와 무협영화에 매료됐던 사람이라면 그에 대한 열망은 예기치 않은 간극 속에 다른 무엇으로 옮겨갔을 것이다. 그 '간극'은 무협영화의 정체에도 원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할리우드 영화의 스펙터클하고 화려한 이미지, 그리고 전 지구적인 재난을 소재로 그것을 일으키려는 악에 맞선 싸움이 갖는 권선징악의 주제가 각각 '무'와 '협'을 대체했던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온 서극 감독의 영화는 '예전 홍콩 영화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시대착오적 물음을 제하더라도, 홍콩 영화에 대한 향수를 음미하거나 홍콩 영화가 할리우드 액션과 다른 무엇을 확인하고 서극 영화의 달라진 추이를 지켜보고자 하는 정도로 볼 수 있을 것이다. 덧붙여 왕조현이나 임청하가 영화에서 갖는 위치에 상응해 영화 속 안젤라베이비에게 매료되는 것이 여전히 유효한지에 대한 궁금증, 한국 배우인 김범의 분량이나 이미지에 대한 궁금증 등이 영화를 보게 한다.

 <적인걸2> 영화 스틸

<적인걸2> 영화 스틸 ⓒ (주)포커스앤컴퍼니


무협영화에서 중국 고유 무예를 재현할 때 장르적인 특이성은 분명 할리우드 액션이 눈독 들이거나 온전히 흉내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적인걸2>는 무협에 수사물을 더했으며, 수사관(금성무 분)이 영화 외적인 서술자의 위치를 점하는 영화 <무협>과 유사 계열을 이룬다. 전통적인 액션의 영역 위에 근대 이후 얻어진 개인적인 시점이 수사관이라는 입장으로 액션에 덧대어지고, 무협영화 고유의 과장으로 온전히 영화가 수렴되게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무협>에서처럼 <적인걸2> 역시 수사가 촘촘하게 엮이며 긴장도를 높이기보다 한 천재적인 수사관의 신기에 가까운 사건의 분석과 사건에 대한 선점이 액션의 영역만큼이나 과잉이다. 이는 아마도 무술을 구현하는 인물이 현실을 뛰어넘는 초인의 모습을 띤 것처럼 판단과 직감을 발휘하는 인물 역시 비범함으로 표현되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이 역시 무협영화 특유의 과잉적 요소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적인걸은 수사관보다는 무예에도 능하며 현실을 진두지휘하는 제갈공명 등을 떠올리게 한다. 그렇다면 <적인걸2>는 수사물이라는 외피 안에 액션과 무협까지 두루 담고 있는 것일까.

 <적인걸2> 영화 스틸

<적인걸2> 영화 스틸 ⓒ (주)포커스앤컴퍼니


<적인걸2>가 주요 배경으로 삼은 바다는 CG 효과에 힘입어 실제적인 바다에 대한 감각을 주지 않는다. 그리고 미스터리로 제시한 바닷속 괴물은 커다란 배들을 순식간에 파괴하는데, 이는 사실상 바다 자체에서 연유하기보다 바다라는 대자연의 엄청난 스펙터클을 괴물로 환유한다고 하겠다. 3.11 일본 대지진이라는 인류적 재앙의 사건을 목격한 이후, 이러한 이미지는 자연의 엄청난 힘 그 자체로 읽힌다.

괴물이라는 스펙터클은 인간의 싸움을 무력하게 만든다. 영화 <황비홍> 등 이전 무협영화에서 대다수 마지막 장면의 정점을 찍는 긴밀하고 치열한 일대일 액션에서 기대했던 것은 단순한 과잉이 아니라 그 안에서 배어나는 인물의 각기 다른 의지의 다툼과 액션의 고유한 결, 그리고 끈기 있게 지속되는 미묘한 변화의 추이를 겪는 과정 자체였다.

그렇지만 적인걸의 시점이 영화 전체를 은연중에 지배하고 있으며 이 액션은 적인걸 주변 인물에 의해 짧게 구현된다. 괴물의 스펙터클이 튀어나오는 와중에는 일대일 액션의 진수를 느끼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이는 여전히 CG나 여타 기술적인 부분으로 온전히 만들어질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서사 전개의 합목적성에서 싸움과 캐릭터의 구축, 적을 이기기보다 소위 '합'을 맞추는 액션의 과정은 와이어 액션 정도가 동원될지언정 실은 특수 효과 자체에 전적으로 의존하지는 않았다.

 <적인걸2> 영화 스틸, 사진 왼쪽에 안젤라베이비(은예희 역), 김범(원진 역)

<적인걸2> 영화 스틸, 사진 왼쪽에 안젤라베이비(은예희 역), 김범(원진 역) ⓒ (주)포커스앤컴퍼니


한편 안젤라베이비(은예희 역)는 대사가 많지 않은 대신 영화 곳곳에 과잉의 이미지로, 현혹의 피사체로 튀어나오며 많은 사람들의 욕망을 드러낸다. 그는 몸을 잘 가누지 못하며 전적으로 나약함을 드러내고, 흰 피부에 앵두 같은 입술의 화장, 하늘하늘한 옷과 가무 등을 통해 어떤 미적 전형에 근접한다.

물론 이는 전형적인 재현이며 이전 무협영화에서 신비하게 등장하던 여성들의 몫을 대신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사실상 괴물의 정체와 관련해서는 초반에 금세 드러나는 속임수에 가깝고, 사건의 단서를 제공하거나 스토리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주체적인 인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김범(원진 역)은 안젤라베이비와 짝을 이룬다는 점에서 비중 있는 캐릭터이지만 전체적으로 나오는 분량은 꽤 적은 편이다. 적인걸의 진지하면서도 천연덕스럽거나 의뭉스러운 면모는 영화에 조금 더 녹아들었으면 좋았을 부분이다. 그와 짝을 이루는 배우 임경신의 조수 캐릭터는 웃음을 주는 몇 안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종합하자면, <적인걸2>에서 유효한 부분은 적인걸이라는 캐릭터 자체의 매력과 이후 시리즈물로서의 가능성, 그리고 동양 괴물의 특이한 정체, 희대의 미인으로 간택된 안젤라베이비의 미, 대괴물과 수사물에 치어 다소 부족하지만 여전히 다른 식의 무협 액션, 그리고 서극 감독의 영화가 주는 스펙터클 자체가 아닐까 싶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아트신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적인걸2 조우정 김범 안젤라베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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