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서울 화곡동 KBS스포츠월드에서 진행된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배드민턴단 연습공개에서 강호동이 땀을 닦으며 한숨을 돌리고 있다.

방송인 강호동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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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사람에게 사람을 용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고민을 해 봐야 하겠지만, 여하튼 대중은 강호동을 용서해 준 것 같다. 강호동은 2011년 탈세 의혹이 일어나 잠정 은퇴를 선언했지만, 이후 불미스러운 일의 오해가 풀렸고 자연스레 그에 대한 비난도 잦아들면서 다시금 방송 활동도 시작하게 됐다.

연예계로 다시 복귀하기까지 나름대로의 고충을 겪은 셈이다. 한때 아무리 이름을 날리던 국민 MC였다 하더라도 불법이나 비리 등의 단어를 뒤집어쓰는 순간, 공든 탑은 순식간에 무너져 버리게 된다. 신뢰를 회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버거운 일인지 단단히 알게 된 그다.

혹자는 말한다. 차라리 그때 깔끔하게 은퇴하는 것이 나았을지도 모른다고. 복귀 후 강호동이 보여준 예능 성적표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는 것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심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강호동이 이끌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하나같이 꼴찌 아니면 만년 2위, 심지어 방송 한 달여 만에 폐지된 프로그램도 있다. 충분히 실망스럽다는 말들이 나올 만하다.

지난 21일에는 강호동이 약속했던 요식업체 (주)육칠팔의 지분과 수익금의 기부가 지연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갔다. 이에 강호동 소속사인 SM C&C 측은 "강호동의 지분이 비상장 주식이기 때문에 지분 매각이나 배당이 되어야 현금화를 통해 즉시 기부가 가능하다"며 "기부자뿐 아니라 수혜자도 고액의 증여세를 부담해야만 해서 그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마치 강호동이 큰 범죄라도 저지른 양 고개를 숙이는 모양새다. 그런데 왜 강호동은 기부가 늦어지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야만 하는 것일까? 아직도 대중들은 그를 완전하게 품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선행은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가 누군가에게 기부를 해야 한다고 종용할 수는 없다. 설사 기부를 하기로 약속했다가 여의치 않아 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것을 가지고 나무라거나 욕을 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기부의 불발보다 기부의 불발을 비난거리로 만들려는 이들의 마음이 더 잘못된 것이 아닌가?

강호동의 기부 지연이 비난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이미 강호동 소속사가 지연 이유에 대해서 해명을 하기는 했지만, 이는 굳이 해명이나 설명을 부랴부랴 하지 않아도 될 만한 것이다. 정작 비난을 받아야 할 이들은 강호동에게 왜 말이 틀리냐고, 왜 기부를 한다고 했다가 안 하는 것이냐고 손가락질을 해대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강호동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 아직도 그가 옹송그리며 방송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눌리고 위축된 부담감이 느껴진다. 위기설을 감을 잃고, 트렌드를 읽지도 못하며, 변화가 없는 능력의 모자람 탓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끊임없이 색안경을 끼고 그를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도 간과할 수만은 없는 듯하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호동 육칠팔 SM C&C 우리동네 예체능 맨발의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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