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 동계올림픽 현장으로 향하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 팀.

치 동계올림픽 현장으로 향하는 KBS <우리동네 예체능> 팀. ⓒ kbs


'50 대 50'

이리도 팽팽할 줄 몰랐다. 스피드스케이팅 중계에 나선 방송인 강호동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말이다. 한 포털에서 '강호동 스피드스케이팅 중계, 괜찮았다 UP 별로 DOWN'이란 제목으로 진행 중인 찬반 투표가 '50 대 50대'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리도 백중세일 줄이야(11일 오전 이 투표 결과는 실시간으로 변하고 있다).

10일 오후 8시경 소치올림픽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500m 경기를 중계하던 KBS 2TV에 낯익고 친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KBS 특별 해설위원을 맡은 강호동이었다. <우리동네 예체능>의 소치올림픽 특집 녹화 차 소치로 향했던 그가 KBS 서기철 아나운서, 나윤수 해설위원과 나란히 마이크를 잡은 것이다.

강호동은 중계에 앞서 "세계인의 축제에 참여하게 돼 영광스럽다. 긴장되고 흥분되며 떨린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전파를 탄 그의 목소리는 평소 하이톤과 파이팅에 넘치던 예의 그 분위기와 전혀 달랐다. 시종일관 차분하고 담담했으며 자신의 본분을 절대 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리 찬반이 팽팽히 갈리다니.

차분한 운동선수 출신 해설위원 강호동, 괜찮은데?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자로 나선 강호동

소치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자로 나선 강호동 ⓒ kbs


"시청자들의 열기를 모아서 기적 같은 힘이 선수들에게 전달되도록 신나게 응원하겠다."

이 같은 강호동의 소감은 중계에도 그대로 반영된 듯 보였다. 특별해설위원 강호동은 모태범, 이규혁, 김준호 선수가 나선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함께 보며, 주로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궁금증을 나윤수 해설위원에게 질문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예컨대 이런 식.

"선수들 체력은 언제부터 고갈이 됩니까? 1차대회 이후 2차대회가 체력에 부담이 될까요?"
"세계적인 선수들인데도 출발할 때 실수를 하게 되는 원인은 뭘까요?"
"스타터가 누구인가도 좌우가 되나요? 선수와 심판의 관계도 중요하겠군요."

종종 나윤수 해설위원으로부터 "강호동씨가 잘 지적하신 겁니다"란 답이 돌아올 만큼 강호동의 질문은 시의적절한 것이 많았다. 중계 자체에 해가 되는 무리한 질문이나 끼어들기도 거의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과거 운동선수 출신이었던 이라 더욱 공감이 가는 멘트들도 꽤나 유효적절했다. 미국 선수에게 뒤쳐진 김준호 선수에게 "하나의 과정이라 생각하고 소중한 경험으로 쌓길 바란다"고 전하기도 했다.

오히려 감정적으로 치달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스포츠 중계의 감정과잉을 최대한 피하고자 노력하는 인상이랄까. 그럼에도 호불호가 이리 팽팽히 갈린 것은 강호동에 대한 이미지와 더불어 중계를 직접 접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반응이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SNS 상에선 특히 더 그랬다. 강호동이 중계에 나섰다는 사실만 접한 이와 직접 그의 중계를 방송으로 접한 이들의 반응은 분명한 차이가 존재했다. '깜짝 등장'식으로 비춰진 강호동의 중계 합류가 아니었다면 어땠을까.

KBS와 <우리동네 예체능>, <무한도전>의 좋은 예를 참고하시길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에 나섰던 <무한도전> 멤버들

2008 베이징 올림픽 중계에 나섰던 <무한도전> 멤버들 ⓒ MBC


<우리동네 예체능>이 처음 소치올림픽행  촬영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만해도 강호동이 중계석에 앉을 거란 발표는 없었다. 주로 응원과 올림픽 뒷 얘기에 초점이 맞춰있었다. 제작진의 세심함이 살짝 아쉬운 점이 바로 여기 있다. 만약 <우리동네 예체능> 촬영의 일환으로 중계에 나설 것을 미리 예고하고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면 지금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지 않았을까.

2008년 베이징올림픽 당시 <무한도전>이 이뤄낸 반향은 실로 대단했다. 정형돈과 노홍철, 유재석이 여자핸드볼 객원 해설자로 나서 생방송에 투입됐고, MBC의 올림픽 중계 스튜디오를 방문하는 등 평소 올림픽 중계에서 볼 수 없는 풍경들을 만들어냈다.

베이징에서 화제와 시청률를 모두 잡았던 <무한도전>의 2012년 런던올림픽행이 MBC 노조의 파업 여파로 좌절되자 여기저기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중계만 놓고 봤을 때 '무도' 멤버들보다 월등히 나은 실력을 선보인 강호동. 그에 대한 반응 역시 <무한도전> 때와 같은 철저한 준비와 홍보가 동반됐다면 분명 지금과 같지는 않았을 것이다.

강호동은 11일 오후 11시 이상화 선수를 비롯해 김현영, 박승주 선수 등이 출전하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경기 역시 특별 해설위원으로 나설 예정이다. KBS가 '강호동 효과'를 보며 10일 중계방송에서 시청률 15%(닐슨코리아)로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으니 말릴 이유가 없다. 한층 안정감 있는 방송을 선보이리라 예상되는 강호동에 대한 여론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궁금해진다.

강호동 소치동계올림픽 모태범 우리동네 예체능 스피드스케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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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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