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방송된 <신의 선물> 마지막 회의 기동찬(조승우 분).

22일 방송된 <신의 선물> 마지막 회의 기동찬(조승우 분). ⓒ SBS


SBS <신의 선물>은 중반부를 넘어서면서부터 비난을 듣기 시작했다. 유괴된 아이의 죽음을 막기 위해 사건 전으로 돌아가는 엄마의 이야기라는 강렬한 시놉시스로 세련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 것에 비해, 중반부에 다다를수록 스토리가 개연성을 잃었다는 것이다. 억지로 짜 맞춘 것 같은 설정이 보기가 불편하다는 소리가 회를 거듭할수록 점점 거세져만 갔다.

확실히 다른 스릴러 드라마에 비해 독특한 구성으로 전개가 된 것만은 사실이었다. 매 회마다 독립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 그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주인공 또한 용의자라고 불렸다는 점. 이는 미드(미국드라마)의 형식과 닮아 기존 국내 드라마와의 커다란 차별성을 두기도 했다. <신의 선물>은 미드에만 열을 올렸던 이들의 시선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을 거둔 드라마이기도 하다.

반면 이를 어색하게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다. 난해한 퍼즐 게임을 제대로 즐기지 못한다면, 이 작품은 그저 찝찝하고 답답한 기분만 들게 하는 짜증나는 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나 중반부에 가면서 무척이나 꼬아 놓은 설정에 불만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다. '개연성이 없다' '억지 설정이다' 등의 쓴 소리가 나온 것도 그때부터다.

부족한 개연성, 생방송으로 진행된 제작환경 탓?

차봉섭(강성진 분)이었다가, 주민아(김진희 분)였다가, 한지훈(김태우 분)이었다가, 이순녀(정혜선 분)로 바뀌었던 용의자 숨바꼭질은 결국 대통령 아들(주호 분)이 진범으로 밝혀지면서 일단락됐다. 또, 그 배후에는 대통령 비서실장인 이명한(주진모 분)과 영부인 박지영(예수정 분)의 은폐와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는 것이 드러나게 됐다.

그들은 마지막까지 기동찬(조승우 분)을 샛별이를 죽인 범인으로 몰아세우려 안간힘을 썼고, 이들의 음모를 알아차린 대통령 김남준(강신일 분)은 성명을 통해 가족의 범죄를 자백하고 하야를 선언했다. 결국 기동찬의 희생으로 샛별이는 살아나게 됐고, 마지막 회의 마지막 장면은 샛별이가 엄마 김수현(이보영 분)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으로 마무리 됐다.

헷갈리게 하기로 작정한 장황하게 늘어진 용의자 라인업, 아무런 계획성 없이 몸으로만 때우려는 엄마 김수현의 무모함, 예리한 듯 보이나 어딘지 모르게 허술하기만 한 기동찬의 촉, 도무지 말을 듣지 않고 쓸데없이 돌아다녀 사건을 확대시키는 샛별이의 호기심. 이러한 면면들은 개연성 없이 흘러가는 이야기를 만드는 주요인이 됐다.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이 있긴 했다. 김수현은 왜 번번이 이성보다는 감정이 앞서 일을 그르칠까. 한지훈은 어째서 딸의 유괴에 일조를 하게 됐을까. 샛별이 유괴 하나를 두고 벌이는 경찰들의 수사력은 왜 이렇게 터무니없을 만큼 약해 빠지기만 한 걸까. 중반부 이후로 느껴지는 답답함은 바로 이런 불만이 들게 했다.

그 즈음 <신의 선물>이 생방송으로 촬영을 진행한다는 말이 나왔다. 거의 방송하는 날 직전에 부랴부랴 촬영을 하고 편집을 한다는 것이었다. 저절로 '그래서였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개연성을 잃어버린 것이, 시청자들의 불만을 차곡차곡 쌓게 한 원인이 급한 촬영 스케줄과 열악한 환경 탓이었다는 생각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하지만 이는 대본상의 문제를 말함이 아니다. 쪽대본의 남발이나 대본 수정 등은 없었다고 제작진은 말했다. 다른 부수적인 이유로 인해 촬영이 지연되고, 방송을 내보내기까지 작품을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닐까. 대본은 바뀌지 않았으나 그것을 빛나게 하는 뒷받침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마지막 회를 통해서도 대본에는 별 문제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유난히 과거 회상신이 많이 등장한 16회였다. 그리고 그 장면들은 잘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현재의 정황과 정확하게 맞아 돌아갔다. 대본의 수정이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연결성이었다. 스토리의 개연성이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어쩌면 엉성한 스토리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윤택하게 가꾸는 기름칠이 미미했기 때문일지도 모를 일이다.

중간 단계에서 범인이 바뀐 것이 아니다. 이미 범인은 정해진 상태였고, 다만 이를 그려내는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빚어진 것뿐이다. 마지막 회에서 하나하나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제법 촘촘한 구성으로 전개됐고, 부자연스러운 억지 설정이 없이 진행됐다. 기동찬의 죽음이 아쉽기는 했지만, 오히려 그 아쉬움에서 수작의 향내가 풍겼다.

이보영과 조승우, 김태우 등 주연배우들과 용의자 역을 맡은 조연 배우들의 연기력은 마지막까지 훌륭했다. 비록 8%대라는 썩 유쾌하지만은 않은 시청률로 마무리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신의 선물>은 근래 보기 드문 탁월한 스릴러물이었다. 흥행불패 이보영에게는 아쉬운 작품일수도 있겠으나, 그녀 역시 <신의 선물>을 선택한 것에 대해 결코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 여겨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블로그(DUAI의 연예토픽),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신의 선물 조승우 이보영 결말 마지막회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