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기사에는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편집자말]
'평행이론'이라는 말이 있다. 다른 시대를 살고 있는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 예로는 미국의 링컨 대통령과 케네디 대통령을 들 수 있다. 링컨 대통령은 1861년, 케네디 대통령은 1961년에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들은 100년의 시간을 두고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평행이론은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연의 일치가 반복되면서 사람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지난 13일 개봉한 영화 <시간이탈자>도 평행이론을 재미있게 해석한 영화이다.

 <시간이탈자>는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13일 개봉한 타임슬립 소재의 영화다.

<시간이탈자>는 임수정, 이진욱, 조정석이 주연을 맡았으며, 지난 13일 개봉한 타임슬립 소재의 영화다. ⓒ CJ 엔터테인먼트





'꿈'을 통하여 전개되는 이야기

시간이탈자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데 중요한 요소는 바로 '꿈'이다. 두 주인공 지환(조정석 분)과 건우(이진욱 분)는 꿈을 꾸면서 서로를 보게 된다. 마치 서로가 된 것처럼 꿈을 통하여 과거를, 미래를 알게 된다. tvN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와 소통할 수 있었던 것이 '무전'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는 시작 부분의 시점을 교차하면서 보여준다. 새해를 기다리는 장면, 누군가를 쫒아가는 장면, 지환과 건우가 같은 부위에 상처를 입는 장면. 영화는 시점을 교차시키면서 마치 두 시대가 평행으로 나아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은 두 사람은 꿈을 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시점을 계속해서 전환해가면서 흘러간다. 축구경기의 결과를 맞힌다거나, 신문에서 본 사건들이 실제로 일어나면서 지환은 꿈이 가짜가 아님을 깨닫게 된다. 건우 역시 꿈에서 본 여성과 얼굴이 똑같이 생긴 소은(임소정 분)을 만나게 되면서 보통 꿈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두 사람이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새롭게 흘러가게 된다.

바뀌기 시작하는 운명

두 사람은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과거를 바꾸기 시작한다. 꿈을 통하여 서로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그로 인해, 과거와 현재는 다른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결국, 두 사람의 운명은 두 사람의 행동으로 인해 크게 바뀌게 된다.

한편, 시간을 초월하여 운명을 바꾸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주인공들은 고뇌에 빠지는 게 보통이었다. 주인공은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과거를 바꾸게 되지만, 결국 그로 인해서 더 많은 사람이 다치거나 소중한 사람이 다른 사건으로 다시 위험해지는 상황들이 생긴다. 주인공은 과거를 바꾸는 위험성에 대하여 고뇌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시간이탈자>에서는 과거를 바꾸면서 생기는 영향보다는, 두 사람이 범인을 추적하는 것에 더 초점을 맞췄다.

 많은 인기를 얻었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와 소통할 수 있던 도구가 '무전'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많은 인기를 얻었던 tvN 드라마 <시그널>에서 과거와 소통할 수 있던 도구가 '무전'이었다면, 이 영화에서는 '꿈'이 그 역할을 하고 있다. ⓒ CJ 엔터테인먼트


과거에 집중된 이야기들

영화는 주로 과거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지환의 행동들이 과거에 예정되어 있던 사건들을 막아내고 바꾸게 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현재 시점인 건우의 비중이 적게 느껴진다. 건우의 주 역할은 현재의 신문이나 자료 등을 통하여 지환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건우의 역할이 과거가 바뀌길 기대하는 것이 대부분이라는 점은 다소 아쉽다.

이는 비슷한 소재를 다뤘던 드라마 <시그널>과도 대비되는 모습을 보인다. <시그널>에서도 과거의 행동으로 미래가 바뀌는 일은 물론 있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많은 부작용을 알게 된 두 사람이 과거에 놓쳤던 범인을 '현재'에 잡는 방식으로 해결한다는 점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의문이 생긴다. 지환으로 인해 무수히 바뀌는 과거와 현재를 보면서 건우는 아무런 걱정도 들지 않았을까? 두 사람의 행동이 현재에 어떤 영향을 만들어낼지 고민조차 없는 모습을 보면 관객들은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건우는 꿈에서 본 여성과 얼굴이 똑같이 생긴 소은(임소정 분)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새롭게 흘러가게 된다.

건우는 꿈에서 본 여성과 얼굴이 똑같이 생긴 소은(임소정 분)을 만나게 된다. 그때부터 꿈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다시 새롭게 흘러가게 된다. ⓒ CJ 엔터테인먼트


흥미로운 소재, 그러나 부자연스러운 부분들

'꿈'을 통해 두 사람이 시대를 초월하여 소통하는 이 영화는 흥미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들이 보인다. 영화에서는 소은과 건우가 바뀐 현재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나온다. 여기에서 '꿈'을 통하여 소통하는 건우와 지환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바뀐 현재에 대해서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쉽다.

또한, 범인의 동기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을 죽게 만든 범인의 동기라고 하기에는 다소 약해보인다. 시대를 초월하면서까지 잡아야 했던 범인의 살인 동기가 더욱 연관성 있는 것이었다면 영화가 더 흥미롭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시간이탈자>는 '평행이론'을 재밌게 다룬 영화이다. 두 사람이 연결되는 '꿈'을 꾸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 두 사람이 시간을 초월하면서도 잡아야 했던 범인이 누구인지는 영화를 통하여 확인하면 좋을 것이다.

이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은 마지막 대사가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약속할게, 다음 생에 네가 무엇으로 태어나든 꼭 찾아낼게."

평행이론 타임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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