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개 구단 체제에 따라 128경기에서 144 경기로 경기 수가 증가했다. 늘어난 경기 수로 인해 짧아진 선발 투수의 평균 소화 이닝과 잦은 구원 투수 등판으로 인해 투수들의 피로도는 날이 갈수록 쌓여만 갔다. 여기에 역사적인 무더위는 선수들을 지치게 하기 충분했다.

지난 시즌 프로야구는 3할 타자 40명, 2점대 평균 자책점 투수 1명으로 KBO 리그 역사상 전설적인 타고투저 시즌을 기록했다. 리그의 평균 타율은 0.290으로 솟구쳤고 리그 평균 자책점은 5.17로 폭등했다.

훌륭한 타자의 덕목은 타석에서 많은 공을 상대하며 투구 수를 늘려 투수를 괴롭히는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가장 예민하고 어려운 포지션인 투수가 가장 상대하기 싫은 타자는 삼진을 당하지 않으며 타석에서 오래 버티는 타자일 것이다.

타자가 타석에서 삼진을 당하지 않으며 오래 버티는 방법은 끈질긴 승부 끝에 볼넷을 걸어나가거나 2스트라이크 이후 오는 공을 커트하는 방법이다. 지난 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을 통해 상대하기 어려운 타자 10명을 살펴보았다.

예상외의 반전

 커트율 상위10명선수

커트율 상위10명선수 ⓒ statiz.co.kr/스탯티즈


드디어 자신의 옷을 제대로 입은 김성현은 '거포 군단' SK와이번스 라인업에 몇 안되는 교타자다. 지난 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은 86.6%를 기록하며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렸고, 컨택율 역시 89%로 리그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타석에서 가장 어려운 공이 오면 때려낸다는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인 상대 공략은 성적 향상으로 다가왔다. 생애 첫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좋은 컨택율을 바탕으로 초구 스윙률이 48%로 2번의 타석당 1번은 초구에 배트가 나가면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적극적인 모습 속에서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끈질긴 모습을 보이며 0.370의 출루율을 기록했다.

두산의 캡틴이자 내야의 핵심인 김재호는 유일한 유격수 3할 이상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였다. 특히 85.3%의 커트율은 리그 4위에 이름을 올렸을 정도로 타석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타석당 투구수 4.11를 기록하면서 끈질기게 승부하였고 삼진보다 많은 볼넷은 상대 투수에게 하위타선임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승부를 하였다는 것을 보여줬다. 김재호의 FA 대박은 의외가 아니라 당연한 결과였다.

지난 시즌 4할에 도전하면서 데뷔 후 최고의 활약을 펼쳐준 김문호는 자신의 첫 풀타임 시즌을 타율 0.325로 마감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이 84%로 자신이 노리는 공이 올 때까지 버티는 무서움을 보였다. 시즌초 이런 집요함은 김문호를 4할 유지할 수 있게 만들었지만, 첫 풀타임에 긴 투수와의 승부는 결국 체력 저하로 오래가지 못했다. 첫 풀타임 시즌임에도 수준급 외야수 성적을 보여준 김문호는 롯데의 주전 외야수로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국대 출신은 죽지 않아요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

이용규, 정근우, 이종욱 ⓒ 한화 이글스, NC다이노스


FA(자유계약 선수)로 화려하게 한화 이글스로 이적한 이용규는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 92.6%로 리그 최고 컨택 히터의 모습을 보였다. 2위인 유한준(87.1%)과 5.5%의 차이를 보였다. '용규놀이'창시자인 이용규는 지난 시즌 타석에서 평균 4개 이상의 공을 보면서 투수와 승부했고 아웃시키기 위해서는 7개 이상의 공이 필요했다.

이용규는 2010년 이후 BB/K(볼넷/삼진)이 1.51로 1위에 이름을 올리며 특유의 세밀한 타격력을 키웠고 해를 거듭할수록 삼진이 줄고 있는 중이다. 특히, 2016시즌은 2015시즌에 비해 삼진을 16개나 줄이며 아직 더 성장 가능성이 있음을 증명했다. 이용규는 테이블 세터의 덕목인 '삼진은 최소화 볼넷은 최대화' 지키며 1루로 살아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국가대표 2루수 정근우 역시 화려하게 한화 이글스로 합류했다. 한화의 약점인 테이블 세터로 활약을 하며 최고의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최근 전 세계 야구 트렌드인 강한 2번 타자의 면모를 여실히 보여줬다.

정근우의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이 82.2%로 타석에서 자신이 원하는 공을 기다렸다. 지난 시즌 타석에서 끈질긴 승부를 통해 삼진보다 더 많은 볼넷을 얻어냈다. 더군다나 특유의 정교한 타격에 장타력을 더하면서 상대 투수를 압박했는데 특히 18홈런을 기록하면서 121득점(리그 1위)을 올리며 팀을 이끌었다.

NC 다이노스로 이적한 이종욱은 이적 후 처음으로 3할을 넘기며 기량이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타석당 투구 수를 4개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타석에서 끈질기게 승부하였고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은 82.3%로 리그에서 상위권에 모습을 보였다. 정교한 타격 능력은 시간이 지나도 여전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하지만 컨택만 좋았다. 이종욱은 과거 정근우, 이용규와 함께 국가대표로 활약을 하면서 최고의 리드 오프라는 명성을 얻었다.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했던가 NC로 이적 당시 3할 20도루가 보장되는 리드오프로 최고의 수비력을 바탕으로 센터라인 외야수로 50억을 들여 영입했으나 저조한 성적으로 많은 비난을 받았다. 다가오는 시즌 종료 후 두 번째 FA 자격을 얻게 되는 이종욱의 'FA 로이드'가 절실하다.

베테랑의 공격력

자신의 연고인 KT 위즈로 이적한 유한준은 이적 첫해부터 좋은 모습을 보였다.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는 출전하지 못했지만 신생팀인 KT 위즈에 몇 안되는 고참이자 최고의 외야 수비를 펼쳐주었다. 중심 타선에서 팀의 구심점을 잡아주었다.

부상으로 많은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지만 들어선 타석에서 최고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커트율 87.1%, 컨택율 90%로 두 부분 모두 이용규 다음으로 좋은 모습을 보였다. 삼진 대비 볼넷을 9개나 더 기록했다. 장타력을 가지고 있는 타자이면서도 KT의 견제할 만한 타자가 없기에 유한준은 시즌 내내 고군분투했다.

LG의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라는 말과 가장 잘 어울렸다. 8년 연속 3할, 개인 통산 2000안타, 개인 통산 3000루타, KBO 최초 5년 연속 150안타를 기록하며 '기록택'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용택은 리그를 대표하는 컨택 히터로 지난 시즌 역시 최고의 활약으로 LG 트윈스를 가을 야구로 이끌었다. 특히 타석에서 2249개의 공을 보며 투수와 끈질기게 승부를 하였다. 시즌초 1할을 기록하던 박용택이 시즌을 0.346으로 마감한 것을 본다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동석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lso528)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커트율 커트 컨택율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