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크로아티아의 23인 엔트리가 발표됬다.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크로아티아의 23인 엔트리가 발표됬다. ⓒ 크로아티아 축구협회 트위터


'크로아티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하이킥'으로 유명한 이종격투기 선수이자 크로아티아 국회의원이었던 미르코 크로캅, 그리고 '1998년 프랑스 월드컵' 3위다.

지금도 회자되는 '프랑스 월드컵 3위'는 크로아티아 축구가 유일하게 내세울 수 있는 메이저대회 성적이다. 당시 크로아티아는 프랑스 월드컵 득점왕에 오른 다보르 슈케르를 비롯해 로베르토 야르니, 얼마전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우리나라를 찾은 로베르토 프로시네츠키, 그리고 그라운드의 사령관 즈보니미르 보반 등 1987년 세계 청소년 선수권 대회 우승멤버들을 앞세워 센세이셔널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이 성적 외엔 월드컵과 유로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세대교체에 실패한 2002년 한일월드컵을 비롯해 2006년 독일 월드컵,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유로에서도 유로96과 유로2008 8강에 오른 것이 최고성적에 불과하다.

이번 월드컵 지역예선에서도 크로아티아는 기복 있는 모습을 보였다. 조별리그 초반 5경기에선 4승 1무로 선전했지만 반환점을 돈 지난해 6월 아이슬란드와의 경기에서 0-1를 시작으로 경기력이 떨어진 모습을 보이며 매경기 힘겨운 승부를 펼쳤다. 결국 핀란드전 1-1 무승부에 그치며 아이슬란드에게 조 1위 자리를 내주고 플레이오프로 밀려났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안테 차치치 감독을 경질한 크로아티아는 즐라트코 다리치 감독에게  팀을 맡긴 뒤 힘겹게 플레이오프를 통과해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러시아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재능있는 선수들이 다수 즐비해 '탤런트 군단'으로도 불린다. 비록 크로아티아는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세대교체에는 실패했지만, 이후 이비차 올리치, 이반 클라스니치, 베르단 촐루카, 다리오 스르나, 루카 모드리치를 시작으로 이반 라키티치, 데얀 로브렌, 시메 브르살리코, 이반 페리시치, 마리오 만주키치, 마테오 코바시치, 안드레이 크라마리치 등 재능 있는 선수들이 꾸준히 나타났고 지금도 대표팀에서 활약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이 하나로 뭉치지 못하고 롤러코스터 행보를 보이며 메이저대회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점은 아쉽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주목 받던 선수들이 하나 둘 그라운드를 떠났다. 다리오 스르나가 지난 유로2016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뒤 10년 넘게 대표팀에서 활약했다 할 수 있는 선수는 촐루카와 모드리치, 라키티치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모드리치-라키티치, 조국 16강으로 이끌까?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는 각각 스페인 프리메라리가(LFP)의 맞수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의 주전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다. 두 선수는 클럽간의 대결에선 적으로 만나지만 대표팀에선 함께 호흡을 맞추는 동반자다. 이 두 선수의 A매치 경력을 합하면 196경기(모드리치 105경기, 라키티치 91경기)로, 크로아티아 대표팀의 기둥이라고 볼 수 있다.

함께 호흡을 맞춘 유로2008을 시작으로 다가오는 러시아 월드컵까지 10년 동안 함께 하며 크로아티아 축구를 이끌었던 이들도 30대에 들어섰다. 그들에게 러시아 월드컵은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는 무대다. 그런 의미에서 두 선수에게 이번 월드컵은 더욱 중요하고 조국을 16강으로 이끌어야한다는 막중한 임무 역시 갖고 있다.

함께하는 동료들 역시 기량이 출중하다. 공격진에는 마리오 만주키치를 비롯해 이반 페리시치, 안드레 크라마리치, 니콜라 칼리니치가 포진하고 수비진에는 시메 브르살리코와 데얀 로브렌, 비다 등이 자리 잡았다. 함께 대표팀을 이끌었던 촐루카는 백업요원으로의 활약이 예상된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16강 진출 여부는 불투명하다. 같은 조에 속한 아르헨티나,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 크로아티아는 그동안 남미와 북중미 팀, 그리고 개인기와 기동력, 팀 스피드가 빠른팀을 상대로 고전해왔다. 실제로 크로아티아가 월드컵에서 기록한 7번의 패배 중 6패는 브라질(2패), 아르헨티나, 멕시코(2패), 에콰도르 등 개인기가 출중하고 기동력과 팀 스피드가 빠른 북중미 팀을 상대했을 때 나왔다(나머지 1패는 프랑스).

이번 예선에서 상대하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역시 크로아티아가 과거 고전했던 팀들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 원맨팀'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지만, 선수 개개인의 기량이 워낙 출중한데다 메시 개인기량만으로도 크로아티아 수비에겐 벅차다.

나이지리아 역시 젊은 선수들이 다수 포진해 있어 기동력과 스피드 측면에선 크로아티아보다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가장 많이 대결을 펼친 아이슬란드 정도가 크로아티아 입장에선 해볼 만한 상대지만, 그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여기에 공격진의 활약이 미미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지난해 6월 12일 아이슬란드전을 시작으로 최근 1년 동안 크로아티아는 4승 2무 4패의 성적을 기록했다. 그런데 문제는 득점이 9골에 그쳤다는 점이다. 이는 우크라이나전(2골), 그리스전(4골)의 영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공격력이 상당히 빈약하다.

크로아티아의 이번 엔트리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한 선수는 지역예선에서 팀내 가장 많은 득점(5골)을 터뜨린 마리오 만주키치다. 하지만 만주키치는 지난해 10월 핀란드전 이후 대표팀에서 득점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활약하는 니콜라 칼리니치(AC밀란), 이반 페리시치(인테르 밀란)가 올시즌 다소 페이스가 떨어진 모습을 보였다는 점 또한 걸림돌이다. 올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호펜하임에서 13골로 득점랭킹 6위에오른 크라마리치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빈약한 크로아티아의 공격력에서 제 기량을 발휘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또한 최근 평가전에서 페루, 브라질과 같은 남미팀에 패배한 것도 불안요소다. 나이지리아와 첫 경기를 치르는 크로아티아 입장에선 만약 이 경기에서 패한다면 2차전이 아르헨티나전이어서 아이슬란드전 결과와 관계 없이 조기 탈락할 수도 있다.

지난 대회에 이어 예선 도중 감독을 교체하는 모습을 답습하며 본선에 올라온 크로아티아의 최근 행보가 불안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이 상황에서 팀의 중심인 모드리치와 라키티치를 중심으로 팀이 뭉쳐 죽음의 조를 탈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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