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축구사에서 이 두 선수를 빼놓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바로 호날두와 메시다. 이 둘은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싱거운 결과였다.

호날두와 메시의 세기의 대결은 호날두가 2009년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하면서 시작됐다. 이적 첫 해 35경기 7골로 예열을 마친 그는, 다음 해 54경기 53골이라는 엄청난 득점포를 과시하며 메시와의 치열한 싸움을 예고했다. 호날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파괴력을 갖춰갔다. 올해는 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6연패를 달성했고, 전무후무한 UEFA 챔피언스리그 3연패의 역사를 썼다. 라 리가 터줏대감 메시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2011-2012시즌 60경기 73골 29도움을 기록하며 한 시즌 라 리가 최다 득점 기록을 갈아치웠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4연 연속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 시즌은 부상의 여파 및 컨디션의 하락으로 다소 아쉬운 활약을 보여줬지만 최고의 선수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해트트릭을 기록한 호날두 이번대회 첫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한 호날두는 팀을 패배에서 구해냈다.

▲ 호날두 ⓒ 피파 공식 홈페이지


두 선수의 경쟁은 국가 대항전에서도 계속됐다. 호날두는 프랑스에서 열린 유로 2016에서 자국을 우승으로 이끌며 에이스 자질을 십분 과시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조별 탈락의 수모를 겪은 포르투갈은 호날두의 활약에 힘입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의 달콤함을 맛봤다. 호날두는 그 대회에서 주장으로 팀을 이끌며 3득점의 준수한 활약을 보여줬다. 이번 월드컵 유럽 지역 예선에서도 그의 존재감은 빛났다. 스위스, 헝가리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속해있는 그룹 속에서도 총 15골을 뽑아내면서 포르투갈을 조 1위로 본선에 올려놓았다.

반면 아르헨티나의 메시는 물음표가 달린다. 바르셀로나에서의 메시와는 확연히 다르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일단 메시는 국가 대항 메이저 대회 우승컵을 아직 만져보지 못했다. 월드컵은 고사하고 2007년부터 출전한 코파 아메리카에도 4차례나 출전했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특히 메시는 중요한 경기에서 잠잠한 적이 많았다. 그는 월드컵 본선에서 총 다섯 골을 넣었지만, 모든 득점이 조별 리그에 몰려있다. 토너먼트 승부에서 좀 더 강력한 파괴력을 발산할 필요가 있는 메시다.

국가 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이어가는 호날두와 대표팀만 오면 부진한 모습을 노출하는 메시의 활약은 이번 1차전 만에 갈렸다. 호날두는 쾌조의 출발을 알린 반면, 메시는 공격 포인트를 올리지 못하며 아르헨티나의 무승부를 지켜봤다.

포문은 호날두가 먼저 열었다. 지난 16일 (한국 시간) 스페인과의 조별 리그 1차전에서 해트트릭을 터뜨리며 극적인 무승부를 거뒀다. 전반 4분 만에 자신이 만들어낸 페널티킥을 침착하게 성공시키며 선제골을 터뜨린 호날두는 전반 종료 직전 강력한 중거리슛으로 데헤아 골키퍼의 실수를 유발해 멀티골을 성공시켰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2대3으로 뒤진 후반 43분 자신의 장기인 프리킥 득점을 꽂아 넣으며 해트트릭을 성공, 경기를 극적으로 원점으로 돌렸다. 아직 대회 초반이라 의미를 강하게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1경기 만에 3골을 집어넣으며 단독 득점 선두로 올라섰다.

포르투갈은 스페인과의 맞대결에서 역습을 통한 득점에 주력했다. 높은 점유율을 잡고 경기 운영을 가져가기보다는 수비 조직을 우선 다진 후, 최소한의 패스를 통해 공격을 풀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플레이 스타일 또한 호날두의 플레이 스타일을 더욱더 강화시켰다. 그는 빠른 스피드와 돌파 능력을 통해 팀 공격을 주도했다. 특히 2선에서는 문전과 측면에 위치한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로 조력자 역할까지 자처했다. 포르투갈의 빠른 역습에 스페인 수비 라인은 순간 무너지는 모습을 보이며 실점 위기 장면을 수차례 초래하기도 했다. 소문난 잔치였던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빅매치의 주인공은 단연 호날두였다.
  
이제는 메시가 화답할 차례였다. 아르헨티나의 첫 번째 맞대결 상대가 다소 전력이 떨어지는 아이슬란드였다는 점도 메시에게 호재였다. 하지만 메시는 묵묵부답이었다. 90분 풀타임을 소화했지만, 공격 포인트를 올리는데 실패했다. 전반 초반의 몸놀림은 나쁘지 않았다. 두 차례의 날카로운 프리킥을 비롯, 날카로운 슈팅도 두 차례나 터뜨리며 기대감을 높여갔던 메시였다. 전반 17분과 21분, 할도르슨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고 말았지만 측면에서 중앙으로 접고 들어오면서 때리는 슈팅은 모두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기에는 충분했다.

문제는 그 이후부터 메시의 번뜩이는 플레이는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었다. 전반 중반 이후부터 8대2 이상의 점유율의 우세를 가지고 공격을 풀어간 아르헨티나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어내기란 어려웠다. 메시도 집중 수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메시가 공을 잡으면 기본적으로 2~3명의 아이슬란드 수비수들이 붙으며 그의 플레이를 제한했다. 심지어 후반 18분에는 페널티킥을 실축하면서 망신살을 뻗쳤다. 결국 아르헨티나는 약체로 꼽히는 아이슬란드와 1대1 무승부를 거두는데 그쳤다. 상대의 전력 차가 분명히 존재했던 터라 같은 무승부라 하더라도 느끼는 온도차는 컸다. 

1차전은 호날두의 완승이었다. 단순 스탯뿐만 아니라 경기 전체에 미치는 영향력에서 마저도 호날두가 우세했다. 남은 일정도 호날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포르투갈은 모로코와 이란을 차례로 만난다. 지난 상대였던 스페인과 비교해 분명 전력이 약세하기 때문에 더욱 강력한 득점포를 가동할 수 있다. 메시의 아르헨티나는 크로아티아와 나이지리아를 만난다. 낙승이 예상됐던 아이슬란드를 상대로도 고전했던 모습을 보여줬기에 이후 경기에서도 승점 3점을 쉽게 따내기란 어려울 전망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가 살아나려면 메시가 살아나야 한다. 월드컵 개막 전부터 우승을 목표로 밝힌 아르헨티나가 더 높은 단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결국 에이스의 활약이 중요하다. 이제 1라운드를 치렀을 뿐이다. 이후 경기에서 양 선수의 싸움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호날두와 메시의 불꽃 튀는 경쟁은 이제 2차전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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