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당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황재영은 휘문고 진학 이후 배재고로 전학했다.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당시 팀의 에이스 역할을 맡았던 황재영은 휘문고 진학 이후 배재고로 전학했다. ⓒ 김현희


지금으로부터 4년 전, 미국 북동부에 위치한 펜실베니아주(州)의 작은 도시 윌리엄스포트에서는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작은 기적이 일어난 바 있다. 대한민국 리틀야구 국가대표팀이 연일 승전보 소식을 전해왔던 것이었다.

뜻하지 않은 어린 태극 전사들의 선전소식에 많은 야구팬들이 기쁨을 표현했고, 당시 MBC SPORTS+ 에서도 본선 전 경기를 중계방송하면서 어린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이러한 어른들의 응원에 힘을 받아서였을까? 대한민국 리틀리그 국가대표팀은 미국 외의 국가들로 모여진 '인터네이셔널 리그'에서 일본을 제압하고 1차 우승을 확정한 데 이어 최종 월드시리즈에서도 미국 대표팀마저 꺾으며 종합 우승을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1984년과 1985년, 심재학(넥센 코치) 등을 앞세워 전승 우승을 이끌었던 기적을 29년 만에 재현한 것이었다.

그러나 우승 자체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상대 팀의 호수비와 좋은 타격 실력에 서로 칭찬하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던 사실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야구의 진정한 의미를 알고자 하면 죽기 전에 리틀리그 월드시리즈를 꼭 봐야 한다"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결과에 승복하고, 과정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어린 선수들이 큰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리틀리그야말로 프로야구가 가야 하는 방향을 잘 알려 주는 무대라고도 할 수 있다.

2014년 중학교 1학년생들이 만든 작은 기적... 지금은?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들의 근황

2014 리틀리그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들의 근황 ⓒ 김현희


당시 우승의 주역들은 정말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다. 코칭스태프를 포함하여 방송 출연도 해야 했고, 프로야구 시구도 진행하는 등 어려운 여건 속에서 최선을 다 한 태극전사들에게 어른들은 각종 행사로 이들을 치하했다. 남은 것은 큰 무대 경험을 바탕으로 중학 무대를 넘어 고교 무대에서 최선을 다 하는 일 뿐이었다.

이후 벌써 4년이 흘렀다. 그 사이에 이들의 영향을 받은 후배들도 인터네셔널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등 꾸준히 리틀리그 국제무대에서 호성적을 내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리고 당시 후배들의 선전을 이끌 수 있도록 물꼬를 튼 이들은 벌써 고교 2학년생이 됐다.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이들은 서서히 각 학교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면서 우승 멤버로서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 참가했던 인원은 총 13명이다. 이 중 내야수 김재민(서울 외국인학교 소속)만이 대회 후 이민을 갔고, 나머지 12명은 중학교를 거쳐 그대로 고교에 진학했다. 그 중 세 명의 선수는 2학년 진학과 함께 전학을 선택, 또 다른 출발을 선보이기도 했다.

4년 전 리틀리그 월드시리즈에서 가장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팀의 에이스, 황재영(17)은 휘문중학교에서도 에이스 겸 4번 타자로 활약하다가 같은 재단인 휘문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1학년 시절에는 부상 등으로 벤치에서 머문 시간이 많아 실제로 경기에 투입되지는 못했다. 안우진(넥센), 김민규(두산), 이정원(홍익대) 등 좋은 투수들이 버티고 있었다는 점, 외야나 지명타자로 눈을 돌려 보아도 김대한이 1학년 때부터 타석에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이 꽤 크게 다가왔다.

이후 배재고 전학을 선택하여 현재 백업과 스타팅 멤버를 오가면서 그라운드에 나서고 있다. 아직 투수로 등판한 기록은 없고, 주로 1루수나 지명타자로 등장하여 9타수 4안타 1타점, 타율 0.444를 기록중이다. 지난 3일 신일고와의 경기에서는 같은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였던 안동환을 만나 나란히 8번 타자로 선발 출장한 경험이 있다.

 안타를 친 이후 권용관 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성남고 4번 타자 최해찬

안타를 친 이후 권용관 코치와 기쁨을 나누는 성남고 4번 타자 최해찬 ⓒ 김현희


황재영과 함께 팀의 마운드와 타선을 책임졌던 듬직한 마무리투수 최해찬(17)은 홍은중학교 시절에도 팀에서 4번을 책임지면서 착실히 성장했다. 성남고 진학 이후에는 1학년임에도 불구하고 간혹 대타로 나와 눈에 띄는 성적을 보여줬고, 서울시 추계리그부터는 아예 4번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팀의 중심에 섰다. 이변이 없는 한 투수로는 마운드에 서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주말리그가 한창인 현재, 44타수 16안타 2홈런 11타점, 타율 0.364를 마크하고 있다. 4년 전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선수들 중에서는 가장 꾸준하게 출장 시간을 보장받고 있으며, 성적 또한 가장 준수하다.

월드시리즈 당시 '문태민'이라는 이름으로 참가했던 문준오는 최해찬 다음으로 꾸준하게 팀에서 기회를 부여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회 이후 개명까지 할 만큼 야구에 절박한 모습을 보여줬고, 동인천중학 재학 도중 신흥중학교로 전학까지 갈 만큼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여 왔다. 고교 진학 이후에는 인천고로 진학했으나, 이후 비봉고 창단 소식이 들려오면서 더 많은 출전 기회를 보장받기 위해 다시 전학을 선택했다. 비봉고에서는 주로 리드오프로 출장중이며, 올해 성적은 44타수 9안타 1타점 3도루, 타율 0.205를 기록중이다.

당시 대표팀 내야수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윤준혁(17) 역시 꾸준히 자신의 재주를 드러냈던 유망주였다. 충암중학교 졸업 이후 같은 재단인 충암고에 그대로 진학했고, 현재 외야수 함창건 등과 함께 2학년 멤버로서 꾸준히 충암고 라인업에 모습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올해 주말리그 시작과 함께 연속 안타 행진을 펼쳤지만, 최근에는 다소 부진에 빠지면서 본인의 모습을 100%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나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재능이 있다. 언제든지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 선수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올해 성적은 12경기에 출장하여 32타수 5안타 4타점, 타율 0.156를 기록중이다.

 6월 3일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3안타를 몰아쳤던 안동환. 리틀리그 당시의 엣된 모습에 비해 지금은 훈내가 진동하는 멋진 고교생으로 성장했다.

6월 3일 후반기 주말리그에서 3안타를 몰아쳤던 안동환. 리틀리그 당시의 엣된 모습에 비해 지금은 훈내가 진동하는 멋진 고교생으로 성장했다. ⓒ 김현희


월드시리즈 당시 내-외야를 오가면서 유틸리티맨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유망주 안동환(17)도 잠신중학교 시절 팀의 중심에서 최선을 다했다. 이후 신일고교로 진학하면서 1학년 때에는 크게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다가 올해 들어서면서 대주자, 대수비, 대타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주말리그 후반기에는 간간이 선발로 출장하면서 맹타를 퍼붓기도 했다. 특히, 지난 3일 열린 배재고와의 경기에서는 3안타를 몰아치면서 옛 동료 황재영과의 맞대결에서 완승을 거두기도 했다. 시즌 성적은 15타수 4안타 3타점, 타율 0.267를 기록중이다.

4년 전 월드시리즈에서 한일전 승리 투수로 이름을 올렸던 사이드암 김동혁(17)도 영동중학교 에이스로 활약하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의 눈에 띄어 고교 진학에 성공할 수 있었다. 1학년이었던 지난해에는 서울시 추계리그부터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 올해 전반기에도 호투를 선보이면서 덕수고 마운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올해 성적은 두 경기에 등판, 8이닝을 소화하면서 1승 무패 11탈삼진, 평균자책점 2.25를 마크하고 있다. 이닝 당 탈삼진 비율이 높아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당시 우승 멤버 중 위의 6명 선수가 대체로 꾸준하게 기회를 부여받는 편이다. 이외에도 인천 구월중학교를 졸업한 이후 인천고에 진학한 외야수 신동완(17), 청량중 졸업 이후 배명고로 진학한 투수 권규헌(17), 배재중 졸업 이후 경기고로 진학한 투수 유준하(17)가 백업 멤버로 기회를 부여받고 있다. 내야수 박지호(성남고), 내야수 전진우(서울고)를 비롯하여 당시 팀의 유일한 포수로 참가했던 한상훈(덕수고)은 아직 실전 경험이 없지만, 언제든지 투입이 가능하도록 몸을 만들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리고 내년에는 이들 12명이 모두 신인지명회의 대상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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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데일리안, 마니아리포트를 거쳐 문화뉴스에서 스포테인먼트 팀장을 역임한 김현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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