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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9일부터 11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 이주노동자회의(RCM)가 열렸다. 아시아 29개국 53개 단체 및 협의체(지역 회원 260개 단체)로 구성된 아시아 이주노동자포럼(MFA)이 주최한 RCM에서 각국 활동가들은 국제노동기구(ILO), 국제이주기구(IOM) 등과 함께 사흘간 이주노동자의 사회적 보호 방법, 송출시스템 개선 등에 대해 논의했다.

마침 한국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12월 10일 자로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을 발표해 '미등록 이주노동자 사면 합법화' 관련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아시아 이주노동자회의 참석자들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FA) 회원 단체와 ILO, IOM 등이 함께 한 아시아 이주노동자회의 참석자들
▲ 아시아 이주노동자회의 참석자들 아시아이주노동자포럼(MFA) 회원 단체와 ILO, IOM 등이 함께 한 아시아 이주노동자회의 참석자들
ⓒ 고기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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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비자 아닌데... 미등록자 혜택 미지수

필리핀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 활동가들은 관련 대책 내용이 브로커(일자리 중개업자)들 사이에서 이미 돌아다니고 있다며 진위 여부를 물었다. 그들은 한국에서 자진출국자들에게 취업 비자 발급을 준다는 소식이 사실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알고자 했다. 아시아 활동가들의 질의는 한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 문제가 아시아 각국에서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정책임을 보여주었다.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은 2019년 12월 11일부터 올 6월 말까지 새로운 자진출국제도를 시행한다는 것으로, 자진출국자에게는 재입국 규제를 완화해 단기상용비자(C-3)를 발급하고, 출국하지 않는 미등록 체류자와 고용주에 대해서는 범칙금 부과 및 단속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법무부는 이번 대책의 추진배경에 대해 "지난 수년 동안 20만 명 내외로 유지되던 미등록자가 2016년 21만 명에서 2019년 말 38만 명으로 급증했다"고 밝혔다. 이어 "사증(비자)면제 국가가 불법체류 외국인(국적)의 44.7%에 달함에 따라 우호친선을 위한 사증면제협정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조성되며" "불법체류 외국인 증가 억제를 위해 공항에서 입국심사가 강화됨에 따라 (...) 입국불허로 인한 외교적 마찰 등 여러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법무부는 미등록 외국인 증가를 현재의 단속과 자진출국 위주의 정책만으로 막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당시 법무부 보도 자료가 영문을 포함한 어떤 외국어로도 번역이 되지 않았는데도, 아시아 지역 활동가들 사이에 신속하게 전달된 이유는 소셜미디어의 영향이 컸다. 미등록자 자진신고 업무대행 등으로 이익을 보고자 하는 브로커들이 이를 미등록자들에게 큰 혜택이 돌아가는 사면 합법화 조치인 것처럼 재빠르게 번역하여 법무부 발표를 왜곡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자진신고는 대행할 수 있는 업무가 아니고, 자진 출국한다고 취업비자가 발급되는 것이 아니라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브로커들의 온라인 활동은 발표 초기에 비해 거의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하지만 자진출국과 취업 비자 관련한 소문은 이주노동자들 사이에서 여전히 돌고 있다. 
 
 법무부가 발표한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의 내용
 법무부가 발표한 "불법체류 외국인 관리대책"의 내용
ⓒ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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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록 이주노동자의 한숨 

농업이주노동자로 일하던 캄보디아 출신 말린(가명)은 2년 전 출산 때문에 일시 귀국했다가 재입국했을 때 해고 당하여 '미등록'이 되었다. 사장은 신규 인력을 고용하여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말린을 해고했다. 체류 기한이 8개월 정도밖에 없었던 말린은 구직에 실패했고 석 달 뒤 미등록자가 되었다. (고용허가제에 따라 세 달 안에 새로운 회사와 계약을 못하면 미등록, 즉 불법체류 신분이 된다)

그때부터 포항, 이천, 용인, 평택 등으로 돌아다니며 임금체불과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만, 아기를 위해 참고 견뎠다. 고용허가제에 의해 미등록자가 된 말린에게 '자진출국하면 비자를 준다'는 소문은 하늘이 준 기회처럼 들렸다. 하지만 오는 설에 맞춰서 귀국 준비를 서두르다 취업비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말린은 이번 법무부 조치가 브로커들만 좋게 만드는 정책이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아이가 보고 싶어서 당장이라도 귀국하고 싶다. 재입국 비자가 취업비자라면 귀국을 미룰 이유가 없다. 그런데 C-3비자는 일할 수 있는 비자가 아니다. 왜 취업비자를 준다는 소문이 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당장 돌아가면 일자리가 없는데, 재입국해서 취업하지 못한다면 귀국을 결정하기 쉽지 않다. 아이를 위해서라도 일할 수 있는 데까지 일하고 귀국하려고 한다."

필리핀에서 온 아일린(가명)은 자진출국 절차 자체가 앞으로 더 이상 한국에서 일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지적했다. 아일린 역시 고용허가제로 일하다가 실직했을 때 구직 기간을 넘겨 미등록자가 된 지 3년이 넘었다. 
 
"브로커들은 취업 비자가 아니라고 지적하면 이렇게 말한다. 이 기회에 집에 갔다 오고 다시 일하던 곳에서 일하면 된다고. 정말 웃기는 얘기다. 자진출국 신고를 할 때 출입국에서는 한국에 살면서 어디에서 무슨 일을 했는지 조사한다. 회사 이름과 연락처, 근무 기간 등을 적어야 한다. 출입국 직원이 자세하게 묻는데 거짓말할 수 없다.

만일 내가 자진 출국하지만 출국하지 않은 다른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겠는가? 나 때문에 출입국에 잡혀간다. 출입국은 자진출국자들이 신고한 내용을 데이터로 만들어 놓고 언제든지 단속할 수 있다. 그러면 내가 재입국해서 일하고 싶어도 사장님이 일 시켜 주지 않는다."

아일린은 미등록자 체류 행적 조사뿐만 아니라 재입국자는 반드시 법무부에 체류지 신고를 하도록 한 조치 역시 취업 기회를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아예 취업할 생각이 없지 않으면 모를까 C-3비자를 받겠다고 출국하겠느냐고 되물었다. 

천안에서 이주노동자 지원활동을 하는 김기수 활동가는 이번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이유로 법무부나 고용노동부가 정책을 집행하는 방법에 있다고 꼬집었다. 
 
"대책이라고 내놓았으면 최소한 고용허가제 대상 국가 언어만이라도 번역해서 관련 단체에 알려야 하는데, 어떤 안내문도 받지 못했다.  관련 문건을 받았다는 단체를 주위에서도 보지 못했다. 이번 대책이 시민단체의 호응을 못 얻을 거라고 예단해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다.

그러니까 브로커들이 물 만난 듯이 설치면서 사면 합법화요, 취업비자라고 떠든다. 고용허가제나 계절근로자 등의 제도를 이용해 신청 자격을 준다 하지만, 현지에서 취업 대기 중인 사람이 몇 명인가. 현실적이지 않다는 건 고용노동부가 더 잘 알 거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만 가중시키는 이런 대책은 빨리 폐기하는 게 맞다."

시민단체들은 그동안 '신속한 강제퇴거 집행을 어렵게 하고 장기보호의 원인이 된다'는 점을 들어 면제해 왔던 범칙금을 강화하는 조치를 두고 자진출국 독려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말한다.

법무부는 징수되는 범칙금을 외국인범죄 예방, 취약계층 국민 취업지원사업 등에 사용되도록 관계부처와 협의한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아산이주노동자센터 우삼열 소장은 설령 법무부가 기금 운영하는 부분이 타당하다 해도 이를 내국인 지원사업에 쓰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대만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고용주로부터 고용부담금(Levy)을 징수하여 기금을 운영한다. 이는 외국인력 고용을 억제하며 내국인 고용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으로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는 이주노동자에게 돈을 걷어서 내국인을 위해 쓴다고 하고 있다.  이는 마치  외국인 때문에 내국인 피해를 보니 보상해 준다는 인식을 주어 내외국인 갈등과 인종혐오만 일으킬 뿐이다. 어떠한 합리성이나 공평성을 찾을 수 없고, 법무부의 인권 감수성을 묻고 싶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가 발표만 해 놓고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익을 좇는 이들은 정부 정책을 왜곡하며 열심히 홍보하는 우스운 일이 벌어지고 있다. 그로 인한 이미지 타격과 피해는 대한민국과 이주노동자의 몫이 되고 있다.

*법무부 측 반론 기사 : 불법체류 외국인 문제,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덧붙이는 글 | 고기복 시민기자는 용인에서 이주노동자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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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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