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 마인모리스튜디오 박훈

 
"대구 시민 여러분! 지금 아주 어려운 상황이지만 힘내십시오. 저 역시 힘이 닿는 데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습니다. 곧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배우 김보성이 지난 1일 현재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가장 많은 대구를 찾았다. 대구 시민들이 혼란과 위기에 힘들어 하고 있을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마스크 5000개를 들고 직접 찾아간 것이다. 

기부 등의 방법을 통하지 않고 직접 대구로 내려가 시민들에게 마스크를 전달한 이유에 대해 김보성씨는 2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구 시민들이 많이 위축되어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라며 "직접 한 분 한 분 안아드리고 위로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사실 김보성씨의 선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6년 12월 당시 만 50세의 나이에도 소아암 어린이를 돕기 위한 기부금 마련 로드FC 격투기 대회에 출전하기도 했다. 당시 아내인 박지윤씨가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김씨는 무릎까지 꿇으며 허락을 받아냈다. 이번 대구 방문 역시 아내는 반대했지만, "당연히 내가 가야 하지 않겠냐"라는 김씨의 강한 의지에 그저 "몸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김보성은 아산과 진천에도 마스크 7000개를 기부했으며, 이외에도 소외계층 여성 돕기 운동, 시각장애인을 위한 GPS시스템 목소리 기부(남산한옥마을), 불우 이웃 돕기 기부금을 마련하기 위한 고깃집 홀 서빙 아르바이트, 사랑의 열매에 소아함환우의 수술비 및 치료비 3000만 원 기부 등 선행을 계속해 왔다.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 마인모리스튜디오 박훈

 
이날 김보성씨는 '힘내라! 대구'라고 적힌 현수막을 단 트럭을 타고 8시간 동안 대구 시내를 돌아다니며 큰 목소리로 시민들을 위로하고 마스크를 나눠줬다. 감동한 대구 시민들은 함께 사진을 찍기를 원했고 김보성은 이들을 꼭 안아주며 위로의 말을 전했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들에게 그는 "불안에 휩싸이지 마시고 힘든 와중에도 평상시처럼 웃으며 몸조리 잘하신다면 금방 회복되실 것"이라며 "부정적으로 겁부터 먹으면 몸이 급속도로 악화되니 여유로운 마음을 가지시고 힘내달라"라고 응원의 목소리를 전했다. 

'대한민국 모두가 한 가족'임을 재차 강조하던 김보성씨는 "가족에게는 봉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는다"라며 "가족을 돕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대구를 다녀온 김보성은 현재 자가 격리 중에 있으며 아래는 2일 오마이뉴스와 전화 통화로 나눈 일문일답.
 
배우 김보성, 그가 대구에 가야 했던 이유?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 마인모리스튜디오 박훈


- 대구에 내려가기로 결정한 계기는 무엇인가?
"대구 시민들이 위축되어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위축된 시민들의 마음을 풀어줄 수 있을까 고민한 결과, 직접 내려가서 마스크를 나누어 드리면서 한 분 한 분 만나기로 결정했다. 현장에 가서 위로해 드리고 안아 드리면 마음의 위안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만약 그러다가 제가 코로나19에 감염된다면 저는 빨리 그 병을 이겨내는 모습으로 대구 시민들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다."

- 얼마나 있다가 온 건가? 추가 방문 계획이 있는가?
"8시간 정도 있다가 왔다. 슬프게도 현재 자가 격리 상태라서 가족들도 마스크를 쓰고 가까이 못 오고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줘선 안 되기 때문에 확실하게 제 건강에 문제가 없다는 현실적인 판단이 설 때 확진자가 많은 지역으로 다시 갈 생각이다. 그런 지역에서 마스크가 소진되었음에도 재빨리 마스크 확보를 못하거나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위로와 응원을 위해 방문할 생각이다."
 
- 마스크 조달은 어떻게 한 것인가.
"올림픽 응원단 레드엔젤(박재현 대표)의 후원금을 통해 확보했다(배우 김보성은 레드엔젤 홍보대사다-기자말). 이후에도 아동용 마스크 그리고 노숙자,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드릴 특별 마스크도 확보 중이다. 이번에는 마스크 5000개를 대구 시민들께 나누어드렸다."
 
- 이전부터 기부나 선행, 나눔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난 의리를 중요시 생각한다. 우정에 대한 의리도 있고 정의를 지키고자 하는 의리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제가 지키고자 하는 의리는 나눔의 의리다. 소외되고 힘들고 아픈 사람들에 대한 나눔을 말하는 것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면 나는 그 길을 가겠다. 그게 내가 나눔의 의리를 지키는 이유다."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마스크를 나누기 위해 대구에 방문한 배우 김보성의 모습. ⓒ 마인모리스튜디오 박훈

 
- 주변의 만류가 있었다고 들었다.
"위험하더라도 다 함께 힘내자는 메시지를 대구 시민들에게 주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에 내려간 거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쉰들러 리스트> 마지막에 나오는 '최소한 한 명은 더 빼 올 수 있었어(살릴 수 있었어)'라는 대사가 떠올랐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약자나 소외된 또는 도움이 필요한 분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과 나눔이라고 생각한다. 아내가 특히 강하게 반대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만류했다. 하지만 꼭 가야만 한다고 설득했고 나중에는 몸조심해서 다녀오라고 하더라."
 
- 대구 지역에 대한 연고나 추억이 있는 것인가?
"대한민국은 하나다. 모두가 가족이다. 따로 연고나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대구에 간 것이 아니다. 굳이 인연을 말하자면 예전에 영화 시사회나 사인회를 위해 대구를 방문한 적은 있다. 당시에 대구 시민들이 환대를 해주셨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의리를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 대구 시민들 만나본 소감이 궁금하다. 현재 몸 상태는?
"힘들다고 우시는 분들도 계셨고 저의 위로가 너무 고맙다고 우시는 분들도 있었다. 꽃다발을 주는 분들도 있어서 저 역시 감격스러웠다. 서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시민들이 많은 상황이다. 나의 방문이 꼭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내 몸 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만 잠복 기간이라는 게 있어서 아직은 잘 모르겠다."
   
- 확진 판정받으신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제가 의학 전문가는 아니지만 보통 무서운 병에 걸리게 되면 심리적으로 공포감과 불안감에 휩싸인다. 평상시처럼 즐겁게 보내시면서 여유를 가지고 힘내야 한다. 나아질 거라는 강한 마음을 가지면 금방 회복될 것이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불안감에 빨려들면 더 악화된다. '꼭 긍정적인 마음으로 코로나19를 이겨내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김보성 대구 의리 코로나19 코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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