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블루윙즈가 3일(한국 시각)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위치한 탄 스리 다토 하지 하산 유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AFC 챔피언스리그(ACL) G조 2번째 경기인 조호르 다룰 탁짐과의 원정 경기에서 충격적인 1-2 패배를 기록했다.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수원 삼성의 조호르 원정길은 험난했다. 싱가포르를 거치는 강행군 속에 18시간 만에 말레이시아에 도착한 수원은 가뜩이나 고온다습한 기후에 피로까지 겹친 상태였다. 수원은 결국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지 못했다.

지난 2월 19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빗셀 고베와의 1차전에서 0-1 패배를 기록했던 수원은 이날 2연패를 당하며, 조별리그 통과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역습에 흔들린 수비, 무딘 공격진... 답답했던 전반전

1패를 안고 원정길에 오른 수원은 조호르와의 경기에선 반드시 승점 3점을 획득해야 했다. 수원에게 남은 경기는 조 1위가 유력한 광저우 에버그란데와의 2경기와 빗셀 고베와의 원정 경기뿐이기 때문이다. 일단 조호르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하고 다음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수원의 의지는 선발 라인업에서도 보였다. 이임생 감독은 공격진에 타가트를 중심으로 염기훈, 김민우, 김건희를 배치하며 공격에 무게를 둔 라인업을 구축했다. 하지만 이는 경기 시작 10분 만에 산산조각났다.

전반 10분 상대 진영에서 한 방에 길게 찔러준 볼을 조호르의 디오고가 수원의 수비 뒷공간을 파고들어 득점 기회를 맞았다. 디오고의 역습상황을 수원의 민상기가 따라붙으며 저지하는 과정에서 민상기의 태클이 디오고의 다리를 가격하면서 주심이 파울을 불며 페널티킥이 선언되었다. 그러나 느린 화면으로 봤을 때 파울장면은 페널티박스 바깥쪽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수원에겐 다소 아쉬운 장면이었다. 결국 페널티킥을 곤살로 카브레라가 성공시키면서 수원은 예상치 못하게 0-1로 끌려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따라붙어야 하는 수원은 공격쪽에 무게를 두면서 경기를 이끌어 나갔지만 공격진의 창은 너무 무뎠다. 상대 수비를 뚫기엔 양질의 패스를 공급해줄만한 선수가 없었고 염기훈, 홍철등이 올리는 크로스는 부정확하여 상대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그렇다면 측면에서 연계플레이를 통해 상대수비를 흔들어야 했지만 측면에서의 파괴력역시 떨어졌다.

여기에 상대가 파울로 끊는 플레이 또한 수원의 발목을 잡았다. 조호르는 수비과정에서 수원이 공격을 하는 상황이 되면 파울을 아끼지 않는 경기운영으로 수원 공격의 맥을 끊었다. 결과적으로 이는 수원이 경기템포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이끌어가지 못하는 결과물을 가져오면서 수비라인이 흐트러지지 않게 하려는 조호르의 의중이 통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럼에도 수원에겐 동점골의 기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반 15분 타가트가 상대 페널티박스 정면에서 노마크 득점기회를 잡았지만 타가트의 슛은 높게 뜨면서 유효슈팅으로도 연결되지 못한체 허무하게 기회를 날렸다. 이후 타가트는 득점기회를 놓쳤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무리한 슈팅을 시도해 수비벽에 막히는등 공격의 맥이 끊기는 모습이었다.

오히려 전반 막바지에는 또 한번 역습에 실점위기를 맞았다. 실점상황과 마찬가지로 디오고에게 후방에서 길게 내준볼을 수원의 헨리가 무리하게 끊으려다 놓치면서 디오고에게 또다시 실점위기를 내줬다. 다행히 이 상황에서 헨리가 끝까지 따라가 디오고를 저지하면서 수원은 추가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교체카드로 변화 꾀했지만... 또다시 수비 실수가 발목 잡아

전반전을 0-1로 마친 이임생 감독은 후반시작과 함께 김건희와 명준재를 빼고 안토니스, 한의권을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이유는 명확했다. 중원에서 패스줄기 역할을 해줄선수가 없었다는 점, 오른쪽 측면에서의 플레이가 원활하지 못했다는 점을 읽고 안된부분을 개선하고자 한 이임생 감독의 의중이었다.

그리고 이 교체카드는 후반 5분만에 적중했다. 후반 5분 수원 이종성의 패스를 받은 안토니스는 한 번의 볼 트래핑이후 한박자 빠른 슈팅을 시도했다. 안토니스의 왼 발을 떠난 이 볼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면서 조호르의 골문 구석을 갈랐다. 이 아름다운 궤적에 조호르의 마릴라스 골키퍼도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득점 장면이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이후에는 부정확한 패스와 퍼스트 터치, 상대의 거친파울로 공격의 템포가 끊기는등 공격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수원은 답답한 양상의 경기를 풀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타가트가 염기훈의 크로스를 받아 헤딩슛을 시도했지만 마릴라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면서 아쉽게 득점에 실패하기도 했다.

답답한 경기 양상 속에 후반 20분이 넘어서면서부터 이동에 따른 피로, 고온다습한 기후탓에 선수들의 체력 또한 떨어져 가면서 수원의 경기는 점점 힘겨워졌다. 결국 후반 28분 통한의 역전골을 허용했다.

이번에도 수비 실수가 발목을 잡았다. 코너킥 상황에서 안토니스가 헤딩으로 걷어낸 볼을 타가트가 받았지만 타가트가 이 과정에서 볼을 뺏기면서 다시 조호르의 역습으로 이어졌고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마우리치오가 헤딩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시키면서 수원은 또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실점이후에도 이임생 감독은 김민우를 빼고 한석희를 기용하며 또 한번의 변화를 꾀했지만 그러기엔 선수들의 체력이 너무 바닥난 상황이었다. 오히려 수원은 후반 35분 또다시 역습을 허용해 디오고에게 실점위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다행히 디오고의 슈팅은 골대를 맞고 나오면서 추가실점을 내주진 않었지만 패배까지 막어내지 못했다.

결국 반드시 이겨야 할 경기를 놓친 수원은 2패를 기록하며 남은 일정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커졌다. 그러나 문제는 현재 수원의 경기력, 남은 일정등을 고려했을때 조별리그 통과가 문제가 아니라 최악의 결과까지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가 커졌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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