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부천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경기. 양 팀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2주간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했고 결국 프로리그 최초 완전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지난 9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 에스버드와 부천 하나은행 여자농구단의 경기. 양 팀 선수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중이 없는 경기장에서 경기를 시작하고 있다. WKBL(한국여자농구연맹)은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2주간 정규리그를 중단하기로 했고 결국 프로리그 최초 완전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 연합뉴스


사상 최초로 겨울 실내 프로스포츠의 동반 조기종영 사태가 현실화될까. 여자프로농구를 주관하는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이 국내 프로리그 중 최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따라 2019∼2020 시즌 완전 종료를 선택한 가운데, 아직 남아있는 남자농구와 배구의 결정에 팬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WKBL은 정규리그를 불과 8경기 남겨놓은 상황에서 잔여 일정은 물론 포스트시즌까지 전격 취소했다. 리그 중단 전까지의 순위를 최종순위로 하기로 결정하며 선두였던 우리은행의 1위가 확정됐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 속에 리그가 파행을 빚으며 자력 우승을 확정 짓지 못한 우리은행으로서도 마냥 기뻐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여자프로농구계가 앞장서서 과감한 결정으로 선례를 남기면서 아직 시즌 재개를 확정 짓지 못한 남자농구와 배구도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남자프로농구를 이끄는 한국농구연맹(KBL)은 지난 1일부터 4주간 리그 일정을 중단했고 29일에 다시 리그를 재개한다는 계획이었다. KBL은 24일 이사회를 통하여 향후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다.
 
KBL의 선택지는 세 가지중 하나다. 당초 예정대로 리그를 재개하거나, 혹은 추가로 일정을 다시 연기하는 것, 마지막은 여자농구처럼 시즌 자체를 이대로 완전 종료하는 시나리오다.
 
일단 현재로서는 첫 번째 선택지인 29일 리그 정상 재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코로나 사태가 여전히 진정국면을 보이지 않고 있는 데다, 정부도 최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여 향부 보름 이상 종교와 체육을 비롯한 '각종 단체 활동 및 실내체육시설 이용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초중고 개학마저 4월 이후로 다시 연기될 만큼, 전국민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하는 국민정서를 무시하고 농구계가 일방적인 리그 강행을 고집할 가능성은 낮다.
 
리그를 다시 연기한다고 해도 어차피 일정상 파행은 불가피하다. 남자 프로농구의 경우 정규리그 잔여 경기만 57경기나 남아있는 데다 플레이오프 일정까지 정상 소화하려면 약 두 달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시즌 종료 후 FA를 비롯한 선수 계약 일정 등도 잡혀 있어서 5월 10일 전후엔 일정이 마무리되어야 하는데, 리그 재개가 정부 권고 기준으로 4월 6일 이후로 다시 연기될 경우 예정일내에 잔여일정 정상 소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4월 15일에는 총선 일정도 있어서 사회적으로 농구에 대한 관심이 더 줄어들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정규리그 잔여 일정과 플레이오프 경기수를 대폭 단축하거나, 아예 플레이오프를 폐지하고 정규리그만으로 순위를 가리는 방법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선수들과 관계자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남은 일정을 무관중이나 중립 경기로 소화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또한 프로농구에서 전력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국인 선수들의 거취 문제도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가 악화되고 있는 미국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민들에게 모든 국가 해외여행 및 출국 금지라는 초강경 대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KBL에서 활약중인 외국인 선수들의 거의 대다수가 미국 국적 선수들이다. 한국에 머물고 있거나 리그 휴식기에 잠시 미국으로 돌아갔다가 아직 복귀하지 못한 외국인 선수들이 자국 정부의 조치를 무시하고 한국에서 계속 선수활동을 하기는 힘들다. 잔여 시즌을 재개한다고 해도 '농구대잔치 시절'처럼 국내 선수들만으로 남은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웃지못할 상황이 발생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마지막으로 시즌의 완전 종료 가능성이다. 중계권이나 구장 대관, 스폰서 계약 등의 각종 이해관계가 걸려있어서 KBL이나 각 구단들이 끝까지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다. 여자농구는 회원사 6개팀이 마침 모두 금융계 구단이라 이해관계가 엇비슷한 데다가, 특히 정부의 정책 방향에 더 민감한 금융계의 특성상 비교적 수월하게 의견일치가 가능했다.
 
하지만 남자농구나 배구는 구단마다 모기업의 입장이 전혀 달라 결론을 내기가 쉽지만은 않다. 농구보다 앞서 19일 이사회를 개최했던 한국배구연맹(KOVO)도 리그 중단에 있어서는 끝내 결정을 내리지 못한 이유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리그 재개에 대한 명분보다는 중단해야 할 이유만 계속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결정을 미룰 수 만은 없다는 점이다. KOVO가 불과 나흘만인 23일에 다시 이사회 일정을 잡은 가운데 만일 여자농구와 같은 시즌 완전 종료를 선택한다면 하루 뒤에 열리는 KBL 이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시즌 개막이 잠정 연기된 프로야구나 축구같은 야외스포츠도 앞으로의 일정을 두고 겨울스포츠의 결정을 참고하게 될 것이다.
 
이미 겨울 스포츠를 비롯한 국내 모든 스포츠가 사실상 올스톱되며 팬들도 스포츠에 대한 갈증이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서 스포츠보다 중요한 것은 선수들과 팬들의 안전이다. 특수한 상황에서는 특수한 결단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리그 연기와 중단의 갈림길에 선 겨울스포츠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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