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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원 의원.
 지난 3일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사진은 지난 5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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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를 책임질 통일·외교·안보라인 인사가 공식 발표되기 전까지 가장 관심을 모았던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는 김상균 국정원 제2차장과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정해구 전 국정원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 등이 거론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의 낙점을 받은 인사는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이었다.

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5월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야당 인사를 중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가 한때 '친문패권주의' 등을 주장하며 문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난했고, 문 대통령이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했던 정치인이었다는 점에서도 '파격적인 인사'였다.    

박 전 의원의 국정원장 발탁은 전적으로 문 대통령의 '결심'이었다. 청와대의 한 고위관계자도 지난 5일 "박 후보자를 낙점한 것은 오로지 문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알고 있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인사를 통해서 대통령이 지난 일은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라며 "대통령은 지난 선거 때 일어났던 과거사보다는 국정과 미래를 생각한다고 말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박 전 의원을 국정원장에 발탁하겠다고 결심하고 검증에 들어간 때는 지난 6월 17일 청와대에서 열린 '원로자문단 오찬' 직후였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의 담화에 대해 "매우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 등의 거친 표현을 써가며 비판하던 날이었다. 남북관계의 긴장과 갈등이 고조되고 있던 때였다.

결국 문 대통령의 '박지원 국정원장 발탁'은 북한을 향한 메시지임이 분명해 보인다. 남북관계의 긴장과 갈등을 풀고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서는 '김정일-김정은' 2대에 걸쳐 북한 지도부와 접촉했던 '대북전문가' 박 전 의원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이와 함께 미국의 거부감이 적은 그의 발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대한 미국측의 전향적인 자세 전환을 촉구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과 '박지원-서훈 조합'
 
대북특사의 파안대소 6.15 당시 박지원 문광부장관은 특유의 친화력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받았다(그의 옆은 박재규 통일부장관과 고은 시인).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당시 박지원 문광부장관. 그는 특유의 친화력으로 김정일 위원장의 신임을 받았다(그의 옆은 박재규 통일부장관과 고은 시인).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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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후보자는 흔히 'DJ의 심복'으로 불린다. 지난 1980년대 미국 뉴욕 한인회장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을 만나 정치에 입문했고,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에는 청와대 공보수석과 정책기획수석, 문화관광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으며, 퇴임한 이후에는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을 맡은 그의 정치경력만 봐도 그렇다.

특히 그는 지난 2000년 분단 이후 최초의 남북정상회담(6.15남북정상회담)을 막후에서 성사시킨 주역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당시 그가 남북관계와는 무관한 문화관광부 장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대북밀사'(대북특사)로 선택했다. 그럴 정도로 김 전 대통령의 신뢰가 깊었던 최측근이었던 것이다. 

대북밀사였던 그는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베이징 등에서 북한 측 밀사였던 송호경 북한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을 만나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당시 이 협상에 관여한 국정원의 대북라인은 '김보현 제3차장-서영교 대북전략국장-서훈 대북전략조정단장'이었다. 서훈 단장은 지난 3일 단행된 통일·외교·안보라인 인사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임명됐다.

그와 서훈 실장의 관계를 헤아린다면 문 대통령이 '서훈 국가안보실장-박지원 국정원장 조합'을 염두에 두고 통일·외교·안보라인 인사를 단행했을 가능성도 있다.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남북현안 대응을 기대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박 후보자는 6.15남북정상회담에 참여했던 '김보현-서훈'을 두고 '대한민국의 국보급 인사'라고 했다"라며 "서훈 실장이 국정원을 나와 야인으로 있을 때도 의견을 주고받았고, 국정원장이 된 이후에도 단 둘이 만났을 정도로 두 사람이 친하다"라고 전했다.    

2009년 DJ 서거 때 증명된 북측의 신뢰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이 10일 오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병문안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고 있다.
 2009년 8월 10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입원한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병문안객들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오가고 있는 모습.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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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후보자는 지난 2000년 6월 15일 남북정상회담 당시 공식수행원으로 방북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을 만났다. 환송오찬 때에는 김 위원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가수 이수미와 최진희의 노래 <내 곁에 있어주>와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를 불러 김 위원장으로부터 "장관 선생은 인물 예술가"라는 호평까지 받았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간 화해와 협력의 대표적 상징인 '개성공단 가동'과 '금강산관광 개시'로 이어졌다. 이러한 성과 때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박 후보자는 북한에서 가장 거부감이 덜한, 즉 가장 믿을 만한 남측 인사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지난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단적으로 증명됐다. 당시 북측이 김정일 위원장의 조의화환과 함께 공개적으로 보내온 편지의 '두 수신자' 중 한 명이 그였다.

다른 수신자는 임동원 전 통일부장관(현 한반도평화포럼 명예이사장)이었다. 임 전 장관은 남북정상회담 직전인 지난 2000년 5월 방북해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 정상회담 의제를 최종 조율했던 또다른 대북밀사였다.

'김정일-김정은-김여정'을 모두 만난 남측 인사 
 
고 이희호 여사 북측 조화 수령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12일 오후 북측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받은 뒤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 고 이희호 여사 북측 조화 수령 정의용 청와대 외교안보실장, 서호 통일부 차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2019년 6월 12일 오후 북측으로부터 고 이희호 여사 조화를 받은 뒤 남북출입사무소로 들어오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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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에도 북측 고위급 인사들와의 만남이 이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009년 8월에는 김기남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와 김양전 통일전선부장을 만났고, 지난 2014년 8월 서거 5주기 때에는 개성을 방문해 김양건 부장과 맹경일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통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조화와 조전문을 전달받았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지난 2018년 4월 27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제1차) 환영만찬에 초대받았고, 같은 해 9월 1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제3차)에는 특별수행원으로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북한 최고지도부와도 조우했다.

이희호 여사가 서거한 지난 2019년 6월에는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 가서 김정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았다. 당시 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한 이는 김여정 제1부부장이었다. 앞서 지난 2018년 12월 북측 개성 판문역에서 열린 '남북철도·도로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에도 참석해 북측 인사들을 만났다.

그는 '김정일-김정은-김여정'이라는 2대에 걸친 북한 최고지도부와 접촉한 보기 드문 남측 인사가 됐다. 이렇게 북측 인사들과 접촉하면서 쌓은 경험과 인맥 등이 그의 발탁에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한편, 그는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기 직전에 구성된 원로자문단(총 21명)으로도 활동했다.

남북관계 개선 + 알파
 
 박지원 의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내정된 박지원 전 민생당 의원.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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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청와대와 박지원 후보자가 발탁 과정에서 '국정원 개혁'을 강조했다는 점은 꽤 흥미롭다.

먼저 지난 3일 강민석 대변인은 그가 제18대와 19대, 20대 국회의 정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점을 들어 "국정원 업무에 정통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국정원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국민에게 신뢰받는 정보기관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지난 5일에도 "박 후보자는 김대중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데다 18대, 19대, 20대 국회에서 정보위원을 했다"라며 "국정원을 잘 아는 분이어서 내부개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라고 거듭 설명했다.

박 후보자도 자신의 내정이 발표된 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앞으로 제 입에서는 정치라는 政 자도 올리지도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그의 발탁이 남북-북미관계 개선을 위한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그와 관련한 내용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이를 두고 문 대통령이 그에게 '남북관계 개선'뿐만 아니라 '국정원 개혁 완성'이라는 임무를 부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와 함께 국정원 조직과 업무에 대한 이해도가 '내부자'에 준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그가 자연스럽게 조직장악력을 발휘해 내부개혁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앞서 언급한 정치권의 인사는 "국정원 개혁 관련 청와대의 설명이나 박 후보자의 언급은 (일반적인 국정원 개혁이 아니라) '국정원 내부를 잘 아는 사람'이라는 것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산전수전을 겪은 박 후보자는 지금 교착된 남북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정치권 인사는 "국정원이 그동안 대북문제에서 보수쪽에 치우친 일들을 해왔는데 그런 것들을 염두에 두고 '국정원 개혁'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을 수도 있다"라며 "대북-해외정보활동을 중심으로 하는 실력 있는 정보기관을 만들겠다는 뜻인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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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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