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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당국은 각종 지침은 알아도 학생을 직접대면하고 수업을 하면서 생기는 고민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의 첫경험이 언제 시작되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성경험을 하게 되는지, 피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교육당국은 각종 지침은 알아도 학생을 직접대면하고 수업을 하면서 생기는 고민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의 첫경험이 언제 시작되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성경험을 하게 되는지, 피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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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기술가정 과목의 '임신과 출산' 단원에는 피임법이 소개되어 있다. 전남의 한 교사는 피임 도구 중 하나인 콘돔의 사용 방법을 아이들이 직접 실습해 보도록 하기 위해 바나나를 준비해 오라고 하였다. 콘돔을 직접 개봉하고 씌워보는 경험이 그림이나 글을 보고 이해하는 것보다 피임에 효과적이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학부모들은 학교에 항의했고, 국민 신문고에 민원을 넣었다. 결국 해당 수업은 취소되었다. 민원의 영향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도교육청은 교사와 학교에 청문조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학생 인권 침해 사례가 없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콘돔 끼우기' 시연하려던 남녀공학 교사 학부모 항의에 취소 http://omn.kr/1o86b)
   
교육청은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가 없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대구 경북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이번 시험은 전국 2053개 고등학교와 425개 지정학원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6월 모의고사에 응시한 수험생은 54만183명이고 오는 11월에 실시될 2020학년도 수능시험과 시험의 성격, 문항 수 등은 동일하다. 2019.6.4
 오늘날 학교교육은 초등학교시절부터 학업에 매달리는 아동들을 양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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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5년에 성교육을 시작한 스웨덴에서는 과학교사가 생물 교과안에서 성관련 수업을 주도한다. 학년의 발달에 따라 성기의 구조와 기능, 자위, 출산, 성병, 피임법,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복지, 불감증 등을 망라하여 가르친다. 한국에서 학부모의 민원 대상이 되고, 도교육청 청문조사의 대상이 된 피임 교육의 경우 피임의 종류와 방법에 더하여 기구 사용법을 숙지하는 피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그것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게 하기 때문이다.
      
사실 학부모들의 민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들은 교육의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필요한 교육이 무엇인지,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교육 방법은 무엇인지 그들은 모른다. 부모의 민원은 교육활동을 안내하고 설명하는 기회가 없었다는 방증이 된다. 진짜 문제는 바로 '학교 관리자'와 '교육행정기관'에 있다.

이들이 성교육에 대한 이해와 공부를 충분히 했었다면, 교사의 수업을 취소시켰을까? 도교육청이 교사와 학교 전체를 대상으로 청문감사를 하겠다는 통지를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은 각종 지침은 알아도 학생을 직접 대면하고 수업을 하면서 생기는 고민을 알지 못한다.

아이들의 첫 경험이 언제 시작되는지, 얼마나 많은 아이가 성경험을 하게 되는지, 피임이 얼마나 필요한지 모른다. 교사가 하려는 교육활동의 목적과 판단의 근거를 모르기 때문에 학교장이나 교육행정기관은 학부모의 민원에 당황한다. 그들은 무엇 때문에, 왜, 이와 같은 방식으로 수업을 하는지 학부모에게 설명할 능력이 없다. 권한을 가진 '교육자'라는 이름을 건 이들의 교육에 대한 무지가 교육보다 민원을 중요하게 만든다. 다시 말해서 교육에 대한 이들의 낮은 이해가 교육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는 것이다.

교육보다 민원, 이 프레임이 작용하는 이유
        
 '성범죄는 교내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성교육 독려한 경찰에게 분노하는 학부모
 "성범죄는 교내에서 벌어질 수 있다"며 성교육 독려한 경찰에게 분노하는 학부모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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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민원이 교육을 흔들까? 크게 2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교육부와 교육청은 학생을 직접 대면하지 않는다. 이들은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본 경험이 없다. 물론 교육 경력을 필요로 하는 장학사나 연구사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부분 교실을 떠난 지 오래되었고, 주된 관심사는 수업이 아니라 교육행정으로 바뀌어 버린다. 교육행정업무를 하더라도 한 분야에 오래 종사하지 않는다. 해마다 부서를 이동한다. 무엇 때문에 자신의 업무가 존재하는지 고민할 시간이 없다. 어떤 까닭으로 자기 업무에서 추진하는 사업을 반드시 실시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그저 관행에 따라 정해진 일을 할 뿐이다.
     
이는 커다란 문제점을 하나 갖고 있다. 교육은 그 효과가 즉각적이지 않다. 효과를 재는 도구가 마땅치 않다 보니 손쉬운 방법을 택한다. 바로 만족도 조사다. 교육행정기관의 모든 사업은 교사, 학생, 학부모 만족도 조사를 한다. 과연 교육활동의 효과가 만족도만으로 드러나는가? 실제 추구하는 학생의 변화된 행동을 측정할 수 있지 않을까? 교사, 학생, 학부모가 교육활동의 결과로 학생의 유의미한 변화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묻는 질문은 왜 하지 않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이전에 하던 대로 올해도 하기 때문이다. 올해 처음 맡은 업무에 대하여 누구 하나 알려주지 않았으니까. 내년에 맡게 될 업무가 무엇인지 모를 테니까.

둘째, 학교교육과정 설명회에서 학교의 교육활동을 설명하지 않는다. 국가교육과정 총론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그대로 설명한다. 갖가지 정해진 학부모 대상 연수를 유인물로 대체하고, 학부모 봉사조직(녹색 학부모회, 학부모 폴리스, 어머니회, 학부모회, 학교 운영위원회 등)을 조직하느라 바쁘다. 학생 지도의 원칙과 철학은 무엇인지, 수업은 어떤 방향으로 하는지, 학교 구성원인 교사들이 지향하는 교육의 철학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아이들을 지도하는지, 이를 지지하고 도와주기 위해 행정실과 학교장, 교감은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는지 설명해 주지 않는다.

결국 학부모들은 학교교육활동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는 상태로 아이를 맡긴다. 알지 못하기에 불안하고, 불안하기에 부정적으로 판단하기 쉽다. 학부모의 민원은 이와 같은 학교 구조 때문에 일어난다.

현장 중심의 교육을 위하여
     
교육은 이론을 기반으로 해야 한다. 이론은 증거를 기반으로 한다. 증거란 과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누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한다. 누적된 정보는 오랜 시간 동안 다수의 사람에 의해 합의된 자료를 말한다. 따라서 전문적이다. 교사들은 해마다 다양한 연수를 통해 증거 기반의 과학적 연구를 접하고, 이를 바탕으로 교육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이와 같은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적으로는 현장교사를 중심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설립하고, 학교별로 학교교육과정 설명회의 혁신과 같은 학부모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시도해야 한다.

이미 대통령은 교육을 잘 모르는 교육행정기관을 대신하여 국가교육위원회가 유초중등교육을 책임지는 공약을 낸 바 있다. 여전히 국가교육위원회의 설립은 지지부진하고, 현장교사가 아닌 이들로 국가교육위원회의 이전 단계 조직인 국가교육회의 구성원을 채웠다. 교육은 백년지대계라는 말처럼 장기적인 안목으로 교육의 기틀을 현장교사들의 의견을 기반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왜 현장교사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육정책을 세워야할까? 최근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온종일 돌봄법안'을 예로 들어보자. 해당 법안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초등 아동의 온종일 돌봄에 대한 책임을 명시하고, 교육부 장관이 통합적인 온종일 돌봄 기본계획을 수립하도록 한 것이 주요 내용이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의 메르스 대책으로 8일부터 3일간 강남-서초 일괄휴업이 시작된 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초증학교 돌봄 교실에 한 학생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초등학교 돌봄 교실에 한 학생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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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학교에 법령에도 없는 방과후 교실이 들어왔다. 맞벌이, 한부모, 빈곤 가정의 증가로 학교가 학생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지도하기 위해서였다. 지금도 여성의 경력단절 원인이 되는 육아휴직, 출산휴가, 자녀돌봄휴가, 유연 근무제와 같은 가정 돌봄 문화가 거의 없던 시기였다.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곳이 학교 이외에 없었던 것이다.

교사들은 방과후 업무를 싫어했다. 강사를 채용하고, 관리하고, 학생을 모집하고, 수강료를 받고, 환불하고, 프로그램 만족도를 조사하는 모든 일을 교사가 했으니까. 한 학급의 담임교사로서 수업과 생활지도를 해야 함에도 방과후 업무에 시달리느라 아이들은 뒷전이 되어버렸다. 아이들보다 업무를 우선시해야 하는 업무의 비교육성 때문에 모두들 피하고 싶어 했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전가의 보도인 '승진가산점' 제도를 앞세워 밀어붙였다. 빨리 승진하면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이와 같은 교육부의 방과후 업무부과는 아이들을 걱정하고 내린 요구가 아니었다. 학부모의 민원에 떠밀려 내린 결정에 불과한 것이다. 이를 잘 알고 있는 교사들이 방과후 업무의 지자체 이관을 주장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었다. 수업과 생활지도에 전념하는 것이 결국 아이들을 위한 일이기 때문이다.

2010년 초등돌봄교실이 6200여 교실로 확대되었다. 6년이 지났어도 아이를 돌봐줄 곳이라고는 학교밖에 없었다. 마을이 학교가 아니라 학교가 마을이 되어버린 것이다. 마을의 기능은 사라진 지 오래되었으니까.

수업이 끝난다. 반 아이들 대부분 집으로 돌아가지만 몇몇 아이들은 교실에 남아 있다. 교실에 남아 있는 아이들은 집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을 부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잠시 후 다른 교실의 돌봄 아동이 교실에 모여든다. 돌봄교실 초기에는 돌봄 전담사가 없어서 교사들이 돌봄 수업을 하고, 간식을 주고, 저녁을 챙기고, 돌봄 아동의 부모 혹은 가족과 연락하여 귀가도 시켰다.

이어서 아침 돌봄이 시작되었고, 저녁 돌봄으로 이어졌다. 하루 12시간 온종일 돌봄이 대통령 공약이 되었다. 필자의 학교 돌봄업무 담당 교사는 학급의 담임이자 연구부장 교사다. 반 아이들의 수업과 생활지도, 학부모 상담, 학교 전체 교육과정 업무에 더하여 돌봄 교사의 근무를 관리한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지 돌봄 아동 중 아픈 아이는 없는지, 언제 귀가하는지 알아야 한다.

인간의 주의력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학급에 소홀해지거나, 돌봄업무에 소홀해지는 순간이 있다. 아니면 가정의 일에 소홀해지기도 한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에 맞춰 퇴근해야 했던 연구부장은 돌봄업무를 하느라 자기 아이를 까맣게 잊어버린 적이 있었다. 그 사실을 자각한 교사는 울었다. 돌봄교실을 맡은 교사 수천 명의 가정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방치되어 가는 것이다.

돌봄업무 역시 방과후 업무처럼 기피 업무다. 학생에 더하여 돌봄 전담사까지 관리해야 하는 교사들은 부담이 크다. 학급 아동만 챙기는 교사보다 반 아이들을 챙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 피해는 누구에게 갈까? 바로 반 아이들이다. 돌봄 업무를 담당하는 전국의 수많은 교사가 아이들에게 기울여야 할 관심을 돌봄 전담사에게 나눠야 하니까. 이것이 교육의 가장 큰 손실 아닌가? 따라서 학부모는 교사들이 방과후나 돌봄 업무로부터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이들을 채용하고 관리하라고 요구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가장 아이들을 위한 일일 테니까.

현장교사의 의견을 중심으로 교육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래야 민원에 대하여 교육적 대응이 가능해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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