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 KT&G 상상마당

 
홍대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소속 직원들이 권고사직을 통보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소속 A씨는 15일 <오마이뉴스>에 "지난 10월 중순부터 전원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고, 현재 대다수의 인원이 사인을 한 상태"라고 전했다. 서울 홍익대 인근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KT&G 내 상상시네마 담당 인원은 총 8명이다. 이중 영화 판권을 관리하는 직원 1명만 남게 됐고, 소수의 인원은 현재까지 권고사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

앞서 상상마당 시네마와 함께 일해 온 18명의 감독이 두 차례에 걸쳐 성명서를 내면서 불거졌던 영화사업부 철수 및 영화 사업 중단 논란에 사업 주체인 KT&G는 "사업 철수나 폐지가 아닌 재정비"임을 강조해왔다. 오랜 시간 사업을 담당해 온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도 "(담당 인원 퇴사 및 재배치 문제 등은) 아직 여러 가지가 확정되지 않아 답변드리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관련 기사 : "상상마당 시네마, 이렇게 접는다면... 납득 어려울 것" http://omn.kr/1q2yv).

권고사직은 KT&G로부터 해당 사업을 위탁 받아 운영해 온 문화기획기업 컴퍼니에스에스에서 진행 중이다. 컴퍼니에스에스 한 관계자는 "KT&G로부터 영화사업부 관련해서 계약 해지를 통보받았다. 판권 사업만 살리고 영화사업부는 사실상 없어지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A씨는 "사업을 접거나 하는 부분에 대한 직원들의 의견 수렴은 없었고, 일이 이렇게 됐으니 다른 부서로 옮길 것을 권유받기도 했다"라고 전했다.

위탁 운영 업체와 내부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계약 해지 및 해당 사업 조정의 가장 큰 이유는 수익이 나지 않는 적자 상황 때문이라는 것. 하지만 상상마당 자체가 KT&G 내 사회공헌사업 예산으로 시작됐고, 해당 예산을 기반으로 운영된 만큼 수익성을 강조한다는 게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다.

A씨는 "극장 자체가 1개 관에 77석이라 한계도 있고 돈을 벌긴 힘든 구조는 맞지만 스크린이 1개인 전국의 단관 극장 중 상상마당 시네마의 매출이 가장 많았다"라며 "적자가 날 수밖에 없는 구조기에 더욱 (개인이 아닌) 기업이 운영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적자니까 사업을 정리한다고 하는 건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권고사직 관련해서 면담하는 과정에서 다들 많이 지쳤다. 위탁 운영 회사와 대기업 모두를 상대하는 거라 직원들이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도 있었다"라며 "지금껏 우리가 해왔던 성과를 두고 성과가 아니라고 통보당한 것 같아서 허망하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진 상태다. 그럼에도 우릴 지지해주신 감독님들과 언론이 있어서 힘을 내왔다"라고 말했다.

"인원을 줄여 나갔기에 좋은 영화들도 놓쳐"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서울 마포구 홍대인근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 극장 내 풍경. ⓒ KT&G 상상마당

 
2007년 출범한 상상마당 시네마는 연상호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이자 한국 애니메이션 최초로 칸영화제에 초청받은 <돼지의 왕>을 비롯해 <반짝이는 박수소리> <족구왕> <땐뽀걸즈> <이태원> 등 국내 독립예술영화의 상영과 배급제작을 진행해왔다. 또한 'KT&G 상상마당 음악영화제', '대단한 단편영화제', '이달의 배우전' 등의 행사를 매년 주최하며 제작과 상영, 배급까지 종합적으로 독립영화를 지원하는 유일한 곳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출범 초기 상상마당 시네마 직원이었던 B씨는 "총 7층 규모의 상상마당 운영 예산에서 영화사업부 예산이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였다. 한때 상업영화도 배급할 정도로 사업을 확장했었는데 영화 하나가 참패하면서 위축된 면이 있다"라며 "그래서 상업영화에서 손을 뗐는데 엄밀히 말하면 모든 결정을 (위탁운영 업체가 했다기보단) KT&G가 했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당시엔 CGV 아트하우스처럼 상영관을 늘리려는 계획도 있었는데 상업영화 한 편이 망하고 영화사업부 인원을 감축하기도 했다"라며 "좋은 팀원들이 많았을 땐 좋은 감독과 영화를 선정해서 어떻게든 할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인원 자체가 적어서 공격적으로 일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 덧붙였다.

역시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초기 여러 영화의 마케팅을 대행했던 C씨는 "KT&G에서 다른 업체에 위탁운영을 해온 만큼 지금의 사태에 책임을 지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고 꼬집었다. 그는 "일종의 공기업 같은 사기업인데 문화사업을 대행하게 일을 준다는 게 좀 이상하다. 그래서 사업을 축소하거나 없애기도 쉬운 게 아닐까"라며 "그런 대기업과 달리 영화사업부 직원들이 너무 순수했고 진심을 다해 일했다. 그래서 절 비롯해 여러 영화인들도 돈을 적게 받아도 협업을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상마당 시네마와 함께 한 많은 영화 관련 업체들이 KT&G나 컴퍼니에스에스라는 이름을 보고 들어간 게 아니다"라며 "열악한 가운데서도 혼신을 다하는 영화사업부 사람들을 보고 일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이라 재차 강조했다.

예정대로면 12월 말을 기점으로 현재 상상마당 영화사업부 인원 중 1명만 남기고 퇴사하거나 영화와 관련 없는 부서로 옮겨질 예정이다. 이 가운데 KT&G 측은 새로운 운영 대행업체를 찾기 위해 몇몇 회사를 물밑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T&G는 16일 <오마이뉴스>에 "상상마당 운영 전반은 컴퍼니에스에스와 지속적으로 논의해왔고, 일방적 소통이 아니었다"라며 "인력 운용은 컴퍼니에스에스가 전담하기에 자세히 아는 바가 없다. 다만 해당 업체에서 일자리 보전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는 입장을 전해왔다. 
상상마당 홍대 KT&G 상상마당 시네마 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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