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11일 오전 여중생을 추모하는 촛불시위가 열리고 있는 세종로 교보빌딩앞에 세워진 '자주평화 촛불기념비'가 누군가에 의해 파손된 채 발견됐다.(오른쪽 사진) 6월 13일 여중생 사망 1주기 추모행사때 사용한 촛불을 아이들과 함께 '촛불기념비'앞에 내려 놓고 있는 시민의 모습.(왼쪽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제2신: 11일 오후 3시30분>

"기념비 재건립...진상조사위 구성하겠다"
범대위, 긴급 기자회견 열고 향후 계획 발표 /김지은·남소연 기자


여중생 범대위는 11일 새벽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 촛불기념비 훼손 사건과 관련, '촛불기념비 훼손 진상조사위'(가칭)를 구성해 진상 규명을 벌일 방침이다. 범대위는 또 촛불기념비 훼손 현장 목격자 제보를 구하는 등 향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여중생 범대위는 11일 오후 1시30분 광화문 교보문고 앞의 파손된 촛불기념비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세 동강이 난 기념비의 훼손 상태를 볼 때 누군가 의도적으로 저지른 일로 보인다"며 "범국민적 촛불시위의 상징인 기념비의 훼손은 온 국민을 대상으로 한 범죄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어 여중생 범대위는 "우리는 촛불기념비를 다시 세울 것"이라며 "이번 사건의 진상 파악에도 총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범대위는 촛불기념비 옆에 "자주·평화 촛불기념비 훼손 현장 목격자를 찾습니다"란 대형 플래카드를 내걸고 당시 목격자 찾기에 나섰다.

김종일 여중생 범대위 공동집행위원장은 "기념비 훼손 상태를 볼 때 적어도 2∼3명이 전문 공구를 사용해 꽤 시간을 들여 기념비를 무너뜨렸을 것"이라며 "믿을만한 제보자가 나타날 때까지 공고를 내겠다"고 말했다.

"목격자를 찾습니다"

여중생 범대위는 촛불기념비의 훼손 현장을 목격한 시민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다.

10일 밤부터 11일 새벽 사이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촛불기념비를 파손하는 모습을 본 시민은 여중생 범대위(전화 번호: (02)-757-7924)로 연락하면 된다.
/ 김지은 기자
이밖에도 여중생 범대위는 향후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촛불기념비 훼손 진상조사위(가칭)를 통한 사건 조사 ▲경찰의 광화문 일대 폐쇄회로(CC) TV 자료 요청 및 공개 수사 요청 ▲촛불기념비 건립에 비협조적인 서울시와 종로구청 규탄 및 입장 발표 요구 ▲훼손된 촛불기념비 원상복구 및 '광화문 촛불기념비 지킴이'(가칭) 모집 ▲12·21·26일 등 매주 토요일 대대적인 촛불시위 등의 계획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그간 광화문 촛불시위에 꾸준히 참석해 일명 '광화문 할아버지'로 알려진 이관복 '박정희기념관건립반대국민연대' 상임 공동대표·최근호 여중생 범대위 상황실장·진관 여중생 범대위 상임공동대표 등 2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 현장 주변에는 여러 시민들이 이 사건에 관심을 보이며 지켜봤다. 세 동강 난 촛불기념비를 바라보던 시민 박영혜(27)씨는 "누가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나쁜 의도로 훼손했다면 이해가 안 된다"며 "무서운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 임아무개(31) 씨도 "한국사람이면 설마 악의를 갖고 그랬겠느냐"며 "누군가 술 먹고 실수한 것이라 믿고 싶다"고 밝혔다.


▲ 여중생 범대위는 11일 오후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자주평화촛불기념비` 훼손 사건에 대한 범대위의 입장을 발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계 인사들이 파손된 기념비 앞에서 `촛불의 힘으로 자주평화 이뤄내자`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제1신: 11일 오전 10시30분>

세 동강 난 '자주·평화 촛불 기념비' /김지은·권우성 기자


'자주·평화 촛불기념비'(이하 촛불기념비)가 세 동강 났다.

촛불기념비는 '6·13 효순, 미선 1주기 추모대회 국민준비위원회'(이하 국민준비위원회)가 지난 6월 13일 효순·미선양의 1주기를 기리기 위해 국민의 성금을 모아 광화문 교보문고 앞 인도에 세웠다. 이는 높이 1m, 너비 50cm 화강암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비둘기 위에 자주평화를 상징하는 촛불이 올려져 있는 형상이다.

종로경찰서에 따르면 촛불기념비는 아래 두 개의 대리석 받침이 분리돼 넘어지면서 비둘기 모양 위 촛불 모양의 화강암 부위가 떨어져 나간 것으로 보인다.

종로경찰서는 "모 신문사에 이같은 제보가 들어왔다는 연락을 받고 새벽 2시께 현장 감식반이 조사에 나섰다"며 "현장에 도착해보니 누군가 차도 쪽에서 인도 쪽으로 촛불기념비를 힘있게 밀어 아래와 윗 부분이 부러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종로서는 "현장 감식을 했지만 기념비의 재질 상 기계를 사용했는지 몸으로 밀었는지는 확인이 안 된다"며 "목격자도 찾지 못해 원인 파악이 난감하지만 여중생 범대위에서 수사요청을 하면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중생 범대위는 11일 오전 8시10분께 종로서로부터 연락을 받고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중이다.

현장에 나와 기념비를 살피고 있는 김형삼(30) 여중생범대위 간사는 "누군가 의도적으로 기념비를 훼손한 것으로 생각된다"며 "기념비에 여기저기 긁힌 흔적이 보인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그동안에도 교보문고 앞에서 매일 촛불시위를 해왔었다"며 "어제(10일)도 촛불시위가 끝난 시각인 오후 8시30분까지 기념비는 멀쩡했다"고 덧붙였다.

여중생 범대위는 이날 오후 1시30분 촛불기념비 앞에서 이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다.

"어떤 기념비인데 망가뜨리나.."
세 동강 난 기념비에 안타까운 범대위 자봉단

촛불기념비의 파손 소식이 전해지자 여중생 범대위의 자원봉사자들이 현장을 찾았다. 세 동강 난 기념비 주변에는 자원봉사자 10여명이 기념비를 안타깝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촛불시위에 반대하는 누군가가 일부러 기념비를 망가뜨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6월 13일 효순·미선양의 1주기 추모대회 이후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는 장민혜(29)씨는 "이 기념비는 초등학생부터 장애인·청소년 등 국민의 소중한 주머니 돈을 모아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의미 깊은 기념비를 누군가 파손했다니 분노스럽다"고 말했다.

장씨는 "촛불시위를 하면서도 봉사자들이 전단지를 나눠주면 일부 시민은 찢거나 발로 밟아버리는 사람도 있었다"며 "누군가 악의를 갖고 기념비와 그에 담긴 국민의 뜻을 짓밟은 것"이라며 개탄했다.

그의 곁에 있던 이효진(26)씨도 "인적이 드문 밤사이 기념비를 망가뜨린 것 같은데 촛불시위에 반대의 뜻이 있다면 당당하게 의사를 밝히면 되지 않느냐"며 "어떻게 저런 짓까지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 김지은 기자
한편 촛불기념비는 도로법 상으로 보면 '불법 축조물'에 속한다. 이 때문에 종로구청은 그간 여중생 범대위에 3차례에 걸쳐 자진 철거 독촉문을 보낸 바 있다. 하지만 범대위 측은 "구청장과 협의하겠다"며 구청장 면담을 신청했으나 구청 측은 "법규상 문제이므로 협의로 해결될 일이 아니"라며 이를 거절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종로구청 건설관리과는 "도로법 40조 1항 및 도로법 54조 7항에 의거, 도로 상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개축·변경·제거할 때는 관리 청의 허가를 받도록 돼 있다"며 "지난 1주기 때에는 국민정서를 고려해 (자진 철거를) 기다렸는데 철거되지 않아 7월말까지 자진 철거하도록 독촉문을 보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청은 "범대위가 기념비를 철거하지 않으면 법에 따라 과태료를 물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구청이 기념비를 강제 철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태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