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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입원이 장기화되면서 준수 녀석의 소원이 '집에 한 번 가보고 싶다'는 것입니다. 집에만 가면 병이 금방 나을 거 같다며 '집에 가자'는 말을 입에 달고 지냈습니다. 병원 부근에 집이 있는 환자들의 경우에는 주말에 외박을 하고 돌아오는 경우도 있는데 그걸 본 준수 녀석은 부쩍 떼를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서울이 아닌 지방에 거주하는 환자들이 주말을 이용해서 외박을 하기가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더구나 아버지마저 병상에 계신 탓에 준수에게만 전념할 형편이 못되어 녀석의 소원은 다음에 또 다음에 식으로 미루어지기 일쑤였습니다.

지난 주 초에 준수 녀석이 감기가 심하게 걸렸습니다. 열이 펄펄 나고 가래가 끓으면서 재활 운동도 하지 못한 채 침대에 누워 앓았습니다. 물리 치료를 받고 재활 운동을 하다보면 잠시 잊혀질 수도 있는데 감기 탓에 꼼짝없이 침대에만 누워 생활하다보니 온통 머리 속에 집에 가고 싶은 생각으로 가득했나 봅니다. 끙끙 앓으면서도 녀석은 끊임없이 졸라대기 시작했습니다.

"집에 가자. 집에만 가면 오줌도 잘 눌 수 있고 똥도 잘 눌 수 있을 거야. 밥도 많이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할게."
"밖에 날씨가 얼마나 추운지 알아? 감기 걸린 녀석이 찬바람 쐬면 안 돼."
"차 타고 가는데 어때?"
"감기 다 나으면 가자."
"싫어, 집에 가면 감기는 금방 나을 거야."
"이렇게 열이 많이 나는데?"
"집에만 가면 열이 나도 괜찮다니까."

녀석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멀쩡히 잘 뛰어 놀던 녀석이 어느 날 갑자기 입원해서 수술받고 다리를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에서 석 달을 병원에 갇혀 살았으니 답답한 마음이 오죽할까요. 그래서 한 번은 녀석을 집에 데리고 가야겠다는 생각을 굳혔습니다. 다행히 의사 선생님도 외박에 대해 긍정적이었습니다. 기분을 전환시켜줄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주말에 집에 가서 외박을 할 거라는 말을 들은 준수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습니다. 휠체어 바퀴를 돌리는 팔에 더욱 힘이 들어가고 물리 치료실에서 자전거 페달을 돌리는 다리의 움직임도 더욱 경쾌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작업치료나 수치료를 받는 모습도 전에 비해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좋아할 줄 알았으면 진작에 데리고 올 걸 하는 아쉬움이 생겼습니다. 원주로 내려왔다 서울로 올라가는 때가 주말이라 차가 많이 밀릴 것 같아 걱정이긴 했지만 준수에겐 집에 머무르는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잠시만이라도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자체가 즐거운 것이지요.

아내와 준수는 병원에서, 나는 광수와 함께 집에서 주말을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그날이 오면 석 달만에 우리 가족이 오순도순 마주앉아 식사도 할 수 있을 겁니다.

덧붙이는 글 | 제 홈페이지 http://www.giweon.com 에도 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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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 있는 모든 곳이 역사의 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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