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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방 GP에서 일어난 충격적인 총기 사고와 유사한 사건은 과거부터 계속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과거 독재 시절, 언론 등에 공개되지 못하고 사인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못한 채 유가족들의 가슴 속에만 묻어야 했던 사건이 많습니다. <오마이뉴스>는 그간 본사에 접수된 군 관련 사건 제보 중 사실로 확인된 건에 대해 기사를 내보냅니다... <편집자주>
군대 내 총기난사 사고는 대부분 이병이나 일병이 일으켰다. 이들은 대부분 선임병들로부터 가혹행위를 받은 공통점이 있다. 외부세계와 차단된 군대에서 유무형의 폭력을 피할 수 없을 때 극단적 행위는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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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최전방 GP 사고, <오마이뉴스>가 보도한 85년 28사단 화학지원대와 88년 22사단 GOP 사고도 모두 그런 상황에서 벌어졌다.

그러나 군대 내 가혹행위가 위에서 아래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군 생활을 더 오래한 사병들이 갓 군에 들어온 부사관이나 소대장에게 가하는 유무형의 폭력과 '왕따'는 얼마 전까지 우리 군대에서 비일비재했다. 군에 다녀온 일반 사병들의 소대장 길들이기 '무용담'은 제대 뒤 술자리의 단골 메뉴였다.

84년 울산에서는 '아래로부터의 폭력'이 총기난사라는 극한 유혈사태를 불러 온 대표적인 사례다.

7월 23일 밤. 울산에 있는 53사단 127연대 본부중대 내무실에는 수십 발의 총성이 울려 퍼졌다. 총기를 난사한 사람은 갓 입대한 박아무개 하사. 박 하사는 내무실에 총기를 난사해 잠든 병사들을 깨웠다. 그리고 병사 한 명씩 차례로 앞으로 불러냈다.

그리고 그동안 자신을 선임하사로 인정하지 않고 욕설을 하거나 홀대한 병사들을 개별적으로 불러 세워놓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만큼 자신을 무시한 병사들에 대한 증오가 컸던 것이다. 육군의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때 병사 5명이 사망하고, 3명이 부상당했다.

사고가 일어난 밤, 박 하사는 동료 하사와 함께 무단으로 군대를 이탈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부대로 돌아와 5분 대기조의 실탄 75발을 탈취했고, 이중 34발을 발사해 이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다.

이런 박 하사의 행위를 멈추게 한 것은 당시 연대장이었다. 연대장은 스스로 무장 해제한뒤 박 하사 앞에 무릎을 꿇고 더 이상의 살상을 멈출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하사는 연대장의 요청을 받아들였다. 그후 그가 군사법정에서 어떤 판결을 받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육군 쪽의 관계자와 이 사건을 <오마이뉴스>에 제보한 양아무개(46)씨는 "사형을 선고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뿐 구체적인 증언은 없었다.

이 사건은 전두환 군사독재정부 시절의 다른 군부대 사고와 마찬가지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증언한 양씨는 "밖에 나가 군대 사고에 대해 말하면 어떤 불이익을 받게 될 지 몰라 쉬쉬하며 살았다"고 밝혔다. 양씨는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는 아니지만 사건이 발생한 본부중대로 2개월 파견되어 있으면서 상황병으로 근무했다.

양씨는 "시간이 지나 아이를 키우는 아버지가 되고 보니 당시의 은폐된 사고가 상당히 끔찍하게 느껴진다"며 "과거 군대 내 사고의 진상을 밝히는 작업이 앞으로 안전한 군대를 만드는 초석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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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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