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10월 29일 국무회의에서 정보공개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해당하는 경우 정보공개 청구를 처리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게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정안 의결에 시민사회는 즉각 성명을 내고 비판에 나섰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정부 입법안은 7~10일 사이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된다.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정보공개제도의 취지에서 벗어난 부당하거나 과도한 청구에 대한 판단기준과 종결처리 근거를 마련했다"고 밝히며, "기존에 청구인이 악의적으로 부당·과도한 정보공개 청구를 하더라도 반드시 처리해야 해 담당자의 업무 부담이 과도해지고 행정력 낭비가 발생했지만, 앞으로는 부당·과도한 청구는 처리하지 않고 종결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행안부의 설명과 달리, 정부의 개정안은 알권리를 포함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정보공개제도의 근본적 취지와 원칙을 뒤집는 것이다. 정보공개는 청구 목적이나 의도와 관계없이 궁금한 시민 누구든 공공정보에 대한 접근을 보장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정부 개정안은 '악의성'의 여부나 '부당하거나 과도한 요구'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공공기관이 청구인의 의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정보공개를 차단할 수 있게 한다.
정부는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의 기준을 아래와 같이 제시하고 있다. 문제는 ▲ 정보를 취득해서 활용할 의사가 없는 경우 ▲ 괴롭힐 목적 ▲ 업무수행에 지장을 초래하는 방대한 양이라는 세 가지 기준 모두 주관적일 수밖에 없는 판단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욕설, 비방' 등 구체적인 행위를 제재하는 것도 아니고, 청구인의 의사를 기관이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은 검열과 다름이 없다.
'부당하거나 사회통념상 과도한 요구에 관한 기준(안 제11조의3제2항)'
① 정보를 취득·활용할 의사가 없이 제도를 이용하여 부당한 이득을 얻으려 하는 경우
②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담당자를 괴롭힐 목적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는 경우
③ 정보를 특정하지 아니하거나 방대한 양의 정보공개를 청구하여 공공기관의 업무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 개정안이 통과되어 정보공개를 거부할 수 있다면 '우리를 괴롭히려고 청구한 것 같으니 자체적으로 종결처리 하겠다', '5년치 특수활동비 내역은 너무 방대하여 업무에 지장을 주니 종결처리 하겠다', '활용계획이 없는 것 같으니 종결 처리하겠다'는 처분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다.
실제로 지난 7월 30일 행안부가 이번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며 발표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부당한 악성 청구 사례' 중에는 신고포상금을 일부만 수령한 청구인이 4년치 공용차량 운행일지, 하이패스내역, 업무추진비 및 법인카드 내역을 청구해 업무에 지장을 주었다는 사례도 포함되었다.
하지만 업무추진비와 법인카드내역, 차량운행일지 등은 기관의 투명성을 위해 최대한 자세히 홈페이지에 사전적으로 공개하고, 사이트를 안내하는 것으로 청구 처리를 대체할 수도 있는 정보다. 누가 청구하는지와 상관없이 공개해야 할 정보를 미리 공개하겠다는 방향이 아니라 의도가 나쁜 것 같으니 종결시키자는 것은 공공기관으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정보은폐 심각한 현 정부 행정 감시 불가능하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