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의도


1992년 겨울이었다. 20대 후반 살던 전주에서 3개월 택시운전을 했었다. 차종은 포니투였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지금도 첫 손님을 태우던 날의 떨리던 기억이 생생하다. 세월이 흘러 2015년 그 때도 겨울이었다. 제주에서 목수 일을 하고 있었다. 바다에서 섬으로 달려드는 시린 겨울 바람을 피해 택시운전대를 잡았다. 5개월을 했다. 그 짧은 기간 동안에 택시가 아니면 그럴 일 없는 참 많은 일을 겪었다. 다시 시간을 거슬러 2022년 봄이었다. 이제 육십을 코 앞에 둔 나이였다. 서울에서 멀쩡하게 출퇴근을 하며 많다고 할 순 없어도 그렇다고 적다고도 할 수 없는 월급을 받고 있었지만 보다 더 풍요로운 가정경제를 위해 투잡을 했다. 그 때 택한 직종이 다시 택시였는데 이번에는 호출앱으로만 운행을 하는 플랫폼 택시회사의 고급대형 택시였다. 일년 육개월을 했다. 그러다가 2023년 9월 개인택시를 샀다. 이제 택시가 남은 내 삶이 되었다. 전체를 합산해도 업력이라고 붙이기 민망한 짧은 기간이지만 한 평 남짓한 택시 안에서 겪은 일들은 그냥 묻히기엔 너무 강력했다. 난 거기에서 택시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세상을 보았다. 그걸 쓸 생각이다.

기자소개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어 버린 전형적인 86세대다. 학생운동으로 20대를 보내고 30대는 가정경제를 위해 고군분투하다 40대에는 자본주의가 싫어 귀농했는데 글쎄 4년 만에 폐농하고 제주까지 흘러 들었었다. 섬에서 목수로 일했고 책도 한 권 냈지만 2쇄를 넘기지 못했다. 뼈를 묻을 생각으로 고향으로 갔는데 사회적 난제를 풀기 위한 부름을 받아 일 년 만에 짐을 싸서 다시 서울로 왔다. 그게 벌써 5년이나 되었고 어느덧 60 나이를 바라보고 있다.

독자의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