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찰구가 열리자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3등칸은 좌석이 정해져 있지 않아 먼저 앉는 사람이 임자다.
조수영
중국과 비슷한 열차구조좌석은 4인 1실인 1등석과 6인 1실의 2등석, 좌석이 배정되지 않고 긴 의자만 있는 3등석으로 나뉜다. 가이드책에 의하면 1등석이 2등석 가격의 두 배나 된다고 해서 2등석으로 예약했는데 역에 와보니 15불 차이밖에 나지 않았다. 1등석 침대칸으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미 모든 표가 매진되어 어찌할 수 없다.
대합실도 1·2등석과 3등석이 구별되어 있는데, 3등석은 각지로 떠나는 현지인들로 북새통을 이루었다. 현지인들은 모두 피난이라도 가는 것처럼 커다란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3등석은 좌석이 지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출구가 열리자 사람들이 와르르 일어나더니 제 몸뚱이만한 짐들을 이고 달리기 시작했다.
기차에 오르자 좁은 복도와 그 옆으로 철문이 이어져 있다. 삐걱거리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3층 침대가 마주 보고 있다. 한쪽에 3명씩 한 칸에 6명이 잘 수 있도록 되어있는데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세우면 머리가 천장에 닿아 앉아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낮에 생활할 때는 침대를 접어 올리고 1층 침대에 마주보고 앉아 있다가, 밤이 되면 2·3층을 펴고 잠을 잔다.
1등칸으로 구경을 갔다. 창가의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2층 침대 2개가 마주보고 있었다. 1등석은 1층 위에 2층 침대를 펴 놓아도 사이 공간이 넓어 낮에도 침대를 접을 필요가 없었다. 아무 때나 눕거나 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침대시트도 더 뽀송하고 생수와 휴지까지 제공되었다.
지나는 현지인에게는 거의 표를 확인하는데, 나는 별 어려움 없이 1등칸을 드나들 수 있었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거의 1등칸을 사용하기 때문인가 보다. 덕분에 1등칸에만 있는 샤워실을 맘껏 사용할 수 있었다. 비록 달랑 수도꼭지 하나 달려있는 것이지만.